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특아, 네가 벌써 11살이라니 엄마한테 상을 주고 싶구나.
그 어느 해보다 잔인했던 2024년이 가고 2025년이 왔다.
사실 몇 해 전부터 1월 1일이 된다고 해서 별 감흥이 없었지만 작년만큼 잔인한 연말이 있었을까 싶다.
지금도 가족들을 잃은 그분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먹먹해져서 뉴스를 제대로 보기가 힘들다.
하지만 일상은 또 일상대로, 하루는 또 하루대로 째깍째깍 시계는 돌아간다.
잔인하지만 남겨진 이들은 또 이 하루를 버텨내야만 한다..
이 글을 빌어 짧게나마 그들의 명복을 빌어본다. 그리고 남겨진 가족들에게 하루빨리 마음의 평온이, 아니 사실 그 어떤 말로 위로가 되겠는가. 그저 흐르는 시간 속에 그 슬픔이 조금 옅어지기를 바랄 뿐이다.
내가 한 살 나이를 먹는 건 그려려니 하는데(솔직히 가는 세월 붙잡고 싶지만) 아이들이 한 살 나이를 먹는다는 건 엄마로서 분명 이전과는 다른 느낌이다.
10살과 11살의 차이.
3학년과 4학년의 차이.
멀리서 보면 별거 아닌 거 같지만 가까이서 보면 어마무시한 공포감을 나에게 선사하기 때문이다.
정상발달아이라면 그냥 평범한 한살이겠지만 나에게는 기특이가 한 살 더 먹는 게 마냥 기쁘지만은 않다.
저학년에서 이제 어엿한 고학년 배지를 달게 된다.
그만큼 아이들은 어느새 저 멀리 나아가고 있다.
아직 반에는 이렇다 할 친구도 없다.
엊그제 콜렉트콜 전화를 받고 언제 오나 집에서 기다리던 중 창밖을 통해 터덜터덜 걸어오는 아이를 보게 됐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나도 모르게 울컥! 뜨거운 눈물이 한 모금 올라왔다.
삼삼오오 같이 오는 아이들 사이에서 혼자 오는 아이가 왠지 모르게 안쓰럽게 느껴지는 건 내 예민한 감정 때문이겠지. 그래, 난 너무 감성적이야. 이성을 한 스푼 더하자. 혼자서 귀가하는 애들이 얼마나 많은데.
다른 날과 다르게 지하주차장으로 내려가서 멀리서 다가오는 아이 이름을 부른다.
엄마!!!!!! 기특이는 단숨에 내 품으로 달려온다.
아.. 이제야 기억났다. 내가 왜 갑자기 기특이를 마중 나갔는지.
초등학교 때 엄마가 대문 앞에 나와서 나를 기다리는 모습이 보이면 멀리서부터 엄마 이름을 부르면서 뛰어갔다.
학교를 마치고 집에 도착하기 전 보이는 엄마 모습은 나에게 산타 할아버지가 주시는 선물 같았다.
그때 안겨서 맡았던 엄마냄새. 엄마의 품이 너무 좋았다.
엄마는 나한테 세상의 전부였다.
지금의 기특이도 그러겠지?
내가 세상의 전부겠지?
말 안 듣고 화가 나서 으르렁대면 아직도 큰 두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잘 삐지기도 하고 금세 잘 풀리기도 하는 너.
올해는 또 얼마만큼 성장해 나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