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쌍둥이. 나는 구순구개열 아이.
-참고로 이 브런치는 10년 전 시댁에서의 일을 회상하며 기록한 것이라 그때의 감정을 살려서 작성하므로, 저의 속상함과 못난 마음 플러스 넋두리가 주된 스토리라는 걸 감안하고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기특이가 구순구개열이라는 사실을 알고 친정 곁으로 이사를 결정했다.(시댁과의 갈등으로 아이를 임신했을 때부터 마음속으로는 이미 결정된 사실.)
아이를 봐줄 수 있는 사람이 친정엄마밖에 없었고 사실 선택권이 없었다.
남편의 형 내외는 우리보다 5개월 먼저 무려 쌍둥이를 낳았다.
시댁의 관심사는 온통 쌍둥이에게로 꽂혀 있었으니 나는 회사생활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엄마의 도움이 간절했다.
장남의 장손이 그것도 아들딸 쌍둥이를 낳았으니 얼마나 귀하고 이뻤을꼬..(나는 미천한 인간인지라 정상아를 못 낳았다는 죄책감에 질투까지 스멀스멀 올라오는 못난 시기였다)
그렇다고 해서 시댁에서 우리 기특이를 외면한 것은 아니었다.
그 누구보다 의지하던 둘째 아들의 자식이 입술이 안 붙어서 태어났으니 오죽 마음이 아프셨으랴.
시아버지는 기특이를 위해 일산에서 압구정역까지 매주 금요일 운전을 자처하셨다.
교정을 위해 태어나자마자 병원에서 지정해 놓은 치과를 다녀야 했기에 우리는 2015년 그해 여름 뜨거운 태양 아래, 그렇게 기특이만을 위해서 온 마음을 다 모았다.
사실 시아버지는 기특이가 태어난 날 병원에 오시지 않았었다.
그게 속상해서 안 오신 건지, 스케줄이 안돼서 안 오신 건지 모르겠지만 은근 서운한 마음이 들었다.
쌍둥이가 태어날 때는 온 시댁 식구들 모여서 병원에 방문해 놓고.
하지만 시댁식구들이 병원에 못 오게끔 내가 미리 거부를 해놔서 속상해하는 마음도 표출할 수는 없었다.
그 누구에게도 울어서 퉁퉁 부은 내 얼굴을 보게 하고 싶지 않았다.
어느 날, 시댁에 기특이가 첫 수술을 끝내고 다 같이(제사 아니면 명절이었겠지) 모이는 자리에서 시아버지 서재에서 컴퓨터 모니터를 우연히 보게 되었다.
모니터를 가득 덮은 것은 형님 내외의 아들 사진이다. 귀하디 귀한 장손의 장손의 장손.
아니, 아버님 우리 기특이 사진은요?

시댁에 방문해서 느낀 것은 그것만이 아니었다.
쌍둥이를 거의 같이 키운다는 생각이 들었던 건 냉장고 문에 부착된 쌍둥이의 스케줄표.
언제 분유를 줘야 하고 이유식을 먹여야 하는지 시간별로 일목요연하게 정리가 돼있었다.
분명 형님이 출력해서 붙여놨겠지.
시댁에는 시아버지가 사놓은 애기들 용품이며 장난감이 한가득이었다.
그렇다. 내 마음속에는 인정하기 싫은 질투라는 감정이 싹 뜨고 있었다.
시댁은 말로만 형과 아우 똑같이 대하신다 했지만 어쩔 수 없는 장남의 장손.
나를 힘들게 했던 형님의 아이들인데 솔직히 말하면 전혀 예쁘지가 않았다.
그런데 시댁에 가면 그들이 낳은 아이들 흔적으로 온통 도배가 되어있다.
나에게는 아픈 기억이 더 많은 시댁인데 원플러스원으로 혹이 또 하나 붙었다.
아이들은 죄가 없다. 아이들은 미워하면 안 된다.
하지만 자꾸 못난 내 마음은 실타래가 꼬인 듯 어지럽게 혼란스럽기만 했다.
형님이 회사에 복귀하고 쌍둥이를 맡아줄 베이비시터를 구하기가 어렵다고 시댁에 투정을 부렸는지 그 비용이 무려 300만 원은 나간다고 했다.
시아버지는 그 얘기를 들으시고 가족들 앞에서 “그냥 내가 줄까!” 능력 있는 시댁임을 과시하신다.
아버님, 그런데 그 돈 형님네 주시면 저희도 받을 수 있는 건가요?

내 마음속에 물음표가 생긴다.
지나고 나니 그때는 왜 그렇게 마음속에 레이더망을 뾰족하게 세우고 온갖 비교를 해댔을까.
그렇다고 시댁에 가서 눈에 보이는 것들을 눈을 감을 수도 없고 달리 내 마음을 달랠 방법은 없었다.
기특이가 수술과 케어를 진행하는 동안 시댁에서는 귀한 쌍둥이를 모시는 일도 중요했으니.
부모가 자식이 하나라면 모를까 둘 이상이라면 그야말로 똑같이 배분한다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닐 거다.
이제야 그들을 이해하면서도(진짜?) 솔직히 그때 서운했던 마음들은 변하지 않는 내 과거이다.
환오야, 그때 참 힘들었었어.
너도 마음이 아프던 시기였고 여유가 없었잖아.
모든 게 더 예민했을 거야.
그런 너를 나는 이해해 줄게.
나라도 너를 안아줄게.
그래도 잘 버텨온 거 기특하다.
*독자님들의 따뜻한 댓글은 저에게 글을 쓰는 원동력이 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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