쿨럭.. 하긴 엄마도 나이가 안 되겠구나.
4살 터울의 두 사내아이를 키우는 일은 생각보다 만만치 않았다.
막연히 아들딸 남매를 키울 거라 상상했지만 인생이 어디 내 뜻대로 흘러가던가.
더욱이 성별의 결정은 여자가 아니라 남자가 하는 것이니 나에게 선택권은 처음부터 없었다.
둘째의 성별을 병원에서 알려줄 때 담당 주치의는 첫째가 아들인지 딸인지 물어보셨다.
아들이요 라는 말에 그의 표정은 애매하게 웃고 있었다.
아... 또 아들이구나..
허벅지 사이에 떡 하니 보이는 게 곧추란다.
그게 손가락이라고 믿고 싶었지만 4개월에 나온 성별은 끝끝내 바뀌지 않았다.
맘카페에서 9개월까지 아들이었다가 딸로 나왔다는 기적같은 사례를 보고 혹시나 하는 기대를 했지만,
역시나 아들이었다.
어차피 둘 키울 거면 연년생도 나쁘지 않다며 키울 때 후딱 키워야 한다는 선배맘들의 이야기를 한 귀로 흘려보냈는데 키우면서 이해하게 됐다.
한 녀석 기저귀 떼고 나니 이어서 기저귀 타임.
기저귀를 몇 년씩 갈고 있는 나.
하지만 느림보 기특이를 좀 더 돌보는 시간이 필요했기에, 아이는 5살이 되어서야 동생을 만날 수 있었다.
딱히 둘 사이에 큰 갈등 없이 둘째의 유아시기가 넘어갔다.
다행히 질투라던가 그런 감정은 기특이에게 심하게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과거 동영상을 가끔 찾아보면 자기의 장난감을 못 만지게 하는 기특이의 행동은 피식 웃음이 나오게 만든다.
동생에게 별 관심이 없는 기특이와 다르게 둘째 튼튼이는 형아의 뒷모습을 보고 컸다.
걸음을 떼지 못할 때도 앉아서 형아를 만지고 싶어 등을 잡아끄는 모습이 많았다.
말이 터질 때쯤 자기보다 큰 어린 사람에게 관심이 극도로 커졌고 7살인 현재 둘의 관계는 티키타카가 가능한 여느 평범한 형제가 되었다.
다른 집 아이들도 그러겠지만 잘 놀 때도 있고, 놀다가 서로 의견이 맞지 않아 싸울 때도 있다.
내 철칙은 당연하지만 '폭력은 안돼'였다.
손 올리지 말고 말로 해, 이 말을 아이들한테 늘 해왔다.
막상 감정이 격해지면 둘 중에 누군가는 결국 손이 나간다.
그래도 기특이한테 감사한 게 있다면 한 번도 동생을 아프게 때린 적은 없었다.
미는 정도로 자기의 의사표현을 하는 반면 오히려 튼튼이는 과격하게 자기감정을 작은 두 주먹으로 표현한다.
맞아도 내 눈치를 보고 동생을 때리지 않는 기특이가 또 이름처럼 기특하고 짠하기도 하다.
그래도 형이라고 참을 줄 아는구나, 짜식.
튼튼이는 오히려 '둘째는 사랑입니다'를 정통으로 맞은 엄마의 마음을 아는지라 배 째라 권법으로 나를 상대한다. 눈에서 꿀이 떨어지는 내 덕분에 훈육이 제대로 안된다며 남편의 볼멘소리를 못 들은 척 귀로 넘기기 일쑤.
하지만 다른 건 다 져도 이것만큼은 안 돼가 있다면 바로 '폭력'.
주먹다짐은 안된다. 아들아.
냉정하게 엄한 표정으로 아이를 붙잡고 가르친다.
하지만 점점 힘이 세지는 남자어린이 튼튼이는 온몸으로 대항할 때가 많아졌다.
아빠 한마디면 일동 열중쉬어가 가능한 아이가 엄마 말은 잘 안 먹힌다.
(내 잘못이겠지 뭐..)
우당탕탕 싸움이 끝나고 시간이 흐르면 결국 아이들은 자기들끼리 감정이 스르륵 풀어진다.
지금은 싸워도 못 본 척 넘어갈 때도 많다.
형제관계에서 싸우고 화해하는 방법을 스스로 터득하길 바라면서 말이다.
싸우고 또 돌아서면 헤헤 잘 노는 두 녀석들을 보면 역시 둘 낳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사람이 태어나서 처음으로 맞는 인간관계는 부모 다음으로 형제이다.
그 관계에서 마음을 다룬 경험들이 자양분이 되어 나중에 친구를 사귈 때, 더 나아가 사회에서 많은 사람들과 엮어질 때 밑바탕이 되길 바란다.
며칠 전, 어린이집에서 튼튼이를 기다리는 와중에 기특이한테 물어봤다.
"기특아, 동생 있으니까 좋지? 같이 놀 수도 있고?"
"응, 근데 좋을 때도 있고 싫을 때도 있어."
"그럼 여자동생은 어때? 엄마 동생 하나 더 낳아줄까?"
"안돼! 엄마 동생 그만 낳아줘. 싫어~~ 하나면 돼~~~"
하나면 된다는 기특이의 간절한 외침에 끄덕끄덕 나 역시 동의한다.
기특이에게 튼튼이가 평생 친구가 되어줄 수 있다면,
그걸로 이번 생애는 더 여한이 없을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