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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골브레이커가 너네구나.

극단적인 이기심의 결정체.

by 환오 Mar 17. 2025



시아버지는 내가 결혼하기 직전 연도에 대기업 임원직에서 은퇴를 하셨다. 말이 은퇴지 세력다툼에 밀려 잘리신 거나 다름없었다.

그러던 회사에서 2년 만에 다시 시아버지는 부름을 받으셨다. 이렇게 나가고 다시 들어가기가 쉽지 않다고 하던데..

평생을 회사밖에 모르시던 시아버지.

그의 끈기와 인내심 묵직한 노력은 결국 윗선에서 다시 부를 수밖에 없는 인물임을 인정받으셨다.


대구 톨게이트 하나를 관리하는 역할을 맡으신 시아버지는 그 길로 회사에서 내주는 아파트에서 시어머니와 신혼살림을 차리셨다.

여기까지는 그저 행복할 줄 알았으나...

문제는 형님네의 쌍둥이 육아였다.


시어머니는 수시로 형님네 집에 가서 쌍둥이를 공동육아 하러 대구집을 자주 비우셨다.

때마침, 남편도 회사에서 갑자기 인도 법인지사로 발령을 받게 되어 우리는 그 길로 1년 2개월을 떨어져 지내게 되었다. 기특이가 15개월 차에 이별을 했으니 한창 손이 많이 가는 시기이고 한창 예쁠 나이에 헤어져 지내니 남편의 부재는 내게도 너무 힘든 시기였다.

그 빈자리를 고맙게도 친정 식구들일 많이 채워주었고 나 또한 직장에 출퇴근하는 몸이라 시간은 생각보다 빨리 흘러갔다.





그러던 어느 날 시부모님께서 갑자기 우리 집에 오신다고 하셨다. 갑자기 무슨 일이지? 싶었는데 헤어질 때 엘리베이터 안에서 시아버지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툭 던진 한마디.

“건강검진 했는데 간에 용종이 좀 있다더라. 신경 쓰지 마라.”

“네? 용종이요?”

“그리고 OO 이한테는 말하지 마라. 괜히 외국에서 신경 쓸라.”

“.... 네 아버님....”


자세히 묻기도 전에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그 길로 후다닥 시부모님의 모습이 시야에서 사라져 갔다.

아니, 아버님 용종이면.... 암이잖아요....

그렇다. 시아버지의 병명은 간암이었다.

암 중에서도 증상이 없어 발견했을 때는 많이 늦었다는 간암.


그런데 문제는 그 이후에 벌어졌다.

모든 암들이 마찬가지겠지만 식단조절과 함께 몸을 쉬어줘야 하는데 시아버지는 회사일을 손에서 놓지 않으셨다.

그리고 더 큰 문제는 시어머니가 옆에서 못 챙겨주시니 시아버지의 식단은 그야말로 엉망이 되었다는 거.

혼자 계시는 날이 많으니 떡이나 라면 밀가루로 끼니를 해결하실 때가 많았다고 한다.


그런데도 형님 내외는 시어머니를 집으로 불러들였다.

사촌형이 남편의 형에게 시아버지 몸도 안 좋으신데 애들 육아 때문에 시어머니를 부르는 건 좀 아니지 않냐 말해도 대답이 가관이다.


형님(남편의 형수)이 그렇게 생각을 안 해서 안된단다.

시아버지가 암으로 죽건 말건 내 새끼 봐주기 위해서는 시어머니가 와야 한다는 것인가.

자기 부모라면 절대 못했을 일을 남이니까 한다.


그들의 속사정은 몇 년 뒤에 돌고 돌아 내 귀에까지 오게 되었다.

그 당시 남편의 형이 안마방을 가서 형님에게 들켰고 이혼하네 마네 시댁을 뒤집어엎었던 모양이다.

그렇게 사람들 앞에서는 세상 잉꼬부부인척 눈에서 꿀이 뚝뚝 떨어지더니 다 연기였나.

남편의 형이지만 성매매 소식에 정나미가 다시 한번 뚝 떨어진다..

같은 여자로서 분노할 만하지만 그걸로 시아버지 건강은 뒤로 한채 시어머니를 볼모 삼아 쌍둥이를 맡긴 그녀도 딱히 잘한 행동일까?

나랑 설사 사이가 좋았다 한들 그건 동의해 줄 수가 없다.

본인들 가정사에 왜 애꿎은 시부모가 희생돼야 하나.

이런 집안 사정은 남편과 나만 모르고 친척들까지 다 알고 있는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그래서 그렇게 형님한테 더 깍듯이 대해라고 시아버지는 호통을 치신 걸까?

언젠가는 시댁에서 모임이 끝난 후, 지하주차장에서 인사를 마치고 차에 탄 나를 시아버지가 다시 불러서 내리게 했다.

그러더니 형님네 차 쪽으로 나를 데려가더니 인사를 다시 하라고 시킨다.

밖에서 나는 그녀에게 허리를 굽혀 잘 가라고 재차 인사를 한다.

당신 아들이 사고 쳐서 그런 거를 왜 나까지 허리를 구부려야 될까?


지나간 일들이 퍼즐처럼 조각이 맞아떨어진다.

, 그때 그래서 그런 거구나.

그래서 그렇게 쌍둥이 맡기고 추석에 신나게 해외여행도 다니고 그랬구나.

그러면서 형이 회사에서 해외출장 나간다고 시할아버지께 거짓말로 둘러대시는 시어머니 보고 할 말을 잃었더랬지.

누가 명절에 해외출장을 보내나요...

아무리 세상 물정 모르는 할아버지라도 내 귀에 안 들리게 얘기하시던가..

뻔한 거짓말에, 큰아들내외 해외여행 보낼 거면 저희도 부르지 마셨어야죠..

맨날 똑같이 해주신다면서 말로만 똑같이였어요.


하지만 그런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는 줄은 몰랐네요.

그래도 끝까지 저희 부부한테는 비밀로 하고 싶으셨을 텐데 어떡하죠. 다 알아버렸으니.


인간이란 원래 그런 존재거든요.

자기 흉은 감추고 싶고 남의 흉은 드러나면 더 퍼뜨리고 싶어 하죠.    

제가 알고 싶지 않은 소식들도 다 귀에 들어오네요.. 



그렇게 시아버지의 몸에는 암세포가 점점 퍼지게 되었다.

죽음하고 가까워지는 줄도 모르고  시부모님은 따로 사는 날이 길어져만 갔다.












[환오 연재]

월요일 오전 7: [시금치도 안 먹는다는 시짜 이야기]

화요일 오전 7: [! 나랑 친구 해줄래?]

수요일 오전 7: [환오의 도전, 엄마의 유산2]

목요일 오전 7: [시금치도 안 먹는다고 시짜 이야기]

금요일 오전 7: [거북이 탈출기 두번째 이야기]

토요일 오전 7: [구순구개열 아이를 낳았습니다]

일요일 오전 7: [환오의 도전, 엄마의 유산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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