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좋아야 하는 게 정상인데.. 기특이의 상태는 냉정하게 말해서 아직은 센터의 도움이 계속적으로 필요하다. 이건 엄마인 내가 제일 정확하게 알 수 있다. 그러니 점수가 좋게 나와 '당신 아들 특수교육지원대상자에서 빠져도 되겠어요~'라는 소식은 나에게 좋은 소식만은 아니다.
그 말인즉슨 금전적으로 한 달에 15만 원의 부담이 다시 생긴다는 뜻이다.
교육청에서 주는 지원금이 이번달이 마지막이다.
그래서 지난번에 다시 재신청을 올려야겠다 마음을 먹고 20만 원 가까운, 비싼 대학병원 언어치료 검사도 받았지만.. 결론은 기특이가 특수반에 이름을 올리는 걸 포기하고 말았다.
특수반 선생님의 설득이 있었다. 내년 예비1학년 아이들이 벌써 5명이나 신청이 있었단다.
학교에서 받을 수 있는 특수반 아이들의 숫자는 정해져 있다.
그래서 기특이처럼 애매한 경계선의 아이들은 포지션이 제일 난감하다. 완전통합반(기존의 원반에서만 수업을 받는 것을 의미합니다)만 유지하면서 특수반으로 내려가지는 않는 아이들. 이런 아이들이 어찌 보면 특수반 티오가 나지 않을 경우 나가야 하는 1순위인지도 모르겠다.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다.
그리고 특수반에 소속되어 있으면 우선 특수반 선생님도 기특이의 반쪽자리 담임 선생님이 된다.
그렇기 때문에 원반 담임 선생님과 특수반 선생님이 우리 아이에 대해서 다 신경을 써야 하는 상태가 된다.
잘은 모르겠지만 행정적으로 처리해야 하는 부분들도 많을 것이다.
3학년 1학기가 끝나기 무렵, 2주 남짓 국어와 수학 시간에만 특수반에 가서 수업을 받을 때 기특이는 정말 가기 싫어했었다.
그 마음을 알면서도 모르는 척하는 나 자신이 밉기도 했다.
그래도 내려가서 특수반 선생님께 조금이라도 도움을 받았으면..
원반 선생님의 권유도 있었기에, 조금만 해보자며 설득했지만 2주 만에 원반으로 돌아왔다.
이런 기특이를 내려보낼 생각은 없지만 경제적 이유 때문에 특교자에 이름을 올리고 싶어 하는 내 경제상황도 싫었다. 솔직히 이런 상황을 선생님이 아신다는 게 속된 말로 쪽팔리기도 했다.
특수반 선생님은 여러 선택권이 있을 경우에 기특이 하나만 보자고 하셨다. 기특이를 위한 선택을 하자는 것.
결국 난 교육청에 재신청하는 것을 포기하겠다고 말씀드렸다.
어려운 결정 하셨다면서 계속해서 기특이를 지켜보고 응원하겠다는 특수반 선생님의 카톡이 와있었다.
결정을 하고 나니, 속이 후련하면서도 앞으로 정말 기특이는 일반 아이들 속에서 살아남아야 하는구나 부담감이 동시에 밀려왔다.
코로나 시대를 겪은 아이들은 놀이터에서 같이 어울려 노는 게 힘들어졌다.
물론 지금이야 코로나가 끝나서 마스크도 잘 쓰지 않고 아무 일도 없는 듯 일상을 되찾았지만.
적지 않은 기간 동안 온라인으로 수업을 받는 게 익숙해진 아이들은 핸드폰이 더 친한 친구가 되어버렸다.
아직 기특이에게 핸드폰은 허락하지 않았지만, 태어나면서부터 핸드폰에 사진을 찍힌 세대라 고학년이 될수록 핸드폰이 없으면 점점 대화에 낄 수도 없다.
분명 과학은 더 발달하고 최첨단 시대를 건너고 있는데 오히려 상호 간의 소통은 적어지고 언어도 느린 친구들이 많아지고 있다. 직접 사람과 사람이 만나 대화를 해야 하는데 우리 아이들은 작은 5인치 화면으로 세상을 배우고 있다. 나 어릴 때는 저녁 먹을 때까지 동네에서 숨바꼭질하면서 엄마가 저녁 먹으라는 소리에 한두 명씩 사라지곤 했는데.. 이제 이런 말도 호랑이 담배 필적 이야기 인지 모르겠다.
내년이면 초4가 되는 기특이.
아직도 고민이다. 분명 소아과 선생님은 중학생이 될 때까지 사주지 말라고 한 핸드폰.
핸드폰이 없어 아이들 사이에서 더 소외가 되는 건 아닌지.. 엄마인 나의 고민은 끝날 줄을 모른다.
잡스형님, 세상을 정말 바꾸고 가셨네요... 근데 좋은 세상인 걸까요? 더 안 좋은 세상인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