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달리 대범한 아들.
나는 성격이 내성적이라 사람들 앞에서 발표를 할 때도 목소리가 바이브레이션이 될 때가 많았다.
아마 어렸을 적 수줍음이 많은 아이라 더 그랬는지도 모른다.
아들을 둘 낳고 생사를 넘나드는 경험을 한 뒤로는 부끄러움 따위는 뭐. 사람들 앞에서 내 의견을 당당히 말해야 할 때 말할 수 있는 용기가 생겼다. 적어도 손해 보는 일은 생기지 않았다.
이래서 엄마가 되면 용감해지는 건가?
그런데 나와는 달리 의외로 기특이는 대범한 구석이 있었다.
지난주 토요일 2년 가까이 배워온 피아노 실력을 남들 앞에서 뽐내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첫 피아노 콩쿠르 대회.....!!!!!
2주 전 학원 원장님은 기특이가 준비된 거 같다며 이번달 콩쿠르 대회에 참가해 보자 하셨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이미 내 심장은 두근두근.
나도 피아노를 쳤었지만, 그 시절 학원 내에서 아이들 앞에서 피아노를 연주한 것 말고는 큰 대회 경력은 없다. 그때 사람들 앞에서 피아노를 친다는 게 얼마나 큰 용기가 필요한지 귀까지 빨개졌던 기억이 난다.
기특이가 떨지 않을까?
무대 올라가서 아예 못 치고 내려오면 어떡하지?
겁쟁이 쫄보 엄마는 별별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상상은 그만. 경험만으로 이미 충분한 가치가 있다.
기특이는 이 대회를 위해 오랫동안 연습을 해왔을 것이다.
아이에게 분명 자신감과 큰 경험이 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긍정적인 생각만 하자며 대회날까지 긴장되는 내 마음을 붙잡느라 혼났다.
토요일 오전 11시 10분 세종대학교 광개토관.
무대 시간에 맞춰 떨리는 마음을 붙잡고 기특이는 대기실에,나머지 우리 가족들은 강당 관객석으로 입장했다.
손주의 첫 콩쿠르대회를 보시겠다면 친정엄마까지 합류하셨다.
6살 동생은 형아가 피아노를 친다며 잔뜩 기대된 얼굴이었다.
드디어. 기특이의 차례.
갑자기 눈앞에 아이가 나오자 나는 핸드폰 동영상 버튼을 누르는 동시에 눈물이 차오름을 느꼈다.
그리고 자리에 앉기 전 실룩거리는 입술이 보였다. 긴장할 때 나오는 습관이었다.
아 주책... 뭐야 코끝이 왜 빨개지는데.. 쓱 눈물을 삼키고 아이의 연주에 집중했다.
중간에 살짝 박자를 한번 놓친 것 빼고는 본인이 연습한 곡을 거의 완벽하게 연주하고 내려왔다.
마지막 마무리에서 박자까지 딱 맞추는 모습에 나는 놀라움을 감출 수가 없었다.
대충 연습한 게 아니었다. 기특이가 곡을 최대한 이해하려고 애씀이 느껴졌다.
기특이의 연주가 끝나고 밖으로 나오자 나보다 원장님이 눈물이 쏟아져 난리가 났다.
조금 느린 아이임을 알고 계셨고, 얼마나 노력해서 이 자리에 올라갔는지 옆에서 지켜보셨으니 나보다 더 울컥하셨나 보다.
감사했다. 내 아이를 아껴주심이 느껴 저서 더 감사했다.
그날 저녁, 결과가 나왔는데 와우. 생각보다 점수가 잘 나와서 상장과 트로피도 받는단다!!!!!!
결과가 잘 안 나와도 좋은 무대에 선 경험만으로 충분하다 생각했는데 점수까지 잘 받으니..
기특이가 그야말로 얼마나 기특했는지 모른다.
잘했어, 정말 잘했어! 꾸준히 노력하면 언젠가는 빛을 볼 거야. 고마워, 기특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