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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랑해 Oct 27. 2024

3장 <나와 같은 사람을>

3-1 준비물 | 양산, 일기장, 이메일

일기장에나 쓸법한 이야기를 남들이 보는 곳에 올릴 생각을 처음 했던 건, 지금에 비해서 나에대해 완전히 무지했을 때였다.


간만에 그때로 거슬러 돌아가보려 한다.

ADHD와 양극성장애가 함께있으면, 조증 삽화의 기간동안 엄청난 일을 벌인다. 충동성과 자신감이 하늘을 뚫고 올라간다.


여기 책과 글과 그림을 사랑해서,


자신의 응어리가 다 닳도록 지우개질을 하며

흑연 끝을 바삐 움직였던 이는


번아웃을 계기로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의 길을 걷게 된다.


나는 진심이 반드시 통한다고 믿는다.


그래서 당신도 울고 있느냐고,

힘든 일이 있다면 위로해 주겠다고,

당신이 너무 빛나는 사람이라는 것을

꼭 믿었으면 좋겠다고


글과 그림을 통해 이야기하고 싶었다.



해서 당시 난 유튜브 강의와 전자책을 사서 SNS를 활용하는 방법을 배우고, 늘어진 몸뚱이에 아이패드와 노트북을 챙겨 맨 돌덩이 같은 백팩을 멘 나를 성신여대입구역 가방 좋아하는 카페 앞에 앉혀놓았다. 울고 있던 그녀는 어느새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고 아주아주 오래간만에 무언갈 하고 싶다는 마음을 느낀다.


그림을 그리는 난,


나와 같이 끝이 보이지 않는 구덩이에서 아래로 아래로 떨어지고 있는 어떤 사람들에게 썩 나쁘지 않은 소식이 되어주고 싶었다.


내가 그런 이를 만나길 너무 간절히 기도했기에.


그렇게 나는 작았던 나의 꿈 하나를 이뤄주었다.






















나에게 동반자를 선물해 주기 위해 ’ 아가‘라는 이름을 가진 반려식물에게 바깥바람을 쐬어주고 일주일에 한 번씩 물을 주면서 나도 함께 매일 두 번 약과 영양제를 챙겨 먹었다.


우리둘은 살아나려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시들기도 했다.


약의 부작용, 시기상조의 불가피한 상황, 높이 세워진 기준에 의한 자책질에 대항하기 위해 더더욱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는 일에 몰두했다.


그러나 한창 PMS와 우울삽화가 극한으로 치닫던,

더위에 몸도 마음고 제압당해 버린 그 8-9월.


나는 더위에 미친 건지 살고자 발악을 한 건지, 두 번의 단체 일러스트 전시를 정말 느닷없이 (전시 일주일 전) 참여해버리는 묘기를 선보이며


이제는 아예  탈진에 가까운 상태가 되어져 갔다.


결과는 두 번 모두(내 기준) 폭망이었다. 심지어 두 번째 전시에선 설치하기도 제거하기도, 하물며 내 작품을 찍어 인스타 스토리에서 나를 태그 해주는 다른 작가님들께도, 창피하고 민망스러울 정도의 퀄키의 전시를 선보였다.


















그럼에도 나는 내가 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전하길 멈추고 싶지 않았기에 사람들과 닿고 싶은 발버둥을 계속해서 지속해 나갔다.


또 다시 내가 한 노력을, ‘멍청한 짓’이라 일컫는 실수를  

하고 싶지 않았다.


난 일러스트레이터들 사이에서 입지를 넓혀야 살아남을 수 있겠다는 판단이 들자, 수많은 작가들에게 연락을 하고 말을 걸며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발품을 팔기도 했다. 그 생태계에서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을 쳤던 것 같다.


역시 우울증(인 줄 알았던 조울증)과 adhd 약의 부작용 등이 나를 미친 듯이 괴롭혔고,


마침 추석연휴를 맞아 힘들었던 몸을 오래도록 쉬게 해 줄 수 있었으나-


그때보다 더 길고 괴로운 일주일은 다시 겪지 못할 것 같고, 겪고 싶지 않다.


공황증세와 미대입시 PTSD로 인한 실적압박과 스트레스에 말 그대로 번아웃 펀치를 제대로 정면으로 맞고 쓰러졌다.


종일 울었고

종일 그만 살 수 있길 바랐고

종일 혼자 있었다.


마음의 병은 참 힘든 것이다.

















그렇게 극악으로 치닫던 어느 날,

입지고 뭐고 자포자기로 인스타그램에서

기계적 좋아요를 연발하던 나는


모르는 계정으로부터의 하나의 dm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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