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훈희 Jul 28. 2021

택시의 미터기가 보여주는 것들

택시 - 어른이 되면 보이는 것들 중

택시를 탄다는 사실만으로도 신이 났다.


게다가 어머니와 같이 탄 택시는

흔한 초록색 포니 택시도 아니고

남색의 세련된 대우 로얄 택시였다.



어머니는 아픈 나를 데리고 빨리 가야 한다며

어쩔 수 없이 없는 살림에 택시를 타고 말씀하셨다.


난 그 속도 모르고 처음 타보는

멋진 택시에 앉아서 마냥 신이 났었다.


그렇게 병원에 도착해서 진료 순서를 기다리다가

어머니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난 병원 밖에 있는 화단에서 놀고 있었다.


밖에서 놀던 사이 내 진료 순서는 지나갔고

의사선생님은 퇴근했으며 병원은 불이 꺼졌다.

그리고 어머니는 텅빈 병원에서 혼신의 힘을 다해서 날 혼냈다.


그날부터 택시를 타는 일은 신나는 일이 아니라

긴급하거나 중요한 목적이 숨어 있다는 것을 알았다.


미터기 요금이 올라갈 수록 그 부담은 커지는 것이었다.


.


요즘도 택시를 탄다.


회사 업무로 빨리 이동을 할 때

늦은 시간까지 술을 마시고 제대로 못 걸을 때


그렇게 택시에 앉아 있을 때는

예나 지금이나 역시 부담되고 불안하다.


택시를 타고 빨리 가야 하는 곳은

빨리가도 좋은 소리는 못 듣는 상황이 대부분이다.


좋은 소리 들으러 가는 곳은 굳이

택시를 탈 정도로 빨리 갈 이유도 없기 때문이다.


몸이 편한 만큼 마음이 불편한 곳

오늘도 희비가 공존하는 공간에 몸뚱이를 뉘운다.


                                                             

▼ 조훈희 작가의 출간 도서 "밥벌이의 이로움" 찾아보기

http://www.yes24.com/Product/Goods/97173579


이전 02화 남들도 모르게 서성이다 울게된 이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