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과 일상을 병행하는 방법?
나는 명상에 꽤 진심인 편이다. 어디까지 진심이냐면, 명상을 업으로 삼기 딱 직전까지 진심이다.
나에게 있어 명상을 업으로 삼는다는 것은 두 가지 옵션 중의 하나를 의미하는데 , 첫째는 스님이 되는 것(!)이고 둘째는 명상을 가르치는 사람(구루, 코치, 작가, 유튜버, 뭐가 되었든..)이 되는 것이다.
실제로 나는 스님이라는 직업을 커리어로 진지하게 고민했었다. 하지만 고민해 본 결과, 내가 끊지 못할 속세와의 연결과 탐심을 한가득 갖고 있음을 알게 되었고 현재까지는 보류한 상태다. 명상을 가르치는 사람으로서의 커리어 역시도 정말 최근까지 머리가 빠개지도록 고민했으나, 그 길을 가는 것이 현실적으로 따져봤을 때(경기침체 및 인플레, 고유가 시대에서 명상으로 밥벌이를 하려면, 아마도 진짜 탁발을 해야 할 것이다..) 정말 쉽지 않을 것임을 다시금 깨닫고 평범한 길(?)을 좀 더 가보기로 했다.
그 평범한 길을 걸으면서, 요즘 나는 명상에 예전만큼 많은 시간을 투자하지는 못하고 있다. 브런치 연재가 뜸해진 것이 이런 내 상황을 여실히 반영한다. 남들처럼 출퇴근을 하고, 회사에 가서 일을 하는 것만으로 하루 대부분의 시간이 날아간다. 주중에 못다한 일들(모임이나 세미나, 레슨 등등)은 보통 주말에 모두 몰아 놓았으니, 주중보다 주말이 더 바쁘다. 원래는 출퇴근 시간에 스마트폰이나 아이패드를 펴놓고 틈틈이 글을 쓸 계획이었는데, 그런 멋지고 아름다운 일이 가능할 리가 있나.
하지만 오히려 명상과 동떨어진 '일반적인 삶'을 살아 보면서, 일상과 명상을 병행하기 위해서는 꽤 많은 의지가 필요할 수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명상에 이렇게 미쳐있는 나도 명상에 시간을 할애하기가 어려운데, 명상에 대한 의지가 아직 희미한 사람들은 하루 중 명상에 대해 생각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일이 될 수 있겠구나 라는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다. 깨달음의 과정에서, 바쁜 현대인들을 위해 최적화한 명상 솔루션은 무엇일지 고민해 보았고 이 글을 쓰게 되었다.
깨달음의 과정을 구구절절 쓰느니, 곧장 결론에 이르는 것이 이 글을 더 의미있게 만들 것 같다. 그래서, 명상을 일상에 적용하려면 무엇을 하면 될까?
숨을 잘 쉬면 된다.
호흡을 관찰하고 호흡에 집중하라는 말은, 사실 명상을 하는 사람이라면 무조건 한 번 이상 들어봤을 것이다. 석가모니가 인도에서 호흡관(아나빠나사띠)를 솔루션으로 제시한 이래, 호흡관은 점차 발전, 성장하면서 단학(단전호흡) 및 수많은 양생법에 영향을 미치면서 자리를 공고히 해왔고, 명상과 관련된 최신의 콘텐츠라 할 수 있는 마음챙김 명상에서도 역시 호흡관을 강조하고 있다.
이런 역사적 맥락 뿐만 아니라, 호흡은 우리의 신경계를 의식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활동이라고 밝혀졌기도 하며, 비단 명상에만 국한하지 않고도 일상의 많은 활동에서 호흡을 잘 하는 것이 퍼포먼스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호흡조절 스킬은 살면서 한번쯤 탑재하고 가면 좋을 스킬임에 분명하다.
복잡한 것이 싫고, 명상에 대한 믿음과 의지가 있는 사람이라면, 그저 호흡, 관찰, 집중 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를 기억하며 일상에서 의식적으로 꾸준히 행해보는 것을 제안한다.
물론 이런 식의 접근은 명상에 대한 지식 습득이나, 명상 상태에 대한 이해와 경험을 배제하고 기초적인 명상 훈련만을 진행한다는 한계점이 있지만, 오히려 명상이 복잡하게 느껴져서 뜸만 들이고 정작 명상을 해보지 않는 유형의 사람에게는 꽤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
명상을 하는 길을 크게 두 가지로 나눈다면, 선정(경험, 수행, 행위, 훈련)을 통해 가는 길과 지혜(지식, 이해, 학습)로 가는 길로 나눌 수 있다. 승려를 선승과 학승으로 분류한다거나, 종파를 선종과 교종으로 분류하는 방 식이 이런 논리를 바탕으로 한다고 할 수 있는데, 사실 이 두 길(정vs혜)은 어느 레벨 이상이 되면 결국에는 하나의 길로 합쳐지기 때문에 두 길 중 어떤 길이 '맞다'는 것은 없으며, 우열을 가릴 수도 없다(이를 불교에서는 정혜쌍수라고 표현한다). 그렇기 때문에, 초심자는 그냥 지금 시점의 내 상황과 성향을 따져 조금 더 효율적일 수 있는 길을 택하는 전략적 차원에서 생각하는 것이 맞겠다.
만약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이 명상을 해보고 싶음에도 불구하고, 복잡한 일상에 치여 정말 단순한 게 아니라면 뭔가 시도해 볼 여유조차 없을 정도로 빡빡한 삶을 살고 있다면, 다음의 문장 하나만을 기억하면서 호흡관찰을 한 3개월 꾸준히 시도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언제 어느 때든, 생각날 때마다
내가 <숨쉬고 있다는 것>을 <관찰>해서 <지각>하세요
지금 호흡 관찰을 명상 훈련의 시작으로 소개하고 있지만, 호흡관은 명상의 끝판왕이라고도 할 수 있을 만큼 얼마든지 난해하고 추상적으로 변할 수 있다. 호흡 관찰에도 다양한 레벨과 바리에이션이 있으며, 오늘 설명하는 호흡관은 그 일부 중의 일부만을 설명하고 있다. 오늘은 어디까지나 호흡관의 첫 발을 떼기 위한 목표로 쓰여진 글이니만큼, 부연설명이나 복잡한 내용은 일부러 전부 빼버렸다.
3개월의 호흡관찰 과정을 일종의 리트머스 종이처럼 사용해볼 수도 있다. 만약 저 문장을 일상에서 기억해내지 못한다거나, 저 문장이 이해되지 않는다거나, 저 문장대로 실행해볼 수 없는 사람은 지금 이 순간 명상과 아직 연이 닿지 못한 사람이라는 것을 의미할 수도 있다.
명상을 어려워서 못하는 것이 아니라, 명상을 할 의지나 계기가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 가까우니, 스스로가 명상과 인연이 닿을 때 까지 시간이 좀 더 필요한 사람임을 깨닫는 데 이 솔루션을 시도해보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노파심에 몇문단 더 덧붙이자면, 이 글을 읽는 어떤 사람은(마치 과거의 나처럼) 호흡관이 진짜 명상과 관련이 있는 것인지, 덮어놓고 호흡관을 하는 것이 어떤 이유로 명상 능력을 발전시킬 수 있는지 회의감을 갖거나 의심이 들 수도 있다.
이런 분들께는 두 가지의 추가적인 조언을 드리고 싶다. 첫째로, 본인의 시간이나 리소스가 충분하다면 (내가 했던 것 처럼) 지혜의 측면에서 명상을 파보는 것을 추천한다. 명상 수행에 앞서 명상 지식부터 채워보는 것이다. 지혜와 선정이 서로 먼 길이니 쉬운 길이니 해도 결국엔 나에게 맞는 길이 장땡이다. 명상의 지식, 즉 지혜를 탐구하는 시작으로 명상을 시작하는 것이 편한 사람들에게는 선정을 제안하는 것이 오히려 명상에 대한 관심을 저해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둘째로, 의심은 의심대로 들면서 명상에 투자할 수 있는 시간이나 자원도 별로 없다면, 회의감을 잠시 접어두고 그냥 호흡 관찰을 3개월만 해보라고 안내하고 싶다. 내가 명상에서 호흡관이 중요하다는 (확신에 가까운) 깨달음을 얻기까지 과장 좀 보태어 10년 정도가 걸렸다. 그렇게나 강한 의심을 갖던 나 역시도 결국에는 초심자에게 호흡관을 추천하고 있다는 것을 고려해 보면 어떨까.
3개월간 산속에 들어가 호흡관찰만 하라는 것도 아니고, 어차피 숨은 매 순간 쉬고 있는 것이니 그렇게 손해보는 딜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일단 호흡 관찰을 스스로 해보는 과정에서 내면의 회의감을 해결하는 시간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명상에 대한 다양한 얘기를 나누고 싶어 오픈채팅방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관심있는 분들은 들어와서 이런저런 질문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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