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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환오 Nov 22. 2024

정신과 선생님께 칭찬받은 날.

이렇게 열심히 사는 엄마가 어디 있어요?

둘째도 언어치료를 시작한 지 2주 차에 접어들었다.

월수토는 첫째 기특이, 화목은 둘째를 일주일에 5일은 운전기사 노릇을 한다.

오전에 애들을 학교, 어린이집에 보내고 나면 집안일을 휘뚜루마뚜루 해결한 뒤, 아이들의 오후 일정을 담당해야 한다.

'그까짓 운전 뭐 얼마나 힘들다고' 생각했는데 오산이었다.

입안에 난 구내염은 나을 생각이 없는 건지 기어코 내과를 방문해서 3일 치 약을 먹게 만들었다. 

빠지지 않고 꼬박꼬박 한약 달여먹듯 제발 나아라 나아라 빌면서 말이다.

근데 정말 이상하리만큼 효과가 1도 없었다. 

와. 신기해. 약이 안 먹히는 거야?? 내 몸은?!!!

이 정도로 체력이 떨어진 건가 급 우울해지던 찰나, 갑자기 하루아침에 뿅 하고 날 괴롭히던 혓바닥 아래 상처가 아물었다.

아싸! 했더니 입방정이 또 다른 불행을 불러왔다. 

뭘 그리 맛있어서 내 볼태기까지 깨물었는지 야무지게 오른쪽 볼을 깨물고 아얏 했다.

지금까지 경험상 볼 깨물고 피나는 상처야 여러 번 있어봐서 곧 낫겠지 했더니...

이 아이도 심상치가 않다. 치통인가 싶을 정도로 오른쪽 볼 전체로 통증이 퍼져나갔다. 

거울을 보면서 내 볼에 손가락을 넣어 상처를 봤더니 얼마 전 지독했던 그 구내염과 비슷하게 생겼다.

아,,,,,,너도 나으려면 3주는 걸리겠구나...

내과 갈 생각은 포기하고 소염진통제 2알을 입에 털어 넣는다.


아까 오전에 정신과 선생님이 나에게 말씀하셨다.

나: 운전이 뭐, 그게 그렇게 힘든 일인가요? 애들 데리고 왔다 갔다 하는 거.. 그거 좀 했다고 이렇게 입 안이 아픈가요?

선생님: 에효~ 그게 왜 안 힘들어요? 얼마나 힘들면 약이 몸을 못 이기겠어요. 지금 몸이 쓰는 에너지가 너무 커서 약도 안 받는 거예요. 이 이상 얼마나 더 열심히 살아요?

나: 선생님, 저 그럼 저한테 칭찬 좀 해줘도 되나요?

선생님: 그럼요~ 칭찬해 줘야죠!


상태가 안 좋으면 2주, 괜찮으면 3주마다 방문하는 정신건강의학과. 

4년 전 시작된 정신과 진료는 현재까지 ing 중이다.

이제 선생님은 내 모든 스케줄을 꿰뚫고 계신다. 내가 얼마나 열심히 사는지, 얼마나 자책하는지, 얼마나 자신을 홀대하는지 아시는 분.. 가끔은 아무한테도 꺼낼 수 없는 이야기도, 절실한 내 삶에 대해서도, 15분 내외 짧은 시간 동안 토로하고 나오면 내 안의 무언가가 해소가 된다.

그래서 이제는 그만 다닐 때가 되었다고 느낄 때쯤, 신기하게 나를 곤두박질시키는 사건이 발생한다.

그러다가도 일주일 정도 아니 더 짧게도 회복은 되는데.. 하지만 그때마다 약이 늘고 다시 줄이는 데는 긴 시간이 필요하다. 다시 평온한 나로 돌아왔지만 또다시 휘청거리지 않도록 안전장치를 둬야 하나 보다.

뭐가 아직도 널 그렇게 불안하게 만드니.. 이제는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더 강해져야지. 

라고 수도 없이 맘속으로 외쳐도 불안한 나를 확실하게 잡아줄 사람은 지금의 선생님 밖에 없는 걸까.


인간의 삶이란 얼마나 찰나의 순간인지 알면서도 왜 그렇게 작은 일에 연연하고 아파하고 사는지..

하지만 마음이란 녀석은 쉽사리 내 의지대로 되지 않음을, 안타깝고 또 안타까울 뿐이다.

이제 그만 나 자신을 채찍질하자.

이 정도면 아주 잘하고 있다고. 이 정도면 훌륭한 엄마라고. 그만 나무라자.

선생님이 하시는 말씀을 믿어보자고. 나한테 칭찬 많이 해주라고 하셨단 말이다!...

워어,,, 자책은 이제 그만~ 해피 스마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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