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유법을 알려주려는 것뿐이었는데 끝은 파국(?)이었다
지난주 금요일 첫째 기특이의 제안으로 우리는 동네 프랜차이즈 버거집을 찾아갔다.
금요일 저녁이라 그런지 제법 손님들이 많았는데 대부분 고학년으로 보이는 초딩이나 중딩들이었다.
초5~6 정도 되는 남자아이 7명 무리는 각자 스마트폰 게임에 집중하면서 한 손에는 햄버거를 놓지 않고 있었다. 그 아이들을 보면서 우리 기특이도 나중에 저렇게 친구들하고 햄버거 먹으러 올 수 있을까? 생각을 해본다.
핸드폰을 안 만들어줘서 아이들하고 연락할 기회를 못 주는 건가.
잠시 고민이 되지만 그래도 선생님 말씀대로 핸드폰은 중학생이 되면 사주기로 마음을 굳힌다.
맛있는 햄버거를 냠냠 쩝쩝 맛있게 흡입하고 우리 가족은 배도 꺼트릴 겸 지름길보다 조금 돌아서 집에 가기로 했다. 갑자기 기특이가 물어본다.
"엄마! 왜 이쪽으로 가? 나 가기 싫은데?"
"응? 밥 먹고 소화도 시킬 겸 걷는 게 좋으니까~ 밥 먹고 바로 누우면 너 소 된다~"
웃음기를 머금고 내가 한 농담에 갑자기 기특이 얼굴이 울그락불그락 달아오른다. 코평수가 넓어진다.
"엄마! 왜 해 본 말 해! 나 소 되기 싫어!"
"아, 기특이 너더러 소 되란 말이 아니라 엄마 말은.."
"엄마 왜 나한테 소 되라고 하냐고 오오오오!!!"
그때부터 시작되었다. 기특이의 짜증이. 나는 남편의 눈치를 보며 살살 달래줘 봤지만 기특이의 기분은 쉽사리 풀리지 않았다. 여기다가 아빠까지 버럭이가 나오면 분명 울게 뻔한데.....
하지만 내 예상과 다르게 남편은(그동안 아이를 키우면서 참을성이 늘은 건지) 버럭 대신 설명을 선택했다.
"기특아, 엄마가 너더러 소 되라고 한 말이 아니고 대화 속에 은유법이야. 너 요즘 속담도 배운다며. 그런 거랑 같은 거야~ "
"아 왜 해본 말 하냐고 엄마아아아아아아 @#$$%^&!!!!!!!"
집에 오는 내내 기특이는 짜증을 냈고 우리의 즐거웠던 저녁 외식은 냉랭하게 급속도로 분위기가 얼어붙고 있었다.
기특이는 집에 도착해서도 안 풀리는 화를(아빠 눈치를 살피며) 내 귀에 속삭이며 말한다.
엄마 그러니까 앞으로는 해본 말 하지 마세요.
여기서 참았어야 했다. 그래야만 했다. 그래야 남편도 화를 참을 수 있었을 텐데....
나는 참지 못하고 아이에 반격을 해버리고 말았다.
"엄마가 아니라고 했잖아!"
남편은 여기까지가 인내심의 한계였나 보다.
"기특아! 엄마가 아니라고 몇 번을 말해! 그거 그냥 사람들이 하는 말속에 나올 수 있는 말이야! 네가 남의 이야기를 들을 줄 알아야지 너도 말이 늘지! 왜 네 말만 옳고 다른 사람 말은 다 틀리다고 해! 속담 같은 거라고 몇 번을 말해!!!!!!"
아..... 결국 나 때문에 망쳐버리고 말았다. 금요일 저녁 오랜만에 옹기종기 넷이서 손을 잡고 나간 외식이..
이렇게 끝나버리고 말았다. 내 인내심이 부족했다. 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기특이는 눈물이 고인 채로 알겠어! 크게 대답한 뒤 자기 방으로 들어간다.
남편도 참다 참다 한마디 한 건지 아니라고 몇 번을 말하냐고 혼잣말로 분을 삭인다.
어디서부터 잘못됐지?
그냥 일상 대화를 나누려던 것뿐인데...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일상 속 대화에 속담도, 은유법도 다 끼어들어가 있는데.. 해가 바뀌어 이제 곧 4학년이 될 거란 생각에 내가 너무 성급했나?
아이의 발달속도에 내가 못 맞춘 건가?
씩씩거리는 기특이가 그날 잠이 들고 생각이 많아졌다.
아니면 아니고 기면 기고. 융통성이 부족하고. 어찌 보면 내 모습을 많이 닮은 내 아이.
난 결국 목표를 일반 아이들에 맞추고 끊임없이 비교하고 불안해하고 있었다.
그러면 안 된다고 머리로는 알면서도 잘 되지 않는다.
요즘 라디오에서 나오는 공익방송 멘트가 귀에서 맴돈다.
느리지만 결국 해내는 사람, 슬로우 스타터.
기특이의 발달에 너무 조급해하지 말자.
사람마다 속도는 다 다르니까. 엄마인 내가 중심을 잘 잡아야 한다.
비교하지 말기, 비교하지 말기, 비교하지 말기,,,,,,,
우리 기특이는 슬로우 스타터이다. 느리지만 결국 해낼 것이다.
엄마인 내가 해줄 수 있는 일은 옆에서 방향을 잃지 않도록 손을 잡아주는 것...
이게 1순위라는 것을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