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둘기를 쫓으며, 나를 돌아보다
낮의 햇빛이 베란다를 가득 채우면,
어김없이 비둘기가 날아왔다.
저층이라 그런가,
그 빛은 따뜻하고, 새는 느긋했다.
화단 가장자리에 내려앉아 고개를 갸웃거리고,
한참을 머물다 흔적을 남기고 갔다.
그 흔적은, 배설물이었다.
나는 괜히 마음이 상했다.
깨끗이 치우고, 결국 비둘기를 쫓는 장치를 달았다.
그리고 그날 오후, 문득 멈춰 섰다.
비둘기는 원래 야생에서 살던 존재 아닌가.
어쩌다 도시에 들어와
이토록 구차하게 사람들 틈을 떠돌게 되었을까.
내 마음에 물었다.
나는 왜 그렇게 비둘기가 싫었을까.
무엇이 나를 그렇게 불편했을까?
나는 베란다 문을 닫으며 생각했다.
어쩌면, 나도 저 비둘기 같다고.
나는 도시에서 어떤 새로 살고 있을까?
나는 아이들을 대단하게 키우는 것도 아니고,
화려한 삶을 꿈꾸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왜 이렇게 서울에서 보통으로 사는 일이 버겁게 느껴질까.
사람들 틈에서 부딪히고, 삶의 틈새로 밀려나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는 나.
이게 정말 내가 계속 살아가야 하는 길일까?
그 질문이 내 안에 머물렀다.
그리고 그때, 미국에서 보낸 3년이 떠올랐다.
그곳에서 나는 처음으로 속도를 늦출 수 있었다.
무언가를 이루지 않아도 괜찮았고,
잠시 멈춰 서 있어도 삶은 흘러갔다.
햇빛 아래에서 커피를 마시며
‘오늘 하루만 잘 살자’고 다짐하던 시간들.
그 단순한 마음이 내 안의 기준을 바꿔놓았다.
다시 한국으로 돌아온 지금,
나는 다시 빨라진 시간 속에서, 스스로를 잃고 있다.
육아휴직의 끝자락에서 나는 또다시 묻는다.
돌아갈까, 나아갈까.
아직 답을 정하지 않았다.
그래서 책을 펼치기로 했다.
『여자에게 일이란 무엇인가』, 『집에서 일하는 사람들』, 『월든』 같은 책들.
일과 자아, 가족과 나의 관계를 다시 바라보기 위해서.
책 한 권이 끝날 때마다 마음에 남은 문장을 붙잡고
나의 생각과 일상의 조각을 엮어
한 편의 글로 남기려 한다.
<돌아갈까, 나아갈까〉는
책을 읽으며 길을 찾아가는 사람의 기록이다.
복직일 수도, 새로운 시작일 수도,
혹은 완전히 다른 나로의 전환일 수도 있다.
나는 정답보다 과정을 믿기로 했다.
책 속에서, 글 속에서
조금씩 나의 방향이 보이길 바란다.
어쩌면 그 길의 끝에서 나는,
도시의 비둘기처럼 여전히 사람들 사이를 날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번에는 쫓기지 않고,
내가 앉고 싶은 곳에 잠시 머물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