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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훈희 Jul 29. 2021

한번 빠진 이빨이 다시 나지 않는 이유

치과 - 어른이 되면 보이는 것 들

이상한 날이었다.

엄마는 내 손을 잡고 이유없이 장난감 가게에 갔다.


그리고는 평소에 내가 그렇게도 갖고 싶어했던 

세레스 트럭 자동차 장난감을 사주셨다.


이게 왠일인지 신나서 어리둥절 했고

엄마가 하는 말에 난 아무생각없이

네! 네! 하면서 해맑게 웃으며 대답했다.


그렇게 장난감을 들고 

엄마 말씀 잘 듣겠다며 치과 의자에 눕자마자


이빨을 다 갈아 버릴 듯한 굉음과 함께

기계는 점차 내 입 속으로 들어왔다.


장난감을 들고 발버둥 치면서 오열하자

엄마는 내가 안 울기로 약속했었다고 말씀하셨다.


그날 난 내가 갖고 싶었던 장난감을 얻었지만

소중한 이빨 몇 개를 잃었다.


.


난 지금 이빨을 뽑기 위해 치과에 앉아 있다.


과로와 스트레스로 잇몸 속 뼈가 녹아서

어쩔 수 없이 생니를 빼고 뼈 이식을 하지 않으면

나머지 이빨도 다 빠질 거라고 겁을 주셨다.


슬프게도 난 아직도 치과가 너무 무섭고

오늘은 내 손에 내가 좋아하는 장난감도 없다.


어린 시절 젖니의 희생으로 장난감을 얻었듯이

오늘의 희생으로 무엇을 얻었는지 고민한다.


어린이가 저지른 실수는 용서를 해주듯이

어린 시절 빠진 이빨은 다시 난다.


그러나 어른이 저지른 실수는 용서가 안되고 범죄가 되듯

어른이 되어 빠지는 이빨은 

다시 한번의 기회조차 주지 않고 

죽을 때까지 새로 나지 않는다.


어른은 그렇게 살아야 한다는 사실이

치과만큼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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