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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날마다 좋은 ㅎㅏ루 Apr 26. 2019

1화 누가 오키나와를 동양의 하와이라 불렀나

‘채다’ 가족의 당돌한 오키나와 여행기



이 글의 주 배경은 2019년 4월의 오키나와 가족 여행입니다.




장인어른은 이번 여행에 함께 하지 않기로 하셨다.

장인어른은 대체로 가족과 함께 여행하는 편이 아니었기 때문에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우리였다. 항공과 호텔까지 모두 예약해 놓고 여행날만 손꼽아 기다리던 어느 날 장인어른이 전화를 하셨다.


"오키나와가 동양의 하와이라면서? 그럼 나도 가야겠어" 뚝!


이 한마디에 모든 여행 일정이 어그러졌다. 하지만 오히려 다행이다 싶었다. 서둘러 항공원을 추가로 구매하고 렌터카도 조금 더 넉넉한 거로 변경했다. 호텔은 가서 부딪혀 보기로 했다.




나하 공항에 도착했다.


‘하이사이(はいさい), 우치나’

안녕, 오키나와


가슴속에서 오키나와 말로 인사를 했다. 오키나와는 이번이 세 번째 방문이다. 익숙한 공항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입국 심사를 마치고 나오면 바로 에스컬레이터가 보인다. 이 높고 기다란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오면 공항의 1층이다. 이 곳에서 게이트 문을 열고 나가면 남국의 습하고 무더운 공기가 폐로 스며든다. 폐 안의 공기가 뇌에게 신호를 보낸다. 지금부터 여행을 시작하라고. 그래서 나하 공항에서 이 곳 1층은 반갑고 정겹고 흥분이 이는 장소다. 하지만 장인어른은 그렇지 않았나 보다. 가족들을 인솔하고 렌터카를 찾고 짐을 싣느라 몰랐는데 차 안에서 장모님이 말씀하셨다.


"장인어른이 공항이 작아서 실망하신 것 같아. 입이 대빵 나왔어."


정신이 없어 장인어른을 살피지 못했는데 정말 얼굴빛이 어두워 보이긴 했다.


"자네, 오키나와가 동양의 하와이라면서 공항은 무슨 시골 터미널 같아"


조금 억울했다. 동양의 하와이라고 말한 사람은 내가 아니다. 그러고 보니 처가 부모님이 어떤 여행을 좋아할지 전혀 알지 못했다. 좋은 풍경과 맑은 공기가 있는 힐링이 되는 여행을 해야 할지, 관광과 쇼핑이 있는 북적거리는 여행을 해야 할지. 이번 여행이 그것을 찾아내는 과정이 될 것이다. 가능한 여러 가지의 선택지를 물색해 놨다. 플랜은 A부터 Z까지 있다. 렌터카를 빌리고 나니 시간은 오후 다섯 시 삼십 분. 우리들은 바로 아메리칸 빌리지로 향했다.


아메리칸 빌리지 대관람차, 저녁을 먹고 나니 밤이 되었다.


아메리칸 빌리지에 도착하니 저녁에서 밤으로 넘어가는 시간이었다. 오후 여섯 시 삼십 분이었는데 아직 밖은 환했다. 오자마자 장인어른을 먼저 살폈다. 다행히 매우 밝아지셨다. 반짝거리는 네온과 대관람차의 배경, 북적거리는 사람들. 이런 모든 것이 시골 터미널과는 다른 것이었다. 장인어른은 시골보다는 도시를 좋아하는 것 같았다.


"여기가 오키나와에서 가장 큰 도시네."


장인어른이 큰 소리로 말씀하였다. 아니 '지금부터 아메리칸 빌리지가 오키나와에서 가장 큰 도시다'라고 선포하셨다. 그렇다면 여기가 오키나와에서 가장 큰 도시인 것이다.


"여기는 그냥 마을 정도에 불과하고요, 오키나와에서 가장 큰 도시는 나하입니다."


나는 작게 말했다. 그러나 아무도 듣지 못했다. 입에서 나온 목소리는 작고 가늘게 내 똥꼬에 묻혔다.


배가 고팠다. 모두들 배가 고팠다. 이번엔 먹을거리가 시험대에 오를 차례다. 이곳에서 먹을거리로 준비한 플랜은 A부터 G까지 있었다. 우선 회전초밥으로 하마스시, 구르메스시, 쿠라스시가 있다. 한국식 회전초밥과 다른 점은 테이블에 개인 터치패드가 있어서 필요한 메뉴가 있으면 바로바로 주문할 수 있다는 점이다. 먹는 재미보다도 주문하는 재미가 있다. 그리고 이 곳은 스테이크로 유명하다. 일본어로 '데판야끼'라고 부르는 철판구이 스테이크로 포시즌스 스테이크가 있고, 스테이크 구이 체인점인 88 스테이크 하우스가 있다. 그리고 오키나와에만 있는 유명한 햄버거집 A&W가 있다. 유명하지는 않지만 맛이 괜찮은 라멘집도 있다. 이 중 우리들은 만장일치로 철판구이로 결졍했다. 은연중 '오키나와는 스테이크지'라는 생각이 다들 있었던 거 같다.


아메리칸 빌리지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천천히 걸어 포시즌스 스테이크로 향했다. 아메리칸 빌리지 주차장은 무료이고 주차장도 넓었다. 포시즌스는 대로변에 있어 조금 걸어야 했다. 아메리칸 데포(쇼핑센터)를 구경하면서 걷고, 대관람차 앞에서 기념사진도 찍고, 작은 다리를 건너 포시즌스에 도착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곳은 매우 훌륭했다. 식사와 분위기 모두 만족스러웠다. 가족들 모두 엄지를 내세웠다. 그리고 그곳에서 난 꿈에 그리던 우치난츄를 만날 수 있었다. 이 모든 이야기는 이제부터 이어진다.




# ‘하이사이’는 오키나와 말로 ‘안녕하세요’라는 뜻이다. 여자말로는 ‘하이타이(はいたい)’라고 한다.


제목 사진 출처

https://pixabay.com/get/57e9dc47495aa414ea898378cf2e30761022dfe05b53784f742c7fd4_1920.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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