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리뷰] 알랭 드 보통 <우리는 사랑일까>
지나고 나서야 깨닫는 것들이 있다. 나는 그중에 대표적인 것이 바로 '사랑에 도달할 수 있었던 인연'이라 생각한다. 물론 모두 실패로 끝났으니 이렇게 늦게 깨닫는 것이겠지만은. 때문에 이 책은 '과거의 나에 대해 돌이키고 반성하는 시간을 갖게 해주는 도서'이지 않았나 싶다.
책은 24살 여자 앨리스의 사랑이야기를 다룬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사랑이 시작하는 순간부터 이별을 고하는 순간까지의 과정을 시간 순으로 담아낸다. 파티에서의 우연한 만남으로 그(에릭)의 매력을 느끼고, 뜨겁게 사랑하다, 그와의 대화가 즐겁지 않은 시간을 견뎌내며 결국 그에 대한 환상이 냉소로 변해 이별 선언하는 순간까지, 작가는 한 커플의 연애사를 그린다. 연애의 시작과 끝, 그 전 과정을 글로라도 대리 경험해보고 싶다면 이 책이 적합할 듯 하다.
나 또한 책을 읽으며 문득문득 떠오르던 순간이 있었다. 너무나 좋아한 까닭에 그 뜨거움을 주체 못 하고 나 혼자 빨리 다가가 인연을 놓쳐버린 순간들, 상대방의 관심을 내가 둔한 까닭에 알아채지 못했던 순간, 혹은 상대방은 그저 사랑과 관심이 필요한 존재였고 또 마음에 들었지만 필요 이상으로 틈을 주지 않아 (내가 서투른 까닭에) 결국 상대가 먼저 마음의 문을 굳게 닫았던 순간, 그리고 이전의 실패로 인해 차마 용기 내지 못했던 그런 순간들 말이다. 모두 실패의 순간들이었기에, 이제 20대의 거의 끝자락에서 이런 지나버린 순간들에 아쉬움과 후회, 그리고 미련했던 스스로에 대해 약간의 자책감이 들기도 한다. 실패를 통해 배운다고는 하지만 어쨌든 실패는 실패니까.
이처럼 사랑이 실패한 경험들은 내게 일종의 냉소를 가져다주기도 했다. 하트 시그널 시리즈를 즐겨 보는 것도 현실 세게에선 이룰 수 없는 일종의 대리 설렘을 느끼려는 내 자기 방어 기제인 듯하다. 벚꽃 축제를 즐기는 거리의 차고 넘치는 커플들을 보며 일종의 박탈감이 느껴지는 것 또한 통제하기 힘든 감정이다. 행복하게 사랑하는 내 친구들을 보며 '내겐 언제쯤 인연이 올까'라는 생각을 하는 것 또한 노력 없는 부러움 뿐이다. 당장 마음 놓고 사랑할 수도 없는 현실이지만 그럼에도 사랑하고 싶은 것은 아직 내 본능이 죽지 않았기 때문인 걸까.
곧 있으면 30이고 아마 그 나이까지 '사랑'을 경험해보지 못한다면 놀림거리가 될 것은 뻔하지만, 그래도 나는 어바웃 타임이나 라라랜드, 노팅힐, 비포 선라이즈와 불 같고 낭만적인 사랑을 해보고 싶다. 사람마다 각자의 시간이 다르듯, 지나간 인연들을 추억하며 내 사랑의 시간은 아직 때가 오지 않은 것이라 믿고 싶다.
아무튼 이러한 시간들을 거치니 '사랑'은 내게 탐구해야 하는 주제가 되어버렸다. 그래서 연애나 사랑을 다룬 유튜브나 TV 프로그램, 책 등에 관심을 갖고 보기 시작했다. 관심이 있어야 공부하고 또 발전하듯, 이 연애나 사랑이라는 것도 어느 정도는 그게 필요한 것 같다. 이제야 그걸 깨닫는다. 좀 더 일찍 알았으면 좋았으련만. 그래도 이제라도 안만큼 계속 연구해보련다. 이 책을 읽으며 지나간 인연이 생각났고 그 시간의 나에 대해 후회하고 자책하기도 했지만 분명 내게 울림을 주는 지점들이 있었으니 말이다.
마지막으로 앨리스와 친구 수지의 대사로 끝맺음을 할까 한다. 아마 이 대화가 책을 관통하는 말이지 않나 싶다.
"하지만 내가 진짜로 그리워하는 그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아. 미쳤나봐."
"네가 그리워하는 건 사랑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