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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규형 Apr 28. 2024

상처받고 깨어져도

상처받을 용기를 위해

7. 상처받고 깨어져도


상처와 깨짐

  요즘 사람들은 두려움이 많다. 귀찮음 뒤에 숨어 자신의 두려움을 내비치지 않을 뿐이다. 귀찮다는 건 그것을 해낼 용기가 없다는 것과 같다. 용기 잃은 사람들은 두려움 속으로 점점 더 깊이 빠져든다. 숨고 도망가고 감아버리기 일쑤다. 타인이 두려움 없이 용기 있는 모습을 보이면 질투하면서도 자신이 용기를 내진 못한다. 용기를 바라면서도 말이다. 누군가 용기를 주려하면 되려 화를 내기도 한다. 


 세상이 너무나 날카로운 탓에 다치고 상처받고 깨어지곤 한다. 그런 세상 속에서 용기를 내기란 쉽지 않다. 상처받기 싫고 깨지기 싫은 건 모두 똑같기에. 결국 위에서 말한 두려움도 상처받기 싫고 깨지기 싫은 마음에서 비롯된다. 작가는 오늘 이 상처와 깨짐에 대해 말해보려 한다.


흔들리며 피는 꽃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은 없다.'

 살면서 한 번쯤은 들어본 문장일 것이다. 참 단순하면서도 명확한 문장이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은 없다. 하지만 꽃은 그 흔들림 속에서 아름답게 피어난다. 반대로 '온실 속 화초'라는 말도 있다. 온실 속에 피어난 화초는 아름답겠지만 위치를 옮기는 순간 꺾여버릴 것이다. 


 사회는 그렇다. 온실이 될 수 없다. 수많은 흔들림이 있는 곳이 바로 사회다. 가끔은 태풍이 불고 비가 쏟아지고 번개가 치며 눈이 내린다. 그 수많은 흔들림 속에서 우리는 살아가야 한다. 어쩌면 살아남아야 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아무리 집이라는 온실에서 자란다 해도 우리는 결국 사회로 나가게 된다. 그렇게 온실 속 화초는 흔들림에 못 이겨 꺾여버린다.


 온실을 나와 사회에 발을 들일 때 우리의 두려움도 시작되는지 모른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나만 흔들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모두가 흔들리고 불안정하게, 하지만 꿋꿋하게 성장해 나간다. 그러니 흔들려도 괜찮다. '흔들리며 피는 꽃'이 되어도 괜찮다. 대신 흔들릴 순 있어도 꺾이지는 않아야겠다. 아무리 흔들려도 우리는 꽃이 될 것이다. 흔들리기 두려워 낮게 피어난다면 햇빛을 받지 못해 금방 사그라들고 말 것이다. 어쩌면 흔들림이 아름다움을 만드는지도 모르겠다.


 가끔 길을 걷다 보면 돌담에, 시멘트 사이에, 벽돌 사이에 피어난 민들레가 보이곤 한다. 민들레를 보면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참 이 작고 연약한 노란 꽃은 어디서도 잘 피어나는구나, 어떤 흔들림도 잘 이겨내는구나. 우리도 민들레를 본받아 그렇게 살아갈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상처받고 깨어져도

 상처받아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그 상처를 딛고 일어나기가 얼마나 어렵고 힘이 드는지.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하고 많은 힘을 필요로 한다. 그렇지만 그들은 또 알 것이다. 일어나 있는 것이 훨씬 낫다는 것을.


 어릴 때 우리는 자주 다치고 상처받는다. 뛰어놀다 넘어져 팔꿈치가 까지고 무릎이 까져 피가 나기도 한다. 하지만 아이들은 금방 털고 일어난다. 조금 흐른 눈물이 무색하게 금세 순진무구한 웃음을 지어 보인다. 아픔은 곧 사라지고 피가 났던 곳에는 딱지가 생긴다. 성인이 된 우리는 부끄럽게도 이런 아이들의 모습을 본받을 필요가 있다. 훌훌 털고 일어나는 법을 배워야 한다. 다시 뛰어놀 수 있는 용기를 배워야 한다. 독자에게도 그렇게 두려움 없이 살았던 시기가 있었다는 것을 기억하길 바란다.


 아이에게 상처는 삶을 배워가는 수단이 된다. 뛰어다니다 넘어져 다쳤다면 마구 뛰어다니는 건 위험하다는 걸 배울 것이고, 장난을 치다 다쳤다면 심한 장난은 피하게 될 것이다. 이처럼 상처는 우리에게 뭔가를 준다. 가장 쉬운 예로 우리가 걸음마를 시작할 때, 아니 서기를 시작할 때, 더 나아가 기어 다니기 시작할 때 우리는 두려워하지 않는다. 하지만 기어 다닐 때 아이의 발에는 물집이 잡히고 까지기도 하며 상처가 생긴다. 서려고 할 때는 계속해서 넘어져 엉덩방아를 찧곤 한다. 걸어 다닐 때도 마찬가지다. 그렇게 기어 다니는 법을, 서는 법을, 걷는 법을 배운다. 그때 우리는 아픔을 두려워하기보다 원하는 것을 위해 계속해서 나아갔다. 나이가 들어도 똑같다. 원하는 것을 위해 나아가려면 조금의 아픔은 감수해야 한다.


 물론 어른이 된 우리가 받는 상처는 아이일 때와는 차원이 다를 것이다. 인간관계에 상처받고 믿음을 배신당하기도 하며 사랑에 아파하기도 한다. 이런 상처들은 쉽게 회복되지 않는다. 그렇지만 두려워하는 동시에 우리는 알고 있다. 극복하지 못하면, 용기 내지 못한다면 다시는 인간관계를 만들 수도 누구를 믿을 수도 사랑할 수도 없는 사람이 되고 만다. 그건 너무 슬픈 일일 것이다.


 세상을 살아가는 그 누구도 누군가에게 상처받고 싶어 하지 않는다. 하지만 작은 상처 하나 없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상처받지 않으려면 상처받는 것을 두려워해선 안된다. 대신 상처가 난다면 어떻게 치료할지 생각해야 한다. 아무리 상처받지 않으려고 노력해도 너무나 다양한 사람들이 사는 세상 속에서 상처받지 않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상처를 치료하는 과정에 있다. 치료하는 과정에서 얻는 것. 앞으로 똑같은 일이 생겨도 잘 버틸 수 있는 약, 비슷한 일을 겪으면 치료할 수 있는 밴드, 아픔을 이겨내는 방법 등을 얻는다.

 

깨지지 않는 사람

 상처를 입고 입다 보면 우리는 조금씩 단단해진다. 너무나 연약했던 우리는 상처를 입으며 강해진다. 물론 사람마다 상처받았어도 여전히 연약한 부분이 있을 것이다.


 당장의 상처는 죽을 만큼 아플 수 있다. 하지만 그 아픔의 시간이 지나고 우리가 다시 일어난다면 한 단계 더 단단한 사람이 되어있을 것이다. 어떨 땐 일어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고 또 어떤 일들은 금방 털고 일어날 수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일어나는 것, 그 자체이다. 


 상처 입었던 곳이 다시 다치면 더 아플 수도 있지만 이미 한 번 입은 상처는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를 좀 더 금방 알 수 있다. 그래서 상처 입었다면 중요한 것은 그 후의 일들이다. 먼저 충분히 아파할 시간을 주자. 아픔을 무시하면 오히려 더 큰 병으로 돌아올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 후 왜 상처 입었는지 인식하고 앞으로 또 이런 상처를 입는다면 어떻게 해야 할지 알아내야 한다. 그 과정이 끝난 다음 일어나는 것이다. 


상처를 통해 얻은 것들이 쌓여 어느새 깨지지 않는 사람이 된 자신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작가의 말

 상처받기를 두려워하지 않고 몸을 던지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작가도 그러했다. 전에 받은 큰 상처로 사람을 믿지 못했고 오래 힘들어했다. 지금 와서 생각하는 것은 좀 더 일찍 일어났더라면 하는 것이다. 내가 넘어져있는 동안 놓친 것들이 너무 많았다. 그게 지금까지도 아쉬움으로 남아있다.


 모두가 상처받는 세상에서 넘어지기 두려워 걸어가기보다는 넘어지더라도 뛰어가는 것이 하나라도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 상처받아도 괜찮다. 당연한 것은 아니지만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혹시나 상처받았다면 자책하지도 그렇다고 너무 남탓하지도 말라. 그저 받은 상처를 보고 치료하는 것에 몰두하라. 


 아픔이 있는 당장은 모를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고 오래 아파했던 그 시간이 얼마나 후회되는지 모른다. 알고 보면 우린 별거 아닌 일을 더 크게 생각해서 큰 아픔을 만들곤 한다. 우리가 받은 상처를 제대로 바라보고 얼마나 별거 아닌 일로 내가 이러고 있는지 알게 되면 부끄러워서라도 일어나게 될 것이다. 예를 들어 실연의 아픔을 겪는 중이라면 그 사람이 얼마나 별로인 사람인지 생각해 보라. 고작 그 사람 때문에 아파하기엔 독자가 너무나 좋은 사람이다. 물론 가끔은 아픔을 겪는 순간이 도움이 될 때도 있겠지만 말이다.


 용기를 가졌으면 한다. 독자는 충분히 상처받더라도 이겨낼 수 있는 강인한 사람이다. 그리고 모든 상처는 독자를 더 강하게 할 뿐이다. 그런 말이 있지 않는가. '나를 죽이지 못할 고통은 나를 강하게 만든다.' 그렇게 이 글을 읽는 모든 독자가 깨지지 않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작가도 이제는 상처받기를 두려워하지 않고 오히려 몸을 던질 용기를 얻은 것 같다. 상처를 통해 성장하는 법을 배웠기 때문인 것 같다. 아이 같은 마음으로 독자도 그러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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