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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logue

아틀리에 속으로 걸어가다

by 레일라


나는 아틀리에라는 단어를 오래 사랑해 왔다. 그 안엔 미완과 실험, 고요한 반복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연습실과 작업실, 책상과 카페, 창문과 거울 앞- 우리는 각자의 장소에서, 같은 듯 다른 몸짓으로 자신을 연습한다. 아틀리에(Atelier)는 프랑스어로 '예술가의 작업실', 특히 회화, 조각, 공예 등의 물리적 창작공간을 뜻한다. 전통적인 뜻으로는 스승-제자 체계 속에서 기능을 익히는 예술교육의 장이기도 하다. 하지만 나는 이 단어가 꼭 물감 냄새와 캔버스, 스승과 제자가 어울리는 전통적 공간에만 머물지 않는다고 느꼈다.



아틀리에 개념은 예술 실천의 범위와 함께 확장된다. 파리에서의 작은 스튜디오, 한국의 연습실, 밤샘을 하는 카페 테이블, 새벽 창문 앞, 일기를 적는 침대 머리맡… 모두가 각자만의 아틀리에일 수 있다. 우리는 완성을 향한 창작이 아니라, 더 ‘나다운’ 존재로 살아가는 법을 시도한다. 물리적 제작이 아니라 일상을 마주하는 태도를 점검하는 공간이자 시간이 갖는 것이다.



재즈 보컬리스트는 지하철에서 리듬을 손끝으로 두드리고, 티칭 아티스트는 수업 준비를 하다 불현듯 마음이 흔들릴 때 거울을 마주한다. 나는, 혹은 당신은, 세상에 공표되지 않는 연습의 방에서, 오늘도 자기만의 리듬과 태도를 탐색한다. 아틀리에는 이제 한정적인 공간 그 이상으로, 실패와 반복, 관계와 쉼, 감각의 재조정이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사적인 훈련장이다. 남들이 모르는 내 작은 세계, 사방이 어지럽고 불완전한 그곳이야말로 내가 나를 연습하고 싶은 이유다.



더 이상 ‘완성’을 위한 폐쇄된 공간이 아니라, 일상의 일부이자 관계를 매개하고, 실패와 반복을 끌어안는 공간으로 재정의 되는 곳. 감각의 재조정이란 손끝이 피곤한 시각, 창밖을 바라보다 불현듯 떠오르는 말 한 줄을 붙드는 순간일지도 모른다. 남들에게 공개하지 않아도 괜찮은, 내가 실패할 수 있고, 돌아 나와 쉴 수 있는 장소와 시간이 있는가? 이 책을 읽는 당신 역시 언젠가, 어디선가, 자신만의 아틀리에를 짓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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