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찐이'의 시선

by 성실한 베짱이

찐이가 갓 돌이 지날 무렵, 아내에게 전화가 왔다. 다급한 목소리.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겨우겨우 알아들은 말은 아이가 이상하다는 것과 경기를 했다는 것이었다. 아내는 울지는 않았지만 우는 것이 편할 듯했다. 이를 악 물고 눈물이 나올 틈을 억지로 막고 있었다.


아이의 '경련'을 본 적이 없다면 평생 보지 않기를 권한다. 몇 번을 보아도 적응이 되지 않는다. 경련을 하는 1분에서 2분간, 아이는 의식을 잃는다. 그리고 크게 꿈틀댄다. 한 번, 두 번, 세 번...... 제발 이제 그만. 제발 돌아오렴. 제발 아빠를 쳐다보렴. 제발. 제발. 아이에게 눈을 떼지 않고 속으로 수 십 번, 수 백번 되뇐다.


이러다 우리 아이를 놓쳐 버리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이 내 의지와 상관없이 머릿속에 들어온다. 몸서리 치듯 이 생각을 지운다. 이내 다시 들어온다. 머리를 흔들어 쫓아내고, 다시 들어오고 쫓아내기를 반복하다 보면 다시 아이가 내 품으로 돌아온다. 경련을 하는 동안 그렇게 힘을 주고 몸을 뒤틀어 세상을 붙잡았나 싶다. 경련을 멈춘 아이는 힘 없이 잠이 든다. 아내와 나도 잠시 서로에게 눈길을 주고 깊은 숨을 쉰다.


이런 경련을 하루에 10번을 넘게 한다. 입 밖에 내면 한 없이 두려워지는 나쁜 생각에 입 안이 비릿하다. 입을 굳게 다물고 꿀꺽, 삼켜보지만 과음한 다음 날처럼 울렁거림이 계속된다. 그렇게 삼키길 수 차례. 나쁜 생각을 너무 삼켜 배가 불렀다.


응급실도 자주 가면 적응이 된다. 입원도 자주 하면 낯섦이 사라진다. 우리를 알아보는 간호사가 생긴다. 그러나 아무리 적응하려고 해도 절대 적응되지 않는 게 하나 있는데 바로 '라인잡기'다. 검사를 하든, 치료를 하든 무조건 라인이 잡혀 있어야 한다. 수액을 연결하기 위해 손이나 발의 혈관에 주삿바늘을 연결하는 일인데, 이건 아직도 적응이 되지 않는다.


죽을 듯 울며 발버둥 치는 아이의 손을 꽉 잡고 찌르는 바늘을 쳐다본다.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주삿바늘을 다시 찔러야 하기에 얇은 아이의 손목에 내 손가락 자국을 선명하게 남긴다. 이러다 다시 경기를 하지 않을까, 가슴이 조여 온다. 우는 아이 얼굴을 보면 가슴은 먹먹하다 못해 숯덩이가 되어 버린다. 이렇게 라인을 잡고, 뇌파 검사를 하고, MRI를 찍고, 혈액 검사를 하고 입원을 하고 퇴원을 하고 통원을 하고 응급실로 달려가고 다시 집으로 돌아온다.


찐이도 나도 아내도 지쳤다. 아내와 나는 지치지 않은 척하기로 했다. 서로 그러자 결의에 찬 눈으로 결정한 적은 없었지만 그래야 할 것만 같았다. 힘이 없으면 안 될 것 같았다. 힘이 빠진 그 자리를 죄책감이 채웠기 때문일까?. 그래서일까? 응급실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 어둠 속에 옅게 빛을 내는 '새벽별' 밑에서 우린 김밥을 사기로 했다. 웃으며 맛있게 먹기로 했다. 이 와중에도 배는 고프다며 시덥잖은 농담을 했다. 역시 집이 좋다며, 응급실은 이제 가지 말자며 서로의 입에 김밥을 넣어 주었다.


김밥을 먹으며 아내의 품에 안긴 찐이를 보았다. 병원에서 찐이는 무엇을 쳐다보고 있었을까? 울고, 울다 지쳐 잠들고, 깨어나면 다시 울며 쳐다본 건 무엇이었을까? 찐이의 시선이 머물러있던 곳은 어디였을까? 역시 엄마였을까? 나 아프게 하지 말라며, 도와달라며 엄마를 바라보고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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