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베트남 공무원의 예산관리
지난 연말의 이야기이다.
연말이 다가오면 멀쩡한 도로를 보수하느라 분주하다. 며칠 전 도보로 출근을 하는데 어느 집 앞의 인도를 뜯어내고 있길래 ‘인도는 국가소유인데 자기 집 앞만 다르게 하려고 저러고 있나?’ ‘사회주의 국가에서 저게 가능할까?’라고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다음 날부터 주변의 인도가 모두 훌러덩 벗겨지고 있는 것이었다. 이 지역은 개발된 지가 얼마 되지 않아 도로 위주의 기반시설이 완성된 상태이며 그 주변으로 새로운 가옥들이 올라가고 있는 상황이다. 보도블록도 깐 지가 몇 년 안 되어 보이고 상태도 무척 양호하다. 하지만 며칠 사이 이 지역 인도의 보도블록은 모두 들어내어 지고 콘크리트 작업이 한창이다. '아마도 올해 예산은 있는데 코로나 사태로 집행을 하지 못하고 있다가 연말이 되어 부랴부랴 작업을 하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예산 집행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는 하나, 코로나 봉쇄 사태로 시민들이 얼마나 많은 피해를 입고 직장에도 나가지도 못하고 임금도 줄어 힘들어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공사를 하는 것을 보니 기가 막힌다. 그 예산으로 봉쇄 조치로 힘들어했던 지역 주민들에 지원금을 나눠 주면, 시민들이 베트남 공산당과 정부를 신뢰하고 따르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멀쩡한 블록들이 깨어져 나가고 시멘트가 깔리고 그 위에 새로운 블록이 생기는 모습을 보면서 시민들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아마도 그 꼴 차라리 보기 싫어서 공사하는 모습 보지 않으려고 집 안에만 있으신 건지 오늘따라 도로 위에 사람이 보이질 않는다.
바리아 붕따우 省은 유전이 있어, 일인당 GDP가 베트남에서 제일 높은 곳 중의 하나이다. 그래서 도로도 호치민 보다도 더 넓고 잘 닦여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사회 기반시설이 중요한 것이야 알지만, 지역 시민의 삶의 질이 바닥으로 떨어지고 있다면 그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베트남이나 한국이나 연말마다 기사화되는 예산 집행을 위한 예산 낭비에 대한 기사들을 접하면서 ‘진정 정부, 공무원과 시민들 사이에는 뭔가 다른 사상이 지배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의문을 갖게 된다. 시민 입장에서 정치나 정권이 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관심이 아닌 분노가 치밀어 오르는 것은 왜일까?
어제 뉴스기사에서 포항주변에 석유 및 가스 매장 가능성이 있어 4,000억 원을 들여 탐사 시추작업을 한다는 내용을 보았다. 산유국이 될 수 있다는 기대보다는 소중한 국민의 세금이 또 바다에 버려지는 것은 아닐까?라는 의구심을 갖는 이유는 뭘까? 베트남이건, 대한민국이건 위정자들이 정말 정신을 차렸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