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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곽민주 Jul 15. 2024

방랑기

#에필로그

이야기를 끝마치기 전에 이 글을 끝까지 읽어주셨던 독자분들에게 먼저 미안하다는 이야길 해두고 싶다. 이 구구절절한 사랑기는 허구이기 때문이다. 이른 봄에 광주에 다녀온 것은 맞지만, ‘선엽’과 ‘정원’은 허구의 인물이다. 실제로 광주에는 친구 1명과 다녀왔다. 물론 선엽과 정원의 이야기 역시 그 친구의 이야기도, 내 이야기도 아니다. 그러나 이야기를 마무리 짓는 지금, 어쩐지 어디엔가 두 사람이 존재하고 있을 것만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 이야기에서 진실은 오직 여행을 하며 내가 느꼈던 감상들이다.


  이 이야기를 시작할 때까지만 하더라도 나는 알 수 없는 확신에 가득 차 있었다. 그러니까 무사히 재미있는 이야기를 쓸 수 있을 거라는 자신이 있었다. 겨울에 기획해 이른 봄에 여행을 다녀오고, 여름에 마무리한 이 이야기가 진행되는 동안 ‘변수’에 대해 생각했다. 여행을 하는 일도, 사랑을 하는 일도 모두 변수로 인해 전혀 다른 결과값을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이번 여행을 통해 깨달았던 것 같다.


  여행은 우리에게 ‘방랑’할 자유를 선사한다. 현대사회에서 우리는 ‘어른’이라는 외피를 입은 채 마음껏 방랑하지 못할 때가 많다. 실수가 용납되지 않는 사회, 단 한 가지 시선으로 모든 인상이 규정되어 버리는 단순하지만 잔인한 세계에서 우리는 방랑보다는 도망가는 쪽을 택하기도 한다. 사랑도 마찬가지 아닐까? 스물아홉의 한가운데, 이쯤 되면 조금 더 성장했다고 자신하더라도 ‘사랑’은 결과값이 정해진 운동이나 공부와는 조금 다른다는 생각이 든다. 여행을 하듯 좀체 변수를 예측할 수 없고, 때로는 길을 잃기도 하며, 그를 통해 나 자신을 조금 더 잘 알게 되는 과정, 오직 나만이 해낼 수 있는 명랑하고 귀여운 시절.


  이번 여행을 통해 나는 나를 둘러싸고 있던 여러 겹의 편견을 조금씩 부순 듯하다. 여행을 마친 뒤 봄과 초여름에 또 여행을 다녀왔고,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나는 여행 중이다. 여행을 마칠 때마다 수없이 헤매이고, 퉁퉁 부은 다리를 어루만지며 다시는 떠나지 않겠다고 다짐하면서도, 나는 또다시 여행을 떠날 계획을 세우고 있다. 현실의 삶을 벗어나 오로지 ‘나’라는 사람을 그 자체로 바라볼 수 있는 순간, ‘방랑‘은 시작하기 전에 언제나 두려움을 주지만 우리의 인생에 ’방랑‘이 없다면 지속 가능한 삶에 대해 고민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불확실성 속에서 앞으로 나아가기. 첫 여행보다 다음의 여행에서 오늘의 나는 조금 더 단단해진 듯하다. 그래서 이제 나는 다음 여행이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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