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영은 정육식당에서 고기를 구워주는 여자였다. 이제 막 스무살이 된 나영은 그날도 웃음기 없는 얼굴로
치익치익- 소리가 나는 고기를 뒤집고, 잘 드는 가위로 탁탁 적당한 크기로 고기를 자르는 중이었다.
"고기를 어쩜 이렇게 잘 구워? 자! 여기 팁!!"
얼큰하게 술에 취한 중년의 남자가 나영의 청바지 뒷주머니에 인자하게 웃고 있는 신사임당이 그려진 오만원권을 꽂아주었다. 말이 꽂아준 거지, 남자의 손바닥 전체가 나영의 청바지 뒷주머니에 쑥 들어갔다가 쓱 훑고 올라왔다. 여기에 오만원권이 잘 들어갔나 확인하고 싶은지, 또 한번 손바닥으로 나영의 청바지 뒷주머니를.
아니 엉덩이를 두번 탁탁 두들겼다.
'변태자식. 꼴랑 오만원 꽂아주고는 내 엉덩이를 만져?'
나영은 여전히 무표정으로 고기를 구웠지만, 머릿속으로는 중년 남자의 고개가 돌아가도록, 뺨을 두 번이나 짝짝 세차게 후려치는 상상을 했다.
"여기 멜조림과 함께 드셔보세요. 그럼 식사 맛있게 하세요."
집게와 가위를 테이블에 올려놓은 나영은 곧바로 정육식당 뒷문으로 나갔다. 퇴근하기 전에 피우려고, 겨우 하나 남은 담배를 고이 아껴놨는데, 지금 바로 꺼내물어야 할 것 같았다. 나영은 빨갛게 칠한 입술 위로 하얀 담배를 꾸욱 물었다. 앞치마 주머니를 살펴보니, 라이터가 없었다.
탁- 치익!
나영의 담배에 불을 붙여준 건, 숯을 담당하고 있는 철우였다.
"뭐야. 아직도 성냥 쓰는 사람이 있어?"
"난 성냥불로 태우는 담배가 맛있더라."
철우는 찰락찰락 소리가 나는 성냥갑을 흔들며 나영을 보고 씨익 웃었다. 그러다가 이내 표정이 굳어졌다.
"아니. 근데 너는 열받지도 않냐? 변태놈들이 니 엉덩이 만질 때, 아무렇지도 않아?"
"기분 더럽지. 말이라고 해?"
"근데 왜 맨날 참냐?"
"들이받으면? 그놈들이 아이고 잘못했습니다~ 하겠냐? 내가 언제 네 엉덩이 만졌냐고 입에 거품물고 난리 치겠지! 집에서 대우 못받는 것들이 꼭 밖에 나와서 지 딸뻘되는 애들 주무르더라?"
"하.... 다음에는 내가 못참아."
"뭐? 오빠가 왜 못참아?"
"네 몸 만지는 새끼들, 내가 가만 안둔다고!"
나영은 자기 일에 씩씩거리며 대신 열을 내는 철우가 어쩐지 귀엽게 느껴졌다.
"오빠. 오늘 보니까 되게 귀엽다. 우리 오늘 퇴근하고 술 한잔 할래?"
나영이 정육식당을 나온 시간은 밤 11시가 다 되었을 때였다.
"고생하셨습니다. 내일 뵐게요!"
찬바람 부는 겨울임에도 짧은 티를 즐겨 입었던 나영은 손을 높이 들어 인사를 하자, 배꼽이 다 보일만큼 티셔츠가 쭉 올라갔다. 주방 이모들은 그런 나영을 보며 입술 한쪽을 삐죽 치켜올렸다.
"저건 춥지도 않나? 배꼽을 다 내놓고 다니네? 속에 찬바람 들어가는 게 뭐 좋다고? 쯧쯧쯧."
나영은 담배 생각이 간절했지만, 철우와 미리 약속한 포장마차로 토끼처럼 콩콩 거리며 뛰어갔다. 철우는 아직 없었다. 시간 차를 두고 만나기로 했다. 같이 나갔다가 둘이 뭐 있는 거 아니냐며 속닥거릴 게 뻔한데, 그냥 술만 마신거라고 일일이 말하기가 영 귀찮았다.
"여기 소주 한 병이랑, 닭똥집 주세요!"
나영은 먼저 주문을 하고 철우를 기다렸다. 잠시 후, 모자를 푹 눌러쓴 철우가 들어왔다.
"여기.. 소주 한 병 더 주세요~"
나영은 철우를 발견하고, 소주를 한 병 더 주문했다.
"뭐야? 벌써 한병 다 마신거야? 뭐 이렇게 빨리 마셨어?"
"목이 너무 마르잖아. 아니 근데 몇 잔 안마셨는데, 왜 벌써 없지? 소주병이 작아졌나?"
"네 목구멍이 커진 건 아니고?"
"내 목구멍이 커져? 오빠가 한번 볼래? 아~"
나영은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철우를 향해 입을 아-하고 벌렸다. 철우는 그런 나영의 입을 커다란 손으로
턱 막았다.
"에이 퉤퉤! 오빠! 손에서 불냄새 나."
"하루종일 숯피우는 사람인데 당연한 거 아니냐?"
"잠깐만. 근데 이 냄새 은근히 좋다. 오빠 손 다시 줘봐."
나영은 철우의 손바닥에 코를 박고 킁킁거리며 냄새를 맡았다. 순간 귀까지 벌겋게 달아오른 철우는 손을 훽 빼냈다. 민망해하는 철우를 본 나영은 아까처럼 입을 크게 벌리며 넘어갈 듯 웃어댔다.
"오빠. 우리 2차 가자!"
"됐어. 이제 그만 마셔. 너 취했다. 집까지 데려다 줄 테니까 얌전히 가자~"
"그럼 우리집에서 2차! 콜?"
나영의 자취방은 네모난 방 한칸에 있을 게 다 있었다. 씽크대도 있고, 미니 냉장고도 있고, 턱이 높은 작은 문을 열면 화장실도 있고, 방의 절반을 넘게 차지하는 커다란 침대도 있었다. 그 방에 나영과 철우가 함께 들어가자, 여유 공간없이 꽉 찬 느낌이었다. 하지만 꽉 찬 느낌인데 반해 공기는 차가웠다.
"방바닥이 완전 얼음장이네. 보일러는 틀었어?"
철우는 털썩 앉았다가 벌떡 일어나 보일러 스위치를 두리번 거리며 찾았다. 그런 철우를 보며 나영은 입을 쭉 내밀고, 혀 짧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까워서 못틀겠어."
"야. 보일러 아끼다가, 병원비가 더 나와. 너 맨날 기침하는 게 다 이래서구나?"
"오빠가 따뜻하게 해주면 안돼?"
"뭐?"
눈이 반쯤 풀린 나영은 철우에게 가까이 다가왔다. 술기운 탓인지, 정말 방안의 공기가 추워서 였는지 나영은 철우의 품에 안겼다. 철우는 그런 나영을 밀쳐내고 싶지 않았다. 철우의 심장이 빠르게 쿵쾅거렸다.
철우의 심장소리를 가만히 듣고 있던 나영은 적극적으로 철우의 입술을 훔쳤다.
이제 더는 방안의 공기가 차갑지 않았다.
그 밤 이후, 나영은 짐을 싸서 철우의 자취방으로 들어갔다. 나영의 자취방보다는 훨씬 쾌적한 환경이었다.
나영은 철우가 있어서 외롭지 않았다. 철우도 나영이 있어서 외롭지 않았다. 살림을 합치기는 했지만 결코
'결혼' 얘기는 꺼내지 않던 두 사람 사이에 작은, 어쩌면 큰 변화가 일어났다.
여느 때처럼 고기를 굽고 자르던 나영이 '욱' 하면서 화장실로 내달렸다. 임신이었다. 계획에 없던 아이가
찾아온 탓에 두 사람은 혼인신고부터 했다.
"나영아. 정말 결혼식 안해도 괜찮아?"
"응. 식 올려도 누가 온다고. 오빠도 알잖아. 우리 엄마 나 낳고 버린 거."
철우는 고개를 떨구는 나영이 마냥 안쓰러웠다. 더 잘해주고 싶고, 나영을 행복하게 만들어주고 싶었다.
닥치는 대로 일을 시작한 건, 모두 나영을 위해서였다. 철우는 딱 3시간, 자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미친듯이 일을 했다. 나영은 철우가 벌어다주는 돈으로 툭하면 백화점에 갖다바쳤다. 옷을 사고, 신발을 사고, 가방을 사고, 향수를 샀다. 속 없는 철우는 매일 자기를 치장하는데만 돈을 쓰는 나영을 한번도 나무란 적이 없었다.
건설현장에 뛰어들어 일을 할 때면, 짧게는 한달. 길게는 6개월 넘게 집을 비워야 했는데, 그때마다 나영은 아무 걱정하지 말라며 철우의 등을 떠밀기 바빴다.
나영에 대한 철우의 환상이 깨져버린 건, 약속한 날보다 하루 일찍 앞당겨 집에 돌아온 날이었다.
깜짝 놀래켜줄 생각에 몰래 숨죽이며 집안에 들어섰는데, 방 안에서 킥킥 거리는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나영 혼자만의 웃음소리가 아니었다. 자신을 똑 닮은 딸을 낳은 나영은 아이는 어린이집에 보내놓고,
낯선 남자와 신나게 놀아나고 있었다. 철우는 서랍에 들어있던 망치를 꺼내들었다.
하지만 차마 문을 열 용기가 나지 않았다. 철우는 그들만의 놀이가 끝나기까지 아이 방에 숨죽인 채 있다가
낯선 남자가 돌아가고 나자, 조용히 아이 방에서 나왔다.
"어머! 깜짝이야!!!"
인기척 없이 등장한 철우의 모습에 나영은 날카롭게 소리를 질렀다.
"너... 뭐야? 그 남자 누구야?"
"당신 내일 온다며?"
"지금 그게 중요해? 그 남자 누구냐고!"
"내가 좋아하는 사람."
"뭐..?"
나영은 오히려 당당했다. 철우보다 한뼘 정도 키가 컸던 나영은 눈을 오만하게 내리깔고, 철우를 쳐다봤다.
철우는 망치를 들어올렸다. 오만하게 눈을 내리깔던 나영의 눈은 어느새 겁에 질려 있었다.
"오빠... 말로해.. 그거 내려놔..."
"으아아아악!!!!"
철우는 눈에 보이는 대로 망치를 휘둘렀다. 식탁 유리가 깨지고, TV가 넘어가고, 거실에 놓여있던 행운목 도자기 화분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부서졌다. 집안은 엉망이 되었지만, 멀쩡한 건 이제 나영, 한 사람 뿐이었다.
씩씩거리며 망치를 들고 오는 철우를 보자, 나영은 무릎을 꿇며 빌었다.
"오빠. 우리 이혼하자. 아니! 내가 이혼해줄게."
"뭐...? 이혼해줄게..? 넌 뭐가 그렇게 당당한데?"
"나 사랑하잖아. 사랑하니까 이혼해주라."
철우는 기가 막혔다. 아이 때문에 어떻게든 나영과 살아보려 했지만, 나영은 대놓고 그 남자를 만났다.
그 남자를 만나고 올 때마다 철우는 자꾸만 손이 올라갔다. 나영의 머리채를 휘어잡고, 분노한 만큼 나영에게
손찌검을 했다. 그 때마다 나영은 입술을 꽉 깨물며, 소리 한번 내지 않고 꾹꾹 참아냈다.
"너 진짜 독하다. 이혼하자. 이혼해!"
철우는 이제 나영의 얼굴을 보는 게 역겨워졌다. 입술이 터지고, 얼굴에 멍이 든 엄마의 모습을 어린 딸에게 보여주는 것도 아니다 싶었다. 이혼도장을 찍자마자 나영은 나비처럼 날아갔고, 사라졌다.
나영은 한 남자에게 오래 정착하지 못했다. 아니, 정착하기가 싫었다. 스스로 매력이 흘러넘치는 여자라 생각한 나영은 다양한 남자를 만나고 싶어했다. 하지만 빠르게 빠져들수록, 금방 시시하고, 심심해졌다.
헤어지기 싫다며 매달리는 남자를 볼 때면 묘한 쾌감이 들기도 했다. 그런 나영이 또 임신을 했다.
철우처럼 그 남자도 우리 사이에 아이가 찾아왔다며 기뻐했다. 그런 남자의 표정을 보며, 나영은 또 새로운 남자를 만나고 싶다는 욕구가 솟구쳤다. 아이를 낳았지만, 나영은 이번에도 나비처럼 그 곁을 떠났다.
나영은 계속해서 새로운 남자를 만났다. 하지만 그 때마다 불안함이 찾아왔다.
'나 또 임신하면 어쩌지...?'
아이를 내 손으로 지우는 건 원치 않았던 나영은 뱃속에서 아이 스스로 살 수 없는 환경을 만들면 어떨까
하는 괴이한 상상을 하게 됐다. 그러다가 나영은 무릎을 내리쳤다.
"그래. 배꼽을 없애자. 배꼽을 없애버리면, 아이는 뱃속에서 아무런 영양분을 먹지 못할 테고,
그럼 계속 살 수 없겠지?"
처음에는 자궁을 드러낼까 싶었지만, 그러고나면 여자로서의 삶이 끝나버릴 것 같았다. 하지만 배꼽은 왠지 쓸데없는 존재 같았다. 없어도 아무 문제 없는 무의미한 무늬정도로 여겨졌다.
"제 배꼽을 없애주세요."
"네? 배꼽 성형.. 말씀인가요?"
"그냥.. 그냥 제 배꼽을 없애달라구요. 제 몸에서 지워주세요!"
눈을 감았다가, 다시 떴을 때 나영의 배는 매끈해져 있었다. 배꼽의 자국이 살며시 남아있긴 했지만,
나영이 원한대로 배꼽은 감쪽같이 사라져 있었다.
한층 더 도도해진 나영의 마음을 한순간에 사로잡은 남자는 온 몸에 문신을 새긴 타투이스트였다.
묘한 분위기를 풍기는 그 남자를 차지하고 싶었던 나영은 새빨간 미소를 흘리며 그를 유혹했다.
그 남자도 나영의 유혹을 뿌리치지 않았다.
"이 문신... 무슨 그림이에요?"
나영은 남자의 등에 새겨진 문신을 손가락으로 톡톡 치며, 애교스럽게 물었다. 엎드려있던 남자는 나영의 얼굴을 보고 씨익 웃으며 말했다.
"지옥의 문이요."
"지옥의 문이라면, 로댕의 작품 말인가요?"
"맞아요. 로댕은 석고를 깎아 조각냈지만, 저는 제 몸에 새겼어요."
"지옥의 문을 새긴 이유가 있어요?"
"이게 저라서요."
"네?"
나영은 남자의 다음 말을 듣고 싶었지만, 왜 인지 자꾸만 눈이 감겼다. 다음 날 일어나보니 남자는 없었다.
그가 일하던 가게로 가보았지만, 그가 누구인지 모르겠다는 알 수 없는 말만 들어야 했다.
나영은 그의 번호로 전화를 걸어보았다. 없는 번호였다. 그와 주고받은 문자를 찾아보았다. 지워져있었다.
아니 사라졌다. 그와 주고받은 메시지 자체가 아예 없었다. 나영은 황당하고 기가차서 앞머리를 쓸어올리며 욕을 내뱉었다. 담배생각이 간절했다. 떨리는 손으로 담배 하나를 꺼내 입에 물었다. 불을 붙이고, 담배 한모금을 빨아들였는데, 속이 울렁거렸다. "욱"하는 소리와 함께 나영은 근처 커피숍, 화장실로 달려갔다. 놀라운 건, 나영의 배였다. 볼록 솟아있는 모양이 딱 임신한 배였다.
"말도 안돼..."
나영은 고개를 내저으며, 손톱을 물어뜯었다. 또 한번 속이 울렁거렸다.
"아냐. 아닐거야."
나영은 현실을 부정하며 집 밖으로 나가지도 않고, 한달을 보냈다. 이제 나영의 배는 만삭 상태였다.
"배꼽이 없으니까, 아이는 스스로 굶어죽을거야... 내가 죽인 게 아냐. 네 스스로 죽는거지...
괜찮아. 괜찮을거야... 뱃속 아이는 곧 죽을거야..."
보름달이 구름에 가려져 스산한 분위기를 내던 그 밤. 나영은 극심한 배의 통증을 느꼈다. 온몸이 식은땀으로 젖은 나영은 엉금엉금 기어가, 위장약을 입에 털어넣었다. 그러고나자 통증은 더욱 심해졌다.
끝내 구급차에 실려온 나영은 위급한 상황이라며 바로 수술 준비에 들어갔다.
"이미 양수가 터졌어요. 얼른 아이를 꺼내야 합니다!"
다급한 의사의 외침이 들려왔다. 나영은 정신을 잃어가는 중에도 계속 중얼거렸다.
"아냐... 아니야..."
나영은 차디찬 침대로 옮겨졌고, 눈을 뜰 수 없을만큼 환한 불빛에 정신을 못차릴 지경이었다.
"자.. 심호흡 하시고, 하나둘셋! 하면 힘주는 겁니다. 하나. 둘. 셋!!"
"끄으으으으윽!!!"
잠시 후, 우렁찬 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나영은 아이의 울음소리를 듣자마자 맥이 풀렸다.
"자...잠시만요!! 아이가 한명 더 있어요. 다시 심호흡 하시고, 힘 주세요!!! 하나 둘. 셋!!"
나영은 그 후로도 이 과정을 네 번이나 더 반복했다. 의사는 그런 나영을 보며 경이롭다는 듯 소리쳤다.
"세상에... 여섯 쌍둥이라니!!"
나영은 의사의 말을 듣자마자 까무러쳤다. 다시 눈을 떴을 땐 수많은 카메라가 나영을 비추고 있었다.
경이로운 일이라며 각종 신문, 잡지, 언론사 기자들은 물론, 1인 방송인들까지 앞다퉈 나영과 나영 주위를
애워싼 여섯 쌍둥이를 찍어댔다.
"지금 이 방송은 실시간으로 생중계되고 있습니다. 여섯 쌍둥이를 낳으셨는데, 기분이 어떠신가요?"
어딘가 철우를 닮은 것 같기도 하고, 그 후에 만난 남자, 아니 타투이스트였던 그 남자를 닮은 것도 같은
한 남자가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나영에게 물었다. 나영은 몸을 잔뜩 웅크리고, 쇠가 부딪히는 듯한 목소리로 힘겹게 말했다.
"잘....."
"네? 뭐라구요? 크게 말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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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잘..못 했어요... 제가 잘못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