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아만 다닌 치과 이젠 같이 다니자!
둘째를 두고 치과 원장님이 위로 겸 한 말씀이시다.
두 아이의 태명은 첫째 기특이. 둘째 튼튼이다.
기특이는 구순구개열, 튼튼이는 구개열.
구개열만 달고 나온 튼튼이는 구순구개열 부모 입장에서는 굉장히 럭키한 쪽에 속한다.
나 역시 기특이가 구순구개열이라고 했을 때 제발 둘 중 하나라도 없기를 바라는 마음이 컸다.
입술이야 보이니까 어쩔 수 없다 치더라도 입천장은 가끔 붙어서 나온다는 환우 카페 글을 보고 희망을 가졌다.
하지만 내 주치의는 꽤 실력이 좋은 선생님이었나 보다.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그녀가 말한 대로 나왔으니까.
4년 터울인 튼튼이의 구개열은 낳고 나서 안 사실이었다.
충격이 기특이보다 더 컸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입술이 예쁘게 붙어서 나온 게 어디냐며 위로 아닌 위로를 했다.
한 번의 수술로 끝난 튼튼이도 치아교정이 필요할 수 있다는 말을 수술한 병원에서 들을 때마다 새로운 고민이 생겼다.
기특이가 다니는 치과에 가야 할까?
우리나라에서 구순구개열 교정 전문 치료로 탑인 원장님이시다.
교정을 해야 한다면 그분께 보여드려야 한다.
그런데 형제가 연달아 선천적 기형아로 태어난 사실을 병원에 알려야 하는구나.
이 생각에 도달하니 마음이 따꼼따꼼 바늘로 찌른 듯 아프다.
평상시에 거의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그 사실은
매년 아이들의 독감 예방접종 시기에 나를 툭 건드린다.
주사 맞기 전에 작성하는 문진표.
모두 아니오를 선택할 때 유일하게 "네"를 선택해야 하는 질문.
태어날 때 선천적 기형이나 기타 등등의 질환으로 치료받거나 진찰받은 적이 있습니까?
있다면 병명을 적어주십시오.
아이들이 어릴 때 일부러 날짜를 다르게 잡고 맞추다가 한 번은 같이 병원에 데리고 간 적이 있었다.
연세가 지긋하신 소아과 할아버지 선생님은 문진표를 보더니 놀래면서 두 번이나 물어보셨다.
아이들이 둘 다 그러냐고.
그때 지금보다 어렸던 나는 마음이 단단하지 못해 그 질문이 화살처럼 가슴에 박혔다.
물어볼 수도 있지, 뭘... 이렇게 넘길 짬밥이 당시엔 없었다.
그래! 이젠 기특이도 벌써 11살이다.
내게도 짬밥이 생겼다!
씩씩하게 치과에 데리고 가서 튼튼이도 보여드리자!
비 오는 금요일 온 가족이 총출동해서 3호선 긴 지하철 여행을 한다.
45분이라는 시간은 절대 짧지 않은 시간이다.
태어나서 손에 꼽을 정도로 지하철을 타본 7살 튼튼이는 창 밖 구경을 하느라 연신 뒤를 돌아본다.
같이 구경을 하다 보니 압구정역에 도착한다.
5번 출구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에 위치한 병원.
올해로 11년째 이렇게 다니고 있다.
애기 때는 차로 다녔지만 기특이가 초딩이 되니 지하철이 막히지도 않고 편하다.
전화로 미리 치위생사 선생님께 튼튼이도 구개열 수술을 했다고 말씀드렸지만 워낙 아이들이 많으니 잊으셨나 보다.
"선생님, 튼튼이도 구개열 수술했는데 보험 적용받을 수 있을까요?"
"네? 튼튼이도 했어요? 구개열만요?"
그제야 튼튼이의 자세한 수술 진행과정과 현재 언어치료를 받는지 여부까지 원장님께 빠지지 않고 말씀을 드렸다.
이제 두 녀석이 함께 이 병원에 다녀야 한다.
교정은 한 두해 끝나는 것이 아니기에 긴 여정이 될 것이다.
마음이 아리지만 아이들은 언제나 내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잘 이겨낸다.
걱정만 하면서 인생을 낭비하지 말자고 마음이 약해질 때마다 다짐해 본다.
그 걱정할 시간에 아이들과 웃고 사랑 한 스푼 더 얹어서 같이 시간을 보내보자.
나를 선택해서 와준 아이들에게 좀 더 좋은 엄마가 되어주는 것.
그것이 내가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