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월의 김장김치
우리집 김장김치가 제일 맛있을 때는 봄이다.
계절이 바뀌고 훈풍이 불면서 입맛이 까칠해질 즈음 제대로 숙성되어 아삭하면서도 톡톡 유산균이 터지듯 김치의 김치다움이 입 안에 가득하다.
작년 12월 초에 김장을 담았으니까 3개월 숙성을 거쳐 제대로 된 김치 맛을 완성하는 것이다.
우리집 김장은 담자마자 바로 김치냉장고에 보관한다. 저온에서 그대로, 한 번도 열지 않고 먹을 때까지 쭉~
여름 지나 먹을 김치는 맨 아래칸에 여름에 먹을 김치는 중간칸에 봄까지 먹을 김치는 맨 위칸에 보관하고 때가 되어 먹을 때까지는 문을 열 일조차 없다.
며칠 전 새 통을 열어 김치 한쪽을 잘라 상에 올렸다.
잘 익어 깊은 맛이 아삭한 식감과 함께 식구들의 눈을 번쩍 뜨게 만들었다.
"와, 우리집 김치 진짜 맛있다!"
그렇다고 매해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김치의 맛은 최소한 한 달은 지나야 제대로 알 수 있기 때문에 1년 치 김치를 마련하는 우리집 같은 경우 잘못하면 1년 양식을 망치는 것이 되고 만다.
이런저런 해는 거르고 올해까지 스무 번 넘게 김장을 해왔지 싶다.
욕심껏 양념을 듬뿍 넣어서 돈을 처발처발 했던 어느 해는 봄이 되기도 전에 배추가 다 물러 그대로 버려야 했고, 국내산 고춧가루라고 하니 그런 줄 알고 장만한 어느 해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시커메져가는 김치를 다 먹을 수 없었다.
작년에는 몸값 비싼 생새우를 많이 넣으면 맛있는 줄 알고 생새우에 새우젓에 호사를 부려보았지만 시간이 갈수록 골마지가 생기며 맛이 겉돌았다. 결국 식구들은 요즘 사 먹는 김치도 맛있다며 영리하게 나를 위로하고 있었다.
이번 김장을 준비하면서 제일 조심했던 것은 '과하지 말자!'.
김장을 담는 일에도 세상을 사는 일에도 과한 것은 모자람만 못하다.
찹쌀풀 끓이는 물은 황태 머리만 우렸고, 생새우 조금, 멸치 생젓 국물만 아주 조금, 무와 갓 쪽파도 양을 줄이고 모자란 간은 멸치액젓으로 채우고 모든 재료를 줄이고 또 줄였다.
이제 큰 아이는 독립을 했으니 세 식구를 위한 1년 김치 60킬로를 김치냉장고에 차곡차곡 저장했다.
봄김치가 이렇게 잘 익었으니 한여름에 돼지고기를 숭덩숭덩 썰어 넣어 끓인 김치찌개가 우리 식구들 입맛을 되돌려줄 것 같다.
김치든 뭐든 언제나 모자람이 정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