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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훈희 Aug 21. 2021

오늘따라 유난히 마늘이 매운 이유

마늘 - 어른이 되면 보이는 것들 중

발목이 부러진 것 처럼 아팠다.


학교 운동장에서 기숙사까지 걸어오는 거리가

평소에는 1분이면 될 거리인데 그날은

몇 백리는 족히 되는 것 처럼 느껴졌다.


친구들은 모두 공부를 하러 열람실로 올라갔고

나 혼자 겨우 방에 도착해서 금방 낫겠지 싶어서 누워 있었다.


시간이 지나도 통증이 가라앉지 않고 심해져서

난 결국 사감선생님께 도움을 요청했다.


내가 다니던 기숙사 고등학교에서 부모님은 

차로 한시간 정도 떨어진 거리에 살고계셨지만

부모님은 사감선생님의 전화를 받으시고는 

헐레벌떡 한걸음에 달려오셨다.


그렇게 부모님차에 실려서 응급실에 가는동안

아픈데 왜 이렇게 늦게 왔나며 엄마 아빠한테 징징거렸다.


병원세 도착하자 내 다리는 석고보형물 속으로 들어갔고

의사선생님께서는 목발을 하사하셨다.


뼈가 붙는 시간 동안 이리저리 아픈 발목 때문에

불편한 학교 생활을 한두달 정도 했고 깁스를 풀었다.


그렇게 내 발목뼈는 잘 붙었다.


.


회사에서 중요한 회의가 오전10시에 잡혀있던 날

9시 57분에 어머니로부터 전화가 왔다.


사람들은 회의실에 한 명씩 도착해서 앉고 있었고

난 노트북을 켜고 한창 발표준비를 하다가 

어머니의 전화를 받았더랜다.


전화 속 어머니는 그냥 발목이 아프다고 하셨다.

아무래도 병원에 가야 할것 같다고 하셨다.


난 지금 회의 시작해야 하니 조금만 참고

집에서 잠깐만 쉬고 있으시라고 말하고

전화의 통화 종료 버튼을 뚝 눌렀다.


그리고 자리에 모인 사람들을 죽 한번 둘러보고

회의를 시작하겠다고 말하려고 다시 눈을 들었다.


그런데 차마 그 말을 하기 전에 불길한 예감에 

알수 없던 감정이 왈칵 쏟아져 내려 버렸다.


어머니께서 많이 아프신 것 같다고, 

정말 죄송하다고 말하고 다 집어던진 채 

다급히 택시를 타고 집으로 향했다.


대문을 열어보니 어머니께서는 마루까지 

다 들어오시지도 못한채 신발장 부근에서 마늘을 까고 계셨다.


마늘을 까다가 잠시 나갔는데 넘어 지셨고

어머니는 내가 기다리라고 해서 하릴없이

마늘을 까면서 기다리고 있었다고 하셨다.


걸음은 못 걸어도 손은 자유롭다면서 손을 보여주셨지만

이미 다리는 물에 퉁퉁 불어버린 것 처럼 부어 있었다.


119 구급차를 타고 응급실로 향했다.

구급차에 누워있는 어머니 다리 밑에 쪼그려 앉은 채

겨우겨우 눈물을 참으며 병원에 도착했다.


어머니 다리도 고등학생 때 내 다리처럼

석고보형물 속으로 들어갔고, 목발을 받았다.


어머니는 고등학생 때 내가 쓰던 목발이 있었다면

목발 값은 아낄 수 있지 않았겠냐며 아쉬워 하셨다.


집으로 오는 택시 안에서 

어머니께서는 본인이 괜히 다쳐서 

내가 회사에서 다 던지고 나온 것 때문에

회사 짤리는 것 아니냐며 걱정하셨다.


난 어차피 우리가족 잘 살자고 돈 버는 건데

그깟 회사 짤리면 뭐 어떠냐고

걱정하지 말라며 어머니께 으름장을 놓고 있었지만

아직 언제든 회사로 돌아갈 수 있는 정장은 벗지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천만금을 가져다주는 아들보다

아플 때 바로 오는 아들이 훨씬 낫지 않냐며 

입고리를 실실 쪼개면서 어머니를 바라보았다.


그 순간 분명 내 입은 농담처럼 웃고 있었는데 

내 눈에서는 거짓말처럼 눈물이 떨어져 버렸다.


그리고는 집에 가는 택시 안에서 

어머니와 나는 말없이 창밖만 바라봤다.


집에 두고 온 마늘 때문에 

둘 다 눈이 매웠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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