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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실한 베짱이 Sep 09. 2019

회사를 '손절'해야 하는 3가지 이유

회사 선배의 회사에 대한 무의식적인 충성심

선배와 점심을 먹었다. 회사에 대한 이런저런 대화를 이어 나갔다. 거슬렸다. 그러나 면전에 대고 말할 수 없었다. 용기도 없었고 그럴 주제도 아니었다. 그래서 글을 쓴다.


아무리 가족이 좋아도 집에서 계속 가족들하고 있으면 지치잖아. 그래도 회사에 나와서 이렇게 일하는 게 정말 고마운 것 같아. 좋은 사람들도 많이 만날 수 있고, 동료들이 생기니까 말이야.

회사가 아니어도 좋은 사람들은 얼마든지 만날 수 있는 거 아닌가요?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있는 커뮤니티에 들어간다거나 같은 취미를 가진 사람들의 동호회를 들어간다거나 하는 말이죠.

회사에서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찾는 게 더 좋을 것 같은데!

왜요?

글쎄...... 잘 모르겠다. 어쨌든, 앞으로 10년은 회사를 다닐 수 있을 거 아냐. 일도 점점 편해질 거고. 몸도 편해지고. 이렇게 다니는 것도 좋은 것 같아. 군대랑 똑같지 뭐... 지금까지 12년 정말 금방 지나갔거든. 10년도 금방이야. 회사 참 좋은 거 같아.


<1. 나를 새장 속의 새로 만든다.>

실 선배에게 이렇게 말을 해주고 싶었다.


"당신은 회사에 길들여진 것이다. 회사가 전부고, 회사가 내 인생을 책임져 줄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내가 이렇게 말했다면 당연히 반박을 했을 것이다. 지금이 쌍팔년도도 아니고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어디 있냐고. 난 회사가 날 책임질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그렇다면 이렇게 물어볼 수 있겠다. 왜 회사에서 못 벗어나느냐. 왜 회사에 고마움을 느끼는가? 왜 회사 사람들과의 관계를 인생의 모든 인간관계 무의적으로 규정하고 있는가?


12년 정말 금방 지나갔으니, 앞으로 10년도 정말 금방이라는 말은 회사를 '버티고 돈 받는 곳'으로 생각한다는 뜻이다. 이렇게 내 시간을 팔아 버티고 버티는 인생이 정말 좋은 인생일까? 이등병이 일병이 되고, 일병이 병장이 되면 몸이 편해지듯이 그 희망을 가지고 회사를 계속 다녀야 하는 걸까?


새장에 있는 새에게 새 모이를 주듯이 나는 그렇게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적당히 편하고, 적당히 돈을 주고, 적당히 가끔 비싼 음식 먹고, 그럴듯한 옷과 을 사며 '지금이 그런대로 괜찮다...', '밖으로 나가면 고생이야...', '맹수에게 잡아 먹혀...'라고 생각하고 있다. 아니 그렇게 생각하도록 교육받고 강요당하고 있는 건 아닌가 생각한다.


회사는 '그냥 이렇게 사는 것도 나쁘지 않아'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변화 없이 그냥 그런 삶에 순응하게 만든다.



돈이 있으면 지금 당장이라도 회사 나가지. 그런데 돈이 없잖아.

돈은 회사 나가서 벌면 되잖아요.

에헤이~ 그러다 쪽박 차면 어떻게. 회사는 그래도 안정적으로 돈 주지만 나가면 그렇지 않잖아. 그리고 돈 많아도 불행해. 조현아 봐봐. 얼마나 불행하냐.


<2. 가장 불안정한 직업, 회사원>

사람들은 대기업이나 공기업을 다니면 안정적이라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이러한 직장은 잘 없어지지 않았고, 직원들의 돈을 떼어먹지 않았으니까. IMF 시절 커다란 구조조정을 거치며 생각이 많이 바뀌었겠지만 그래도 '내 마음 깊은 곳'에는 회사는 안정적이라는 믿음이 남아 있다.


어떻게 생각하면 맞는 말이다. 그러나 조금만 관점을 달리해 보아도 회사는 가장 불안정한 곳이 되어 버린다.

알렉스 베커는 그의 책 <가장 빨리 부자 되는 법>에서 회사가 안정적이기 위한 조건들을 말하고 있다.


(이 중 단 하나도 일어나는 안된다.)

1. 향후 30년 이내에 죽으면 안 된다.

2. 당신 잘못으로 해고당하면 안 된다.

3. 회사 사정으로 정리 해고당하면 안 된다.

4. 회사에서 당신이 하던 일을 외주로 빼면 안 된다.

5. 당신이 하던 일이 쓸모없어지면 안 된다.


(이 사건들은 반드시 모두 일어나야 한다.)

1. 당신의 회사가 계속 돈을 잘 벌어야 한다.

2. 경기가 나쁘지 않아야 한다.

3. 저축한 통화의 가치가 강세를 유지해야 한다.

4. 투자가 망해서는 안 된다.

5. 일을 그만둬야 할 만큼 큰 병이 생겨서는 안 된다.


10개 중 단 하나도 나 스스로 컨트롤할 수 있는 일이 없다. 내가 1%도 통제할 수 없는 이러한 일들이 향후 짧게는 10년 길게는 30년간 지속되어야 한다. 이렇게 불안정한 직업이 어디 있겠는가? 그럼 승진은? 일 잘하면 승진하나? 회사가 커져야 승진한다. 그리고 먼저 입사하면 먼저 승진한다. 능력을 본다고 하지만 아니다. 뼛속부터 연공서열이다.



요새 일이 편해져서 진짜 좋아. 연말에는 조금 바쁜데 지금은 좋아.

아... 그래요...

앞으로 일 점점 편해질거구. 회사 사람들 다 좋으니까. 같이 골프 치고 회식하고 좋잖아. 솔직히 난 불만이 없어.

근데 시간이 너무 부족하지 않아요? 출퇴근 시간까지 하면 7시부터 최소 8시까지는 회사에 투자하는 거잖아요?

그렇지. 그래도 회사 다니니까 돈 받고, 그래도 너무 비싼 건 아니라도 맛있는 거 먹고 옷도 좀 사고 그러는 거지 뭐. 조현아 봐. 부자라도 불행하잖아.

선배. 그 이야기는 벌써 많이 했어요.


<3. '나'가 사라진다.>

그의 행복은 전적으로 회사가 책임지고 있다. 회사가 일을 많이 주면 불행해진다. 회사가 자기와 안 맞는 미친 상사와 만나게 하면 불행해진다. 회사가 나가라고 하면 불행해진다.


이 선배는 임단협 이슈가 있을 때마다


 "회사에 불만이면 나가면 되잖아. 못 나가면서 왜 이리 불만만 많아"


이렇게 말하던 사람이다. 회사가 곧 자신이다. 회사를 적극적으로 대변한다. 회사가 망하면 내가 망한다고 생각한다. 날 일하게 해주는 회사가 고맙다. 불만 없이 시키는 일만 잘할 거다. 그래서 회사에 상사에게 잘 보일 거다. 이런 생각이 무의식뿐만 아니라 의식에 박혀있을 거다.


최근 업무가 많았다. 틀리면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일이었기에 열심히 했다. 모든 직장인이 말하는 것처럼 '적성에 안 맞지만' 열심히 했다. 그러나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만약 내 일을 이렇게 열심히, 꼼꼼히 했으면 얼마나 벌었을까? 성공했겠지?'


난 회사를 대신해서 일을 했다. 잘못되면 책임을 물을 것이기에 정말 열심히 했다. 여러 시나리오를 썼고, 문구 하나에 파급될 여려 영향을 고민했다. 그렇게 꼼꼼히 하나씩 따져가며 일을 했다.


회사는 나를 사라지게 만든다. 내 시간을 사라지게 만든다. 남들과 비교하게 만든다. '나'라는 존재 자체에게는 의미 없는 일을 하게 만든다. 누군가의 인정을 갈구하게 만든다. 내가 아닌 회사를 위해 살게 만든다. 수동적인 여가를 즐기게 만든다. 주변이 이런 사람들로 가득 채워진다.



어딘가에서 들었지만, 누가 했는지는 모르는 말 하나로 글을 마치려고 한다.


회사는 당신의 성공을 바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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