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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인 Dec 06. 2020

엄마 때문에 힘들 때 이겨내는 법

잔소리 극복편

'다 너 잘 되라고 그러는 거야.'의 모순


우리 엄마에겐 99%로 완벽한 딸이 있다.

1%만 채워지면 완벽하다.


'옷을 이렇게 입었으면....'

'걸을 땐 이렇게 걸었으면....'

'사진 찍을 때 이렇게만 웃으면....'


부족해 보이는 1%가 하나 둘 모여 내가 고쳐야 할 점들 밖에 보이지 않는다. 1%만 고치면 완벽한데 그게 너무나도 아쉬워서 나에게 매번 말한다.


다 너 잘 되라고 그러는 거야.


난 엄마에게 너무 자랑스러운 딸이고 엄마는 날 너무 사랑하지만, 엄마는 내가 가지지 않은 결핍에 집중되어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럴 때마다 부족한 1%들이 모여 내 자존감을 갉아먹고 있었는지 엄마는 모르신다. 다 나 잘 되라고 말씀하신 것들이 모여 나에게 얼마나 큰 숙제를 안겨다 주었는지.


그 숙제는 나 스스로도 나의 결핍에 집중하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학창 시절에 나는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해 가진 것들에 감사하는 법을 몰랐고, 부족한 부분에 집착했다. 정말 그렇게 해야 더 발전된 내가 되는 줄 알고 그렇게 해왔다. 그런데 그렇게 하면 할수록 내가 없어졌다. 무언가를 할 때도 이렇게 하는 게 맞는 걸까? 내가 잘하고 있는 걸까? 걱정이 많았고, 자신감이 없었다. 엄마 말대로 나는 99% 완벽한 사람인데도 불구하고 불안했다.


엄마가 되어보지 않아서 난 엄마의 마음을 몰랐다. 그렇기 때문에 엄마를 이해해 보려고 노력했다. 온전히 엄마 때문에 내가 이 숙제를 떠안게 되었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 영향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런 엄마도 나랑 다를 것 없이 선택지 없이 세상에 태어나 한 가정에서 자란 딸이었다. 엄마도 나와 같이 엄마의 엄마(외할머니)에게서 느끼는 것들이 있었을 것이고, 엄마가 풀어야 할 숙제에 영향을 받았을 것이다.


내가 어릴 적 엄마는 나를 깨울 때 세상 부드러운 목소리로 '공주야~.'하고 깨웠다. 어릴 때는 몰랐지만, 커가면서 그게 너무 낯간지럽고 이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엄마는 왜 나를 깨울 때 공주라고 해?'하고 물었다.

'엄마가 어릴 때 제일 싫었던 게 있어. 할머니가 엄마를 깨울 때 항상 창문을 벌컥 열고 이불을 걷어차고 소리치며 깨웠거든. 엄마는 그런 할머니가 너무 싫어서 나중에 결혼해서 아이가 생기면 내 아이에겐 절대 그렇게 하지 말아야지 다짐했어.'


나에게 말해준 에피소드는 하나였지만, 그게 다가 아니었다는 것을 나는 안다. 커가면서 보이는 엄마의 사소한 행동 하나하나가 어릴 적 엄마의 또 다른 상처로 인한 것들이라는 것을. 난 외할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초등학생 때 이후로 외할아버지를 보지 못했다. 외할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는 엄마를 통해서만 들을 수 있는데, 엄마는 외할아버지 얘기를 나에게 한 번도 해주신 적이 없었다. 엄마의 엄마도, 엄마의 아빠도 완벽한 부모가 아니었듯이 커가면서 떠안게 된 엄마만의 숙제도 분명 있었을 것이다. 그렇게 어린 나이의 엄마의 모습을 그려보니 엄마를 꼭 안아주고 싶었다.


이 세상에 성격 맞고 완벽한 모녀지간이 있을까? 왜 엄마와 딸은 항상 갈등이 생기고 어긋나는 일이 많을까? 친구나 배우자는 내가 선택할 수 있지만 엄마도 나도, 우리는 서로를 선택할 수 없었다. 서로를 선택할 수는 없었지만 서로를 너무나도 사랑하는 마음은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관계보다 더 깊고 크다. 애정이 없으면 관심도 없지만 엄마와 딸은 그 사랑이 지나쳐서, 엄마 말대로 더 잘 되라고 하다 보니 이렇게 된 것인지도 모른다.


엄마, 난 완벽하지 않아도 그냥 부족한 '나'로 사는 걸 선택할래요.


난 엄마를 변화시킬 수 없다. 하지만 나 스스로는 변화할 수 있다. 이제 엄마가 나에게 어떤 말을 해도 난 나 스스로가 다시 위축되도록 허락하지 않을 것이다. 나를 힘들게 하는 것은 엄마를 포함한 다른 어떤 누구도 아니라 나 스스로가 힘들도록 허락하는 것임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마가 그렇게 말할 때는 그 누가 나한테 하는 말보다 더 강력하게 나를 뒤흔들어 놓지만, 이제 엄마조차도 내 감정이 요동치게 허락하지 않을 것이다. 난 엄마에게 이 세상 그 누구보다도 소중한 사람이고, 내가 나를 지키는 법을 알았기 때문에.


더 행복한 내가 되면 그런 행복한 나를 보는 엄마도 더 행복해질 거예요. 엄마를 사랑하는 만큼 난 내 인생을 하루하루 더 행복하게 살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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