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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렁찬 울음소리가 방 안을 가득 채웠다.
빨갛고 말랑한 피부, 머리 위를 빽빽이 덮은 검은 머리칼. 갓 태어난 아이는 눈조차 뜨지 못한 채 낯선 세상에 대한 당혹을 쉬지 않는 울음으로 내보였다. 품에 안기기 전, 아이를 만들겠다고 결심한 건 나였지만—막상 실제로 마주한 그 순간, 눈물이 차올랐다. 살면서 배운 수많은 지식 중 유일하게 경험과 맞닿아 있는 진실. 그것이 지금 내 품에서 울고 있었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나는 수많은 것들을 학습하며 자라왔다. 사실 확인조차 없이 지식을 계속 시험당하며 어른이 되었고, 그 상태는 평생 이어질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주변 사람들은 그것을 평범한 일상이라 불렀다. 그리고 평범한 것이 제일 어렵다고 말하곤 했다. 하지만 나에게 평범함은 자유가 아닌, 감옥이었다.
부모의 뜻에 따라 먹고, 자고, 배우고, 사회화된 인간으로 길러졌다. 그렇게 자라 사회에 던져졌을 때 누구도 방법을 알려주지 않은 채, 스스로 먹고사는 법을 터득해야 했다. 그러나 이건 결코 자율이 아니었다. 나를 만든 사람들과의 관계는 내가 문제없이 살아야 한다라는 형태로 나를 조여왔다. 그건 바람과 소유가 뒤섞인 족쇄였다.
사랑은 늘 어렵고도 이해되지 않는 개념이었다. 부모에게 배운 사랑은 책임감과 소유에 가까웠다. 세상은 우리에게 어릴 적부터 사랑을 배우라 가르친다. 아이에게 “사랑해요”라고 말하면 아이는 무언가를 흉내 내듯 반응한다. 하지만 그건 진짜 사랑일까. 사랑은 아낌없이 주는 것이라고들 말하지만, 실체 없는 감정이 어떻게 증명될 수 있는가. 동물의 번식 본능도 사랑이라 치장되고, 인간의 애정 표현도 결국 본능 이상의 의미로는 와닿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사랑을 알고 싶어졌다.
여러 사람을 만났고 결혼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사랑이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함께 살아가는 또 다른 보호자를 만난 느낌이었다. 조금 더 솔직히 말하면, 새로운 족쇄를 하나 더 찬 느낌이었다. 평범한 일상을 가능케 해줄 또 하나의 시스템.
그래서 결심했다. 아이를 만들자고. 여성으로서 내가 할 수 있는 유일무이한 창조. 생명을 만들어내는 일. 혹시 그것으로 사랑을 확인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세상은 아이를 사랑의 결실, 축복이라 부른다. 그렇다면 사랑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은 ‘아이’ 아닐까?
그리고 지금 나는 사랑을 마주하고 있다.
온몸이 찢어질 듯한 고통 속에서도, 정신이 아득한 순간에도, 목덜미에 소름이 돋았다.
내가… 사랑을 만들었다.
생명이 생겨났다.
본능의 산물인 행위가, 생명을 낳았고, 그것을 ‘사랑’이라 부르는 이 세계를 나는 지금 눈으로 보고 있다. 아무것도 모르는 완벽히 비어 있는—투명한 유리 같은 생명. 어떤 개념도 아직 담기지 않은 백지상태의 사랑.
그 순간 나는 처음으로 궁금해졌다. 이 백지상태의 사랑은 앞으로 무엇을 채워갈까? 평범한 일상이라는 틀로부터 자유로운 전혀 다른 생명은 어떤 세상을 살아갈까?
나의 아이는, 나와 다르게
백지에서 모든 것을 새로 그려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