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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규형 May 12. 2024

비교불가

있는 그대로

9. 비교불가


비교하는 것

 독자는 평소 무언가를 비교하며 살아가는 편인가? 이번 글에서는 이 '비교'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려 한다. 이 '비교'란 것은 인간관계에서 가장 큰 걸림돌이다. 또한 나를 사랑하는 것에 있어 경계해야 할 대상 1순위다.


 우리는 쉽게 비교하고 쉽게 상처받는다. 비교하고 싶지 않은 마음은 굳건하지만, 이는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그렇다고 비교가 완전히 나쁘기만 한가? 그건 또 아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비교에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어떤 식으로 접근해야 비교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을까?


 비교를 자신의 것으로 만든다면, 비교를 통해 건강한 자극을 받고 나아갈 수 있으며 쉽게 휘둘리지 않을 수 있다. 쓸데없는 에너지 낭비를 하지 않을 수 있다. 쉽게 비교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 비교를 아예 안 할 수는 없으니 필요한 비교만 해야 할 것이다.


열등감과 우월감

 비교를 하면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감정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열등감이고 다른 하나는 우월감이다. 우리는 어쩌면 이 두 감정을 느끼기 위해 비교를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두 감정이 우리에게 도움만 된다고는 쉽게 말할 수 없다. 이 감정들에 대해 좀 더 깊게 얘기해 보자.


 열등감.

아마 우리는 우월감보다는 열등감을 쉽게 느낄 것이다. 이 감정은 우리를 망가뜨리기 가장 쉬운 감정이다. 타인에게는 있고 자신에게는 없는 것을 비교할 때 생기곤 한다. 비교가 깊어지면 깊어질수록 이 감정은 깊게 사무친다. 열등감이 자리 잡기 시작하면 점점 스스로 깎아내리게 된다. 결국 장점보다는 단점을 보게 되고, 자신에게 없는 것에 대해 동경하게 되며 그게 없는 자신을 연민하게 된다. 

 

 열등감이 좋게 작용할 때도 분명 있다. 열등하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스스로 개선해 나가려 노력하는 것이다. 자만하지 않고 계속해서 발전해 나갈 명분이 되어주기도 한다. 열등감을 잘 사용하기 위해서는 먼저 인정이 필요하다. 자신이 타인에 비해 열등한 부분을 가감 없이 인정하는 것이다. 그 후 그 부분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해 나가는 것은 좋은 영향이 될 수도 있겠다. 중요한 건 인정까지만 하는 것이다. 나아가 자신을 연민하거나 깎아내리는 과정은 굳이 필요치 않고 오히려 독이 된다. 물론 열등감에서 시작한 노력은 다시 열등감에 의해 포기하게 되기도 하고, 우월감을 느끼게 되는 순간 놓아버리기도 한다는 단점이 있다. 


 우월감.

우월감은 열등감과 연결되는 감정이다. 남들보다 열등하고 싶지 않은 마음에 우리는 우월감을 부러 만들기도 한다. 우월감은 좋은 감정이라고 생각하는 독자들이 몇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우월감 또한 좋은 감정이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우월감이 과해지면 자만하고 거만해진다. 또 계속해서 타인의 단점을 보고 심지어는 비하하기도 한다. 자신이 우월한 부분만을 강조하며 단점은 숨기려 한다. 하지만 세상에는 너무나 다양한 사람이 있기에 자신이 아무리 우월해도 더 위에 있는 존재가 분명 있다. 그런 존재를 만나면 부정하려 들며 결국 스스로 망하는 길을 걷게 될지 모른다. 


 우월감 또한 좋게 작용할 수 있다. 스스로 우월하다는 감정이 들면 누구나 들뜨기 마련이다. 자신감을 높여주기도 하고 자존감의 토대가 되기도 한다. 여기서 유의할 점은 자만하지 않는 것이다. 진정 겸손할 수 있어야 한다. 위에도 말했지만 세상엔 너무나 다양한 사람이 있고 자신보다 우월한 사람도 분명 존재할 것이기 때문에. 자신의 장점을 보고 더 발전해 나갈 수 있는 힘을 얻을 수도 있겠다. 다른 사람의 우월한 부분을 인정해 주고 자신도 더 우월해지기 위해 노력하는 것도 좋겠다.


 열등감과 우월함. 비교가 만든 감정. 타인과 비교할 수도 있겠지만 가능하다면 어제의 자신과 비교해 보는 것이 더 좋을 것이다. 우월도 열등도 사라지고 그저 발전해 나가는 자신이 될 수 있다. 어떻게 하면 타인보다 우월해질 수 있을까, 덜 열등할 수 있을까가 아닌, 어떻게 하면 스스로 더 좋은 사람이 될 수 있을지 알아가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자신의 열등한 부분과 우월한 부분을 정확히 인지하고 나아간다면 훨씬 수월할 것이다. 타인과 비교하기보다는 자신과 비교하며 자신만의 길을 개척해 나가면 좋겠다.


행복과 불행

 행복과 불행은 비교할 수 없다. 각자 행복의 가치와 정도가 다를 것이고 불행의 가치와 정도도 다를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쉽게 행복을 비교하곤 한다. 상대의 행복을 자신의 행복의 기준에 맞춰 비교한다. 그리곤 생각한다. 나는 왜 저만큼 행복하지 못할까. 나는 왜 저만큼 행복하지 못할까라는 말은 성립될 수 없는 말이다. 스스로 있는 환경 속에서도 얼마든지 행복은 찾을 수 있다. 


 '타인이 얼마나 행복한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행복을 바라봐야겠다. 그는 그의 환경 속에서 자신의 행복을 찾은 것뿐이다. 누구보다 행복하지도 불행하지도 않다. 행복과 불행은 자신만의 것이기에. 행복을 비교하기보다는 자신의 행복을 찾아보면 어떨까? 


 불행 또한 마찬가지다. 네가 더 불행하네, 내가 더 불행하네 하는 식의 대화는 의미가 없다. 예를 들어보겠다. 전쟁으로 가족을 모두 잃은 사람이 더 불행한가, 아니면 사고로 식물인간이 된 사람이 더 불행한가. 이 질문에 답은 없다. 없어야 한다. 각자의 불행은 각자의 것이기에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다. 누군가는 연인과의 이별이 가장 큰 불행이 될 수도 있고 또 다른 사람에게는 직장 상사에게 매번 혼나는 것이 최고의 불행일지 모른다. 


 불행은 행복보다도 비교하면 안 되는 것이라고 작가는 생각한다. 행복은 그래도 긍정적인 감정이기에 서로의 긍정을 비교하는 것이지만, 불행은 부정적인 감정을 비교하는 것이기에 더욱 무섭다. 비교하는 과정에서 점점 더 불행해지고 부정적으로 빠지기 쉽다. 그러다 어느 순간에는 자신의 불행을 이용하기도 한다. 나는 이만큼 불행한데 불쌍하지도 않아? 하는 식으로 말이다. 이는 불행한 이가 주도권을 잡기 위한 협박일 뿐이다. 내가 가장 불행하니까 나한테 더 신경 써줘 하는 마음이 담겨있는 협박.


 자신이 불행하다고 느낀다면 먼저 왜 그런지 이유를 찾아봐야 한다. 원인을 알게 된다면 돌파할 수 있는 방법은 생각보다 금방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때 타인의 행복과 불행은 생각지 말자. 그저 자신의 행복을 찾아가면 그걸로 그만이다. 


 불행하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것이기에 행복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팁을 하나 주고자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행복이 엄청나게 대단한 것이라 생각하곤 한다. 그래서 큰 시험을 합격하거나 일의 성과가 좋을 때 같이 중요한 일들에서 행복을 찾곤 한다. 물론 그것도 분명 행복이다. 어쩌면 큰 행복일지 모른다. 

 하지만 행복은 오히려 소소한 곳에 자주 숨어있다. 시간이 늦을까 뛰어갔는데 마침 버스가 왔다거나 횡단보도 신호등이 바로 바뀐다거나 하는 아주 사소한 일에도 행복은 숨어있다. 그리고 인간은 이런 사소한 일에서 행복을 느끼기 쉽다. 큰 행복만을 기대하고 있으면 이런 작은 행복들을 전부 놓치기 십상이다. 소확행이란 말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니다.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우리는 이 행복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여유로움 속에서 마시는 맥주 한 캔, 고된 일이 끝나고 피우는 담배 한 개비, 하루를 마치고 침대에 누워 잠이 드는 순간 등 행복은 참 다양한 순간에 숨어있다. 작은 것에 감사하며 살아간다면 이런 작은 행복들이 독자들에게 찾아올 것이다. 작은 행복은 모여 모여 큰 행복이 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있는 그대로 

 우리는 우리의 모습을 그대로 보기보다는 우리가 원하는 모습과 비교하며 보곤 한다. 그 결과, 그 비교 속에서 점점 스스로를 깎아내리고 좌절한다. 그저 있는 그대로 인정해 보는 건 어떨까.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못하더라도, 별로라도. 일단 있는 그래도 인정해 보는 건 어떨까. 그 후에 바꿔봐도 늦지 않다. 굳이 스트레스받으면서 차이를 느끼고 비교하며 살아가기에 독자는 이미 좋은 사람이다. 쉽게 생각한다면, 타인을 보는 시선으로 자신을 바라보면 될 것이다. 유독 자신 스스로에게 더 엄격한 기준을 부여하는 현대인들에게 이만한 방법이 없다. 그럼 독자는 이미 충분히 좋은 사람일 것이다.

 잘한다는 칭찬을 받았을 때도 정말 그런지 의심하기보다는 일단 인정해 보는 게 어떨까. 잘한다는 말이 최고의 상태로 더 할 게 없다는 것이 아니라 그 단계에서 잘하고 있다는 말일테니. 인정하고 더 잘하려 해도 되지 않을까. 그 말을 의심하는 순간, 그 말을 진심으로 한 그 사람의 용기를 무시하는 것과 다를 게 없다.

 자신에게 만족하고 싶다면 지금 모습을 직시하고 받아들이면 된다. 지금 모습에서 만족하는 법을 배우면 된다. 우리가 원하는 이상향은 그저 이상향일 뿐이다. 꼭 이상형과 사귀지 않는 것처럼, 꼭 이상향이 될 필요도 없지 않을까. 


 '아름답다'는 말의 어원은 '나답다'라는 말이라고 한다. 가장 아름다운 건 가장 나다운 것이라는 말이다. 생각보다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쉽지 않다. 생각을 얹고 얹은 다음 받아들이는 경우가 허다하다. 하지만 꾸며진 그 어떤 것보다 본연의 것이 가장 예쁘다. 마음을 열고 있는 그대로의 나를 꼭 안아주자.


비교불가

 독자는 그 누구와도 비교불가한 사람이다. 이 세상에 단 한 사람뿐인 사람. 누구도 독자를 대체할 수 없다. 존재만으로도 이미 비교는 불가능하다. 그러니 굳이 타인과 비교하지 않았으면 한다. 이미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소중한 자신이니까. 그동안 매번 비교하며 살았다면 이젠 비교불가한 자신을 아껴주며 살아가는 건 어떨까.


작가의 말

 글은 이렇게 쓰지만 작가도 사람인지라 쉽게 비교의 늪에 빠지곤 한다. 하지만 금방 빠져나올 줄 알게 되었다. 타인이 나보다 잘났다고 해서 내게 좋을 건 뭔가, 타인이 나보다 못났다고 해서 내게 좋을 건 뭔가. 아무것도 없다. 타인은 타인일 뿐 내 인생과 무관하다. 그러니 비교도 덧없는 생각일 뿐이다. 그런 의미 없는 생각에 빠져 인생을 허비하기에 한 번뿐인 삶이 너무 아깝지 않은가. 다시 돌아오지 않을 순간을 그렇게 보내고 싶지 않았다.


 작가도 연기를 처음 시작할 즈음 비교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렸다. 

처음 찾아간 연기 학원에는 잘생기고 키 크고 목소리 좋고 멋진 사람들이 넘쳤다. 그 사이에서 작가는 점점 작아져만 갔다. 


내가 연기를 해도 될까. 

나는 저렇게 생기지도 않았고 목소리도 그저 그런 평범하기 그지없는 사람인데. 

대학에서 나를 뽑아주긴 할까.


 생각이 많아져갈 때, 작가는 생각을 바꾸기로 했다. 외적인 조건이 평범하다면 실력을 쌓으면 되는 것 아니겠나. 그래서 그때부터 어제의 나와 비교했다. 어제보다 하나라도 발전한다면 그걸로 만족이었다. 타인이 연기를 얼마나 잘하든, 얼마나 외적으로 뛰어난지는 중요치 않았다. 그저 나와의 싸움이었다. 그 결과 작가는 작가보다 잘났다고 생각했던 모든 이들 앞에서 당당히 한예종에 합격하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비교의 위기는 자주 찾아왔다. 실력이 늘기 시작한 후로 다들 작가를 우월하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작가는 우월의 늪에까지 빠질 만큼 바보는 아니었다. 겸손하기 위해 노력했다. 이는 생각보다 쉬웠다. 나보다 대단한 사람은 무조건 있다는 생각을 하면 내가 이 작은 우물에서 우월한 건 아무 의미 없었다. 아직 부족하다고 생각하며 매일을 노력했다. 

 반대로 열등감도 자주 생기려 했다.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었는데 실력이 대단한 친구들, 외적으로 뛰어난 친구들, 이미 입시를 경험하고 다시 도전하는 사람들. 다들 너무나 우월했고 그 사이에서 작가는 열등했다. 하지만 기죽지 않았다. 그저 내가 나로서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했다. 열등감은 자연스럽게 사라졌고 작가는 점점 좋은 사람이 되어가고 있었다. 그 과정에서 지금의 단단한 중심이 생기지 않았나 생각한다. 스스로와의 싸움은 자신감을 불러일으켰고 자존감을 채워주었다.


 독자도 이 글을 읽은 후로는 비교를 덜 했으면 한다. 또 작은 행복들을 발견하면 좋겠다. 있는 그대로 자신을 보고 그렇게 자신을 사랑해 가면 좋겠다. 독자는 그 존재자체로 이미 빛나는, 비교불가한 사람이다. 그런 독자를 마음 속에서 열심히 응원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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