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도 언어치료를 받아야 한답니다.
사실 기특이만 신경 쓰느라 둘째는 신경 쓰지 못했다..
나도 알고 있었다. 둘째도 말이 조금 느리다는 것을.
하지만 그런 둘째를 챙기기는커녕 언젠가부터 타이르는 게 일상이 되어버렸다.
지금 형아랑 숙제해야 하니까 조금만 기다려줘.
안돼. 형아 공부해야 하잖아.
조금이라도 같이 끼고 싶어서 자그마한 엉덩이를 들이밀고 내 무릎에 기어코 안착하지만,
1분도 되지 못해 엄마손에 이끌려 다시 바닥에 내려앉는다.
이내 포기해 버리는 아이.
어느새 아이는 혼자서 노는 것에 익숙해져 가고 있었다.
그렇게 5살이 되고 6살이 되었다.
자동차를 좋아하는 둘째는 작은 장난감차를 왔다 갔다 하기도 하고 자기 나름대로 주차장을 만들어서 상상놀이를 하곤 했다.
며칠 전 어린이집에서 부모상담이 있던 날.
선생님은 작정하신 듯 걱정스러운 얼굴로 둘째에 대한 이야기를 쏟아내셨다.
어머니, OO이가 친구들하고 소통이 적어요. 적극적으로 다가가지 않아요.
말이 늦다 보니 이해력이 좀 딸려서 학습도 뒤쳐지는 거 같아요.
지금 빠른 아이들은 6세지만 거의 초등학교 1학년 수준입니다.
저랑도 끊이지 않고 이야기가 계속 이어지는 친구들도 있어요.
어머니, OO이 집에서 뭐 하고 노나요?
자동차 놀이 그런 거는 5세 초반이나 할 법한 놀이예요.. 등등등
심장을 강하게 때려 맞았다. 아니다. 실은 어느 정도 알고 있었고 예상했는지도 모른다.
둘째도 또래보다 조금 느리다는 사실을.
하지만 큰 걱정을 하지 않은 이유는 기특이를 키워보니 둘째는 느리지만 조금씩 성장하고 있는 아이였다.
그 속도가 요즘 빠른 아이들을 못 쫓아갈 뿐이지. 적어도 제자리에 정체되어 있는 아이는 아니었다.
하지만 6살이 두 달이 안 남은 지금, 내년까지 아이한테 인풋을 안 하게 되면 학교 가서 적응을 못하게 될까 선생님은 그 점을 많이 염려하셨다.
결국 현실과 또 타협을 하고야 말았다.
둘째는 언어치료 받을 일 없을 거야 마음속 강한 응어리 같은 외침은 그날 상담으로 인해 와장창 무너지고 말았다.
상담이 끝나고 바로 아동발달센터 예약을 잡았다.
형아와 같은 센터에 보내고 싶지 않은 건 내 자존심 때문이었을까.
음~아니다. 무엇보다 주 3일 차로 왕복 30~40분 거리에 위치한 센터에 동생까지 껴서 다니고 싶지 않았다.
같은 시간대 다른 선생님 치료받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
이번에는 내가 조금이라도 편하고 싶었다. 집 근처 개원한 지 2년 남짓한 깨끗한 신축 병원 내에 주차시설도 좋은 곳.. 적어도 주차스트레스 없는 곳에 가고 싶었다. 기특이는 7년째 주차가 힘든 곳에 매일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오면 또 차 빼달라는 연락이구나 하고 스트레스를 받는다. 고작 40분 수업을 듣느라 내 정신력이 주차로 인해 급격히 피곤해진다. 이건 겪어보지 않은 사람들은 이해하기 힘들듯..
둘째는 속전속결로 다음 주부터 주 2회 언어치료를 시작하기로 했다.
결정을 했으니 더 지체할 이유가 없었다.
두 아이들 다 언어치료 보내야 하는 나는 엄마로서 부족한 걸까 라는 쓸데없는 생각도 접어두자.
나한테 마법을 걸어야 한다. 다 잘될 거야. 다 잘될 거야. 다 좋아질 거야..
이제부터 시작된 추운 겨울이 지나면 따뜻한 봄이 다시 오듯이 다 지나갈 거야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