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만난 이유, 그리고 커리어 전환 이야기
보통 직군을 바꾸거나 커리어 전환을 시도하려면 오랜 고민과 준비 기간을 갖기 마련인데,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생각지도 못했던 결정을 덜컥 저지르고 말았습니다.
작년에 페이지로 올 때는 콘텐츠-IP 비즈니스를 제대로 해보겠다는 당찬(!) 목표가 있었지만 회사의 내부적인 변화로 새로운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과 맞닥뜨리게 되었습니다. 객관적으로 나의 연차와 그간의 커리어를 돌아봤을 때, 회사가 요구하는 전문성의 레벨에서 결과를 만들기에는 너무 늦은 것이 아닐까? 그렇다고 플랫폼으로 돌아가기에는 (특히 서비스 구축과 기획) 이미 스스로 아니라고 한번 결론을 내렸었고.. 그러던 와중에 새로운 서비스의 운영을 맡아보겠냐는 제안이 있었습니다. 현업의 서비스와 멀어진 지 꽤 되었지만, 저의 커리어는 '운영' 에서 시작되었으니까요. (이직은 아닙니다!)
브런치 포스팅에도 여러 번 언급했듯이 저는 포털의 뉴스 편집자였고 메인판 '운영'을 가장 오래 해왔었습니다. 유저에게 전달되는 콘텐츠 밸류를 판단하고, 가장 효과적으로 딜리버리 하는 방식을 고민하고, 그러다가 직접 콘텐츠를 기획하거나 소싱하는 업무로 영역이 넓어진 것입니다.
하지만 이제 와서 고백하건대, 제 스스로 업에서 더욱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은 훈련된 '감'이나 트렌드를 읽는 '촉'이었습니다. 물론 데이터를 아예 보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데이터는 후행 지표일 뿐 그것이 절대 기준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더 강했었기 때문입니다. (특히 메인의 콘텐츠는 실시간으로 쏟아져 들어오고 소비되니까요)
그런데 2021년의 '서비스 운영' 은 현업에 요구되는 직무 스킬 셋 자체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제가 맡았던 이전의 서비스는 운영자의 '잘 훈련된 개인기'가 중요했다면, 지금은 '데이터' 기반의 가설과 검증을 통해 고도화되었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가 아닐까 싶습니다. 해당 서비스가 현재 어떤 stage에 있는 가에 따라 또 다른 판단이 있을 수 있겠지만, '운영' 업무의 핵심은 단순한 유지-보수가 아닌 서비스가 지속적으로 '성장' 하도록 '관리' 하는 것이라고 저는 보고 있습니다..
서두가 길었는데, 그리하여 새로운 업무에 적응하기 위한 '생존'의 목적으로 책을 찾다가 '서비스 성장'이라는 키워드에 꽂혀서 <그로스 해킹> 이란 책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일단 한 줄 요약으로 결론부터 말하자면.. 션 엘리스의 <진화된 마케팅 그로스 해킹>의 두께에 압도되어 포기하셨던 분들-데이터 보는 게 중요한 건 알겠는데 뭐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했던 모든 분들께 이 책부터 시작하시라고, 여기가 출발점이라고 확신해서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책의 구성은 다음과 같습니다.
01. 그로스 해킹이란?
02. 전제 조건 : Product Market fit
03. AARRR
04. 지표
05. 그로스 해킹 시작부터, 성장 실험까지
06. 그로스 조직과 업무 프로세스
개인적으로는 5장에서 다룬 '데이터 파이프라인 구축'과 'AB 테스트'에 대한 실무 경험이 전무하다 보니 이해도가 많이 떨어졌고, 나머지 내용은 기획자-마케터-운영 등 어느 정도의 서비스 경험만 있다면 무리 없이 소화할 수 있습니다. 개념 정의는 물론 저자의 실무 노하우까지 정리가 잘 되어있어서 진짜 오랜만에 공책에 손글씨로 쓰면서 읽었는데요. 제가 필기 노트에 정리한 내용 위주로 소개해 봅니다
- 고객의 취향이 세분화됐고, 기획과 생산 단계에 아무리 많은 노력을 기울이더라도 제품을 시장에 내놓기 전까지는 성공을 확신하기 어려움. 그런 의미에서 서비스 출시는 끝이 아닌 시작에 가깝다.
- 어떻게 하면 성장하는 서비스를 만들 수 있을까? 그로스 해킹은 이 질문의 답을 찾는 과정.
- 데이터에서 찾아낸 인사이트를 바탕으로 제품이나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가는 방법을 익히는 것이 우리가 그로스 해킹을 공부하는 이유가 되어야 함
1) 실패하는 서비스의 문제점
- 기능을 추가하고 추가하고 추가한다 -> 서비스의 개선이 기능 추가가 아님.
추가되는 기능만큼 서비스 복잡도는 높아지고 legacy 증가
2) 시장 적합성
- 그로스 해킹은 시장이 필요로 하는 제품을 만드는 것에서 시작. 제품이나 서비스가 그로스 해킹할 가치가
있는가?라는 질문에 답할 수 있어야 함
3) 시장 적합성을 확인하려면?
- 리텐션 (Retention)
- 전환율 (Conversion)
- 순수 추천지수 (Net promoter score)
0) 개요
- 사용자가 서비스에 진입하고, 핵심 기능을 사용하고, 결제하고, 이탈하는 라이프 사이클 전반에 걸친 핵심 지표를 찾는 것
1) Acqusition
- 개념 : 사용자를 우리 서비스로 데려오는 것
- Key : 사용자 유입 채널을 최대한 누락 없이 정확히 추적하고, 각 채널별 성과를 정확히 판단하는 것
- 봐야 할 것 : 고객 획득 비용 (CAC), UTM 파라미터, 앱 어트리뷰션.. 우리 서비스의 마케팅 데이터를 어떻게 통합해서 정리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
2) Activation
- 개념 : 사용자가 우리 서비스의 핵심가치를 경험하게 만드는 것
- Key : 퍼널에 대한 분석, 각 퍼널의 전환율.
- 봐야 할 것 : 서비스 핵심가치의 정의, 전환율 측정과 쪼개 보기, 전환율 높이기
ㄴ 전환율 높이는 방법의 일환으로 CRM 이해 : 이메일, 푸시, 인앱 메시지
3) Retention
- 개념 : 유지율. 서비스의 성공을 예측하는 가장 기본이자 중요한 지표
- Key : 지표관리를 넘어서 전반적인 사용자 경험을 고려해야 함. 일반적으로는 재방문을 통해 측정
- 봐야 할 것 : 리텐션 측정 (클래식, 레인지, 롤링), 꾸준한 코호트 분석
4) Revenue
- 개념 : 수익화 관리의 핵심 지표
- Key : 사용자를 다양한 방식으로 그루핑 하고 각 그룹에 맞는 운영 및 수익화 전략 확보
- 봐야 할 것 : ARPU /ARPPU, LTR (고객 생애 매출), 월별 반복 매출
5) Referral
- 개념 : 기존 사용자의 추천이나 입소문을 통해 새로운 사용자를 데려오는 것
- Key : 서비스를 주변에 추천할 수 있는 자연스러운 맥락 기획. 일회성 아닌 선순환 구조 구축에 대한 설계
-봐야 할 것 : 초대의 맥락, 온보딩 프로세스, 신규 사용자 경험
1) 지표의 속성
- stock : 특정 시점의 스냅숏. 현재 시점에 관찰할 수 있는 누적된 값
-flow : 일정 시간 동안의 변화량. 시작과 끝 존재
2) 지표의 명확한 정의
- 모호하지 않고, 측정할 수 있고, 모두가 합의할 수 있어야 함
3) 허무 지표 (Vanity Metric)
- 행동을 이끌어내지 못하는 의미 없는 지표
4) OMTM (One Metric that matters)
- 지금 우리 서비스의 성장을 위한 핵심 지표
- OMTM을 정의하기 위한 질문
ㄴ 어떤 비즈니스 모델을 가진 서비스를 만들고 있는가
ㄴ서비스 라이프 사이클에서 우리는 어떤 단계에 있는가
ㄴ지금 가장 신경 쓰이는 단 하나의 문제
ㄴ우리가 원하는 행동을 한 유저와 그렇지 않은 유저의 차이점
ㄴ위 내용을 구분하는 이벤트 속성, 추세가 달라지는 지점
1) 업무 프로세스
- 1단계 :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업무 환경 만들기
- 2단계 : 데이터 파이프라인 구축
- 3단계 : 데이터 활용을 위한 역량과 문화 갖추기
- 4단계 : 성장 실험
2) 핵심 개념
- 데이터 파이프라인 : 데이터를 쌓고 필요한 형태로 가공하고, 추출하고, 의사결정에 활용할 수 있는 프로세스 만들기
ㄴ 핵심 질문 : 어떤 데이터를 쌓을 것인가 / 어떤 형태로 쌓을 것인가 / 어디에 쌓을 것인가 / 어떻게 꺼내서 볼 것인가
- 서비스 로그 : 트랜잭션의 결과를 기록하는 로그 ex) 가입, 예약, 결제
- 행동 로그 : 트랜잭션에 이르기까지 사용자의 액션 하나하나에 대한 로그 ex) 특정 상품 클릭, 배너 스와이프
- A/B 테스트 : 두 개의 변형 A와 B를 사용하는 종합 대조 실험. 실험 집단과 통제 집단을 적절하게 나누고 통계 변수 관리를 얼마나 잘했는지가 중요함
1) 목표
- 핵심 지표의 개선. 무엇이 핵심 지표인지를 정의하고 측정할 수 있어야 함
- 회사에 성장 DNA를 전파하는 역할.
2) 일하는 방식
- 프로세스 전반에 걸쳐 목표와 실행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을 수 있어야 함
-목표 지표를 정의하고 측정 -> 아이데이션과 데이터 분석 -> 플래닝 -> 실험 준비와 진행 -> 회고
-제품 개발과 그로스 해킹 및 성장 실험은 서로의 대체재가 아니라 보완재로 활용되어야 함
-데이터 접근성 높이기
-협업문화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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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이제 막 시작하는 스타트업이나 회사의 지원이 없는 서비스였다면 저는 이 업무를 시작할 엄두도 내지 못했을 것입니다. 뼛속까지 문과인 데다가 숫자에 대한 공포(!) 수준의 두려움이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다행히도 데이터 분석 환경을 구축하고 추출하는 기술적인 스킬 셋은 저의 당면 과제가 아니고, 서비스에 대한 올바른 질문-이것을 기반으로 어떤 데이터를 볼 것인가를 찾는 것이 저의 역할이라는 명확한 미션이 있었기에 어렵사리 첫 발을 내딛을 수 있었습니다.
더불어 연차와 직군에 상관없이 서비스의 성장을 고민하는 포지션이라면 꼭 이 책과 만나보시라고 추천드립니다.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