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 Portugal 9) 포르투갈 전통 음악 파두
* Sawu bona(사우보나) : 아프리카 줄루족의 인사말. '나는 당신을 봅니다'라는 뜻. *
어느 여행지를 방문하게 되든 그 지역에서 오랫동안 사랑받고 있는 음악에 자연스레 관심을 가지게 된다. 포르투갈에서는 파두(fado)가 그러하다. 운명이라는 뜻을 가진 이 음악은 사우다드(saudade)라는 정서를 담아내고 있다. 사우다드는 포르투갈인들끼리 공유하고 있는 전통적 정서인데, 본질적으로는 '그리움'에 가까운 정서라고 한다.(미술관을 방문해서 작품명을 보니 영어로는 편하게 missing이라고 번역하더라.)
그리움은 부재하는 대상에 대해 가지는 감정이다. 어떤 연유로든(도약이든 패주든) 정들었던 곳을 떠나서 느끼는 향수,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낸 후 느끼는 애타는 사랑, 과거 영광이 가득했던 시절을 돌아보며 느끼는 서글픔... 이 모든 것이 사우다드 안에 있다. 사무치는 감정이라는 점에서는 우리네 "한"의 정서와 닮아 있다. 리스본 투어의 가이드분이 유명한 파두 가수 Bevinda가 우리 가요 '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양희은)'를 리메이크하여 부른 노래 'Ja Esta(이제는 되었어요)'를 들려주셨는데, 사우다드라는 감정의 실체를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었다.
사실 파두의 부흥은 40년간 이어진 살라자르 독재 정권이 펼친 우민화 정책 중 하나이다. 그들은 국민들이 대중가요에 빠져 들어 현실을 외면하기를 기대했고 이는 꽤 성공적이었다. 하지만 파두에 의해 불지펴진 민족정서는 정치적 목적을 뚫고 나왔으며, 이는 살라자르 사망 이후에 벌어진 카네이션 혁명에도 영향을 주었다고 한다. 이 시기의 파두를 이끌어 간 가수는 바로 아밀리아 호드리게스(Amália Rodrigues)이다. 그녀가 나고 자란 알파마 지역을 중심으로 리스본뿐만 아니라 포르투갈 곳곳에서 그 흔적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국민적 영웅이다.
포르투갈 여행을 떠날 때 막연히 파두라는 음악을 한 번쯤은 경험해 봐야겠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포르투갈어는 1도 모르는(사실 영어도 너무 미숙한) 여자 혼자 떠난 여행이라 고려해야 할 요소들이 많았다.
포르투갈에서는 펍, 레스토랑, 공연장 때로는 거리에서 파두를 만날 수 있다. 현지인들이 즐기는 파두에 가장 가까이 다가가려면 골목 깊숙이 숨겨진 펍을 찾아야 한다는 건 정설이다. 간단한 술을 주문한 후 현지인들과 스몰토크를 나누다 보면 방금까지 술을 내어 주던 가게 직원들이 마이크와 기타를 잡고 공연을 펼친다. 말만 들어도 환상적이다. 하지만 밤늦은 시간에 공연이 펼쳐지는 데다가 예매 없이 가게 앞에서 오래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한다는 단점이 있었다. 다른 유럽 도시에 비한다면 포르투갈은 비교적 안전한 나라이지만, 그래도 밤늦은 시간에 혼자 하는 외출은 가급적 삼가고 있었던 터라 망설여졌다. 오래 기다리다가 들어갔는데 너무 사람이 많아 내내 가수의 뒤통수만 보고 왔다는 후기까지 읽고선 다른 방법을 찾아보기로 했다.
두 번째 방법은 음악 예능 ‘비긴어게인’에서도 나왔던 파두 레스토랑을 방문하는 것이다. 대부분 어느 정도 격식을 갖춘 코스 요리 레스토랑에서 파두 공연이 펼쳐진다. 시간대도 적절하고 예약도 가능해 꽤 매력적으로 보였다. 하지만 식사 포함이다 보니 금액대가 비교적 높은 편이었고, 후기를 찾아보니 지불한 돈에 대한 만족도가 너무 엇갈려 끌리는 레스토랑을 찾기 어려웠다.
그래서 선택한 마지막 방법- 공연장에서 즐기는 파두! 예매가 가능하며 혼자여도 불편함이 전혀 없다. 금액도 적당한 편이다. 현지인의 진한 감성을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이지만 새로운 음악을 경험하는 데는 손색이 없어 보였다. 나는 리스본에서는 꽤 큰 규모의 공연장을, 포르투에서는 펍의 모습으로 꾸며 놓은 소규모 공연장을 방문했다. 애초에 관광객을 대상으로 기획된 것이라 검증된 실력의 노련한 가수들이 영어와 포르투갈어를 적절하게 섞어 구사하며 때로는 흥겹게, 때로는 절절하게 공연을 이끌어갔다.
사실 가사가 어떤 내용인지 모르는 상태로 멜로디만 따라가면서 굴곡진 비애감에 완전히 빠져들기는 조금 어려웠다. 공연 초반 심리적 거리감을 느끼던 내가 무대 위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감탄만 하기 시작한 것은 바로 파두 기타 연주자의 현란한 손놀림 때문이었다. 기타에 대해서는 정말 문외한이라 파두 기타가 일반 기타와 어떻게 다른지는 잘 알 수 없었지만, 음악을 이끌어가는 것은 그가 만들어내는 리듬과 선율이라는 건 분명히 알 수 있었다. 각기 다른 공연이었지만, 내가 만난 파두 기타리스트들이 모두 대단한 실력자임은 틀림없었다.
* 리스본의 파두 공연 : Fado in Chiado
- 1인 22.19유로
예매 : Fado in Chiado | Fado in Chiado (fareharbor.com)
* 포르투의 파두 공연 : Casa do fado
- 1인 19유로
- 공연장은 총 3곳이다. 각기 다른 느낌의 인테리어이니 마음에 드는 곳을 선택하면 된다.
예매 : 포르투: 포트 와인 한 잔과 함께 즐기는 라이브 파두 쇼 (getyourguid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