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라면 덜 힘들 텐데..
기특이와 수요일에 오랜만에 서울 풍납동에 있는 아O병원을 다녀왔다.
예약시간은 살벌하게 8시 30분이다.
눈도 제대로 못 뜨는 기특이를 데리고 집에서 6시 40분 출발.
택시 타고 원당역에 7시 도착. 바로 열차 탑승.
이미 앉을자리는 고사하고 서있는 사람들도 꽤 많다.
큰일이다. 서울로 갈수록 더 많아질 텐데...
아니다 다를까, 새벽에 겨우 일어난 기특이가 슬슬 짜증을 부린다.
고요한 지하철 안, 기특이의 말이 적막을 깬다.
“엄마 왜 사람들이 양보를 안 해?”
(응?? 이제 너 애기가 아니니까...)
귓속말로 조용히 이야기해 준다.
‘기특아, 지금 사람들이 다 아침에 출근하느라고 피곤해서 자는 거 보이지?
그리고 양보는 너 어릴 때 받는 거지 지금은 컸잖아~’
아침 출근길에 자리 양보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다들 자느라고 정신없는 직장인들이 얼마나 피곤한지 나도 저 생활을 해봤기에 공감 10000프로 이해할 수 있다.
게다가 기특이도 이제 초등학교 4학년이니 양보받기에는 애매한 나이가 되어버렸다.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기특이는 다리가 아픈지 중간중간 짜증을 계속 부린다.
다행히 을지로 3가에서 지옥철 탈출.
2호선은 그나마 사람들이 덜 붐볐다.
하지만 역시 앉을자리는 없었다.
어? 근데 내 눈에 핑크자리가 눈에 보인다.
저기 어린아이면 괜찮지 않을까?
“기특아! 너 여기 앉을래?”
“엄마! 여기 임산부석이잖아!”
기특이의 큰소리에 말한 내가 뻘쭘해진다.
어어, 그래 임산부석은 맞긴 하지만 아이랑 같이 앉는 그림도 있으니 넌 아이잖아.
그래 엄마 생각이 짧았네..
근데 너 임산부석에 앉으면 안 된다는 거 알다니 대단한데?
안 그래도 출근길은 사람들이 붐벼서 임산부석이 비어있는 걸 볼 수가 없다.
눈에 봐도 임산부가 아닌 나이 많은 아줌마나 젊은 사람들이 가끔 앉아있는 걸 본다.
얼마나 피곤하면 앉을까 싶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저 자리를 비워두는 게 혹시 탔을지 모르는 임산부들에 대한 배려겠지 라는 생각도 든다.
기특이는 원칙과 규칙을 잘 지키는 아이로 자라고 있다.
하나를 알려주면 그 하나를 정확하게 지키는 아이.
그래서 가끔 융통성이 보이지 않아 고집으로 승화시키는 아이.
기특이는 눈에 보이는 달콤한 자리유혹을 당연하다는 듯 이겨버렸다.
어른들도 못 하는 걸 11살인 네가 해내는구나.
그래, 원칙에는 절대 타협하지 않는 너한테 오늘도 엄마는 한 수 배우고 간다.
고마워 아들!
[환오 연재]
화요일 오전 7시 : [책! 나랑 친구 해줄래?]
수요일 오전 7시 : [환오의 도전, 엄마의 유산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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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오전 7시 : [구순구개열 아이를 낳았습니다]
일요일 오전 7시 : [환오의 도전, 엄마의 유산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