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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정호 Jun 10. 2024

베트남에서 노동은 업무시간에만

고객을 생각하는 마음의 차이

 매장에 파리가 자꾸 날아든다. 아침에 출근하여 매장을 둘러보고 파리를 잡는 것이 업무의 시작이다. 

 

 매장이 협소한 관계로 주방과 서비스 사이가 트여 있는데 주방은 또 외부에 오픈되어 있는 것이 원인이다. 주방에 요리를 하지 않을 때는 문을 닫으라고 지시를 했는데 싱크가 외부에 있어 수시로 이동을 해야 하기 때문에 문을 닫고 일을 하기 어렵다고 한다. 

 매장이 원래 편의점을 기본으로 구성되어 있던 것을 저예산, 조기 공사로 진행하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발생한 나의 잘못이다. 그렇다고 파리가 날아들어오는 것을 그대로 볼 수는 없다. 


 점심 식사시간 전에 고객이 오시기 전에 매장 내에 파리들을 처단하고, 4시 이후 저녁 고객 응대 전에 다시 한번 파리들을 제거하도록 지시를 하였다. 오늘은 일요일. 숙소에서 잠시 쉬었다가 5시에 매장으로 돌아와 보니 이미 고객들이 자리를 잡고 식사를 하고 계셨다. 그런데... 고객들 주변으로 수많은 파리들이 날아다니고 테이블에 앉아 고객의 음식에 숟가락을 얹으려고 하고 있었다. 

 고객이 없는 테이블 주변의 파리들부터 처리를 시작하였다. 벽면 유리에 있는 파리들을 잡을 때마다 딱딱 소리를 냈다. 잠시 후에 매니저가 내게 조용히 다가와서 "지금 고객들이 있는데 파리를 잡고 있으면, 고객들이 뭐라 생각하겠냐?"라고 한다. 기특한 생각이다. 고객을 이렇게 생각하다니! 그런 사람이 쉬고 있던 시간에는 파리가 날아다녀도 나 몰라라 하고 누워 자고 있다가 고객이 들어오니 지금은 파리 잡을 시간이 아니라는 것이다. 고객이 식사를 하고 있는 지금 파리들이 날아다니고 이제 곧 저녁 식사를 하시러 고객들이 몰려올 것인데 말이다. 대꾸도 하지 않고 그저 파리를 잡고 있었다. 

 

 롯데 故신격호 회장님이 어느 날 롯데리아 매장에 들어가셨는데 테이블에 파리가 앉아 있는 것을 보시고는 바로 그 매장을 폐점시키라고 지시한 일화가 있다. 매장의 위생도 문제이지만, 고객이 음식을 드시는데 파리가 날아다니는 게 말이나 되는가 하신 것이다. 


 근무시간이 아닐 때 일을 하는 것이 무슨 큰 죄를 짓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일까? 아침 회사 앞에 일찍 도착을 하고도 회사 주변 커피숍이나 공터에 앉아 노닥거리다가 근무시간이 되어야 회사로 들어가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된다. 

출근 전 사무실 1층 커피숍에서 담소를 나누는 모습 

 현지인들이 파리에 익숙해서 음식을 먹는데 파리가 날아다니는 것에 둔감한가?라는 생각도 해 보았다. 실제 현지인 고객들은 파리가 날아다니는 것에 얼굴을 찌푸리거나 하는 분을 거의 보지 못했다. 하지만 한국분이나 외국인들은 다르다. 일부러 팔을 휘휘 휘저으며 나를 빤히 쳐다보시곤 한다. '이해는 한다. 하지만 이건 쫌'이라는 표정이 역력하다. 

 

 아직 고객을 먼저 생각하는 일이 마음에서 나오기를 바라는 것은 무리인 듯하다. 그렇게 설명을 해도 내가 있을 때만 어쩔 수 없이 파리채를 휘두르는 것을 보면. 

 무슨 일이 있더라도 주방과 외부가 통하는 것을 막는 방안을 찾아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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