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환오 Dec 20. 2024

엄마, 사람은 왜 죽어요?

부모님들 이 질문에는 어떻게 대답해 주시나요?

갑자기 어느 날 불쑥 기특이가 내게 물었다.

엄마! 나이 먹으면 사람은 죽어? 할머니도 죽고? 엄마도?

응? 음.. 그렇지 사람은 태어나면 다 죽게 돼있어~ 그게 운명이야~


그럼 나 나이 안 먹을래! 엄마도 나이 먹지 마! 그냥 엄마랑 이렇게 행복하게 살자~응?


갑자기 훅 치고 들어온 기특이의 철학적인 질문에 나는 말문이 막혔다.

사람이 태어나면 언젠가는 죽는 것.

인간이라면 누구나 겪어야 하는 운명을 이제 10살인 아이에게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죽음에 대해 설명하자니 불현듯 어린 10대 기억이 떠올랐다.


굉장히 우울한 이야기 일수도 있지만 필자는 처음으로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한 게 중학교 1학년이었다.

그 당시 부모님은 맞벌이 장사를 하셨고 2주에 한 번꼴로 집안이 들썩거릴 정도의 큰 싸움이 벌어졌다.

맨날 죽네 사네 하는 부모님의 관심을 끌고 싶었던 어린 소녀는 그 당시 동네 약국마다 돌아다니며 수면제를 사모았다. 할머니가 불면증이 있다는 어설픈 거짓말을 믿을 약사님이 과연 몇 분이나 계셨을까.

퇴짜도 많이 맞고 겨우겨우(?) 모은 수면제를 학교에서 입안에 털어 넣었다.

근데 여기서 반전. 어랏? 잠이 별로 오지 않는다. 먹기만 하면 기절하고, 난 병원에 실려가고, 엄마아빠가 울면서 나에게 달려오는 상상을 했건만. 지나고 보니 참 어설펐던 나의(죽고자 했던) 시도는 그렇게 끝이 났다.


돌이켜보면 10대 시절 부모님과의 추억은 안 좋은 기억으로 얼룩져있다. 부모님의 잦은 다툼으로 초등학교 줄곧 우등생을 유지한 내 성적은 중학교 들어가면서 중상위권을 유지하는 수준으로 떨어졌다.

공부라도 1,2등을 차지해 부모님의 사랑을 확인하고 싶었던 나로서는, 자존감이 박탈하는 굉장히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공부'라도 잘하고 싶었다. 아니, '공부'라도 잘했어야 했다.


그런 내가 가정을 꾸리고 엄마가 되고 나서 만든 철칙이 하나 있다면....

아이들 앞에서 부모가 싸우는 모습을 절대 보여서는 안 된다는 것.

아, 사소한 말다툼 정도야 사람 사는데 피할 수는 없겠지.. 내가 말하는 건 아주 격하디 격한 찐 리얼 날것의- 인간이 아닌 짐승 같은-모습을 아이 앞에서는 감춰야 한다는 것이다. 날짐승처럼 펄쩍펄쩍 날뛰는 엄마아빠의 싸움을 보면 아이는 흡사 전쟁과도 같은 공포감을 느낀다고 한다. 아마 나 또한 그랬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누가 뭐래도 착한 딸로 잘 성장하였다. 부모에 대한 원망은 있을지언정 그들을 사랑하는 나를 부정할 수는 없었다. 그리고 허탈하게도(?) 지금 이날까지 두 분은 이혼 안 하고 잘 살고 계신다. 하하하..


죽음에 대해 궁금해하는 10살 기특아,

이 물음에 대해 네가 정확하게 이해하려면 조금 더 나이가 들어야겠지?

사실 엄마도 가끔은 어차피 다 죽을 텐데 왜 이렇게 힘들게 살아야 하지 라는 생각을 했던 적이 있었어.

그런데 삶은 신이 인간에게 주는 아주 잠깐의 기적 같은 선물이 아닐까 라는 생각도 들어.

우리가 이 세상에 태어난 것 자체가 기적이니까.

그 짧은 선물 같은 시간을 하루하루 힘들 날도 있고 웃는 날도 있고 그렇게 열심히 채우다 보면 아쉽지만 가족들과 헤어지는 시간이 오게 된단다.

그러니까 우리 오늘 하루도 웃고 살자.

이 시간이 영원하지는 않으니까 말이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