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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조가 공이 몇 개 더라?

기특이 덕분에 돈을 공부한다

by 환오 Feb 07. 2025

요즘 기특이가 배우는 4학년 1학기 예습과정은 큰 수의 계산이다.

그러니까 1조까지 공이 수도 없이 나가는 그 숫자를 배워야 한다.

나도 오랜만에 1조를 세어보니 아니, 도대체 공이 몇 개야?

평생 만질 수는 없는 이 돈을 굳이 알아야 해?(현실의 내가 속삭인다)

당연히 알아야 하지. 수학의 기초 아주 쌩 기초 숫자가 어디까지 가는지는 알아야지.(‘엄마로서의 내가 속삭인다)     


기특이는 천만까지 숫자를 배우다 갑자기 공이 12개까지 늘어나니 이 공들을 세느라 손이 바쁘다.

일, 십, 백, 천, 만, 십만, 백만, 천만, 일억, 십억, 백억, 천억, 일조............

그런데 문제는 중간에 공백이 있는 숫자를 체크하지 못하고 그대로 붙여서 써버린다.     


예를 들면

142억 860만 원=1428600000 이런 식으로 숫자들을 쫘르륵 붙이는 꼴이다.

천의 자리가 비어있음을 인지하지 못한다.

그래, 처음 하는데 얼마나 어렵겠어. 엄마도 안 쓰는 돈 갑자기 공 세다가 머리에 지진 날 거 같은데 말이야.     

해결 방법은 연습에 연습. 그 길 밖에는 없단.


돋보기에 태양의 열이 모이는 시간

대나무가 7년씩 뿌리를 뻗어내리는 시간

나비가 애벌레와 번데기 시절을 견뎌내는 시간

매미가 땅속에서 10여년을 유충으로 버텨내는 시간

포도나무가 그 가는 가지로 울타리까지 오르고야마는 시간

네가 원하는 지점에 도달하기 위해 포기하고 인내하며 극복해야 할 그 긴 시간.(주1)


그 시간을 꾸준히 채우지 않으면 기특이는 또 갈 길을 헤매고 까먹는다.

어제 했는데 왜 몰라? 아이를 채근하지 않기로 했는데.. 나도 모르게 필터 없이 바로 나와버린다.

저 소리가 나올라치면 내 입을 막아야지.. 어휴.     


어제도 인지치료를 갔다가 선생님이 기특이 너무 놀았나 봐요 웃으면서 말씀하시지만 나는 속이 까맣게 타고 있었다. 방학이 3주 조금 남았는데 시간이 없다!


기특이도 자기가 못하는 걸 아는지 수요일 인지수업 가는 날을 제일 힘들어한다.

“엄마 나 수요일이 제일 싫어, 수학 못해서 너무 속상해”


에고 괜찮아, 처음에는 다 어렵지, 엄마도 그랬는데라고 위로해 보아도 아이 표정은 여전히 심드렁...     


사실 나도 초등학교 때 배운 이후로는 조가 공이 몇 개인지 굳이 생각해보지 않았다.

현실에서 만질 수 없는 돈이니 와닿지도 않고 실제로 만지는 돈은 커봤자 십만 원 단위..     


그러다 문득 악동뮤지션 이찬혁 노래가사에 1조가 공이 12개라고 나오는 걸 알았다.

그 노래를 외우면 자연히 수학도 늘겠군 훗! 생각에 웃음이 나온다.

혹시 안 들어보신 분들 계시다면 강추!     

https://youtu.be/KMlfL9 Xy-K4? si=o00 TPDr9 KNaPQ3_z


기특아, 근데 나중에 혹시 아니? 십억 백억 천억 다음에 조라는 숫자를 현실에서 만날지 그건 아무도 모르는 거니까 일단 배워두자. 배우면 써먹을 날이 올지도 모르니까! (잠깐 상상했지만 행복하구나...)                                               




(주1) <엄마의 유산> p345/ 글 김주원/ 그림 정근아/ 권율원


*독자님들의 따뜻한 댓글은 저에게 글을 쓰는 원동력이 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환오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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