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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정호 May 28. 2024

베트남 직원 회식

회사는 그저 행복한 가족을 위한 수단일 뿐 

 가족의 행복을 위해 회사를 다니는 것이지 회사를 위해 직장을 다니는 것이 아니다. 

 

 회식과 관련해 한국인과의 차이를 발견하곤 놀랐다. 


 하루는 베트남 직장에서 좋은 일이 생겨, 저녁에 주재원들이 회식을 하기로 했는데 갑자기 법인장이 ‘오늘은 현지 직원들도 참석할 수 있게 하자’고 하셨다. 회식 사실을 직원들에게 알렸는데 몇몇은 입이 뿌르퉁 해지면서 “회식을 당일에 알려 주는 게 어디 있냐”며 불만을 표시했고 결국 반 이상의 직원이 그날 회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법인장님도 급히 만들어진 자리이기 때문에 참석자가 적은 것에 대해서 아무런 말씀이 없었지만, 난 사실 조금 서운했었다. ‘수고했다고 감사하며 만든 자리인데 이렇게 성의를 무시하다니!...’

 어찌 되었건 회식은 시작되었는데 중간에 모르는 사람들이 들어와 회식자리를 차지하는 것이었다. 베트남 직원들의 가족이었다. 다른 현지 직원들은 아주 당연하다는 식으로 그들을 맞았고 그렇게 두 직원의 가족들이 그날의 회식을 즐겼다. 


 부하 직원으로부터 알게 된 것은 보통 베트남 회사에서 회식을 공지하고 모이게 되면, 가족들을 불러 함께 하는 사람들도 있고, 그것은 모두가 묵인한다고 했다. ‘회사 직원들 회식에 가족들이 참석한다?’ 의아스러웠지만 직원의 말을 들어보니 일면 이해는 가는 것 같았다.

 직원들은 가족을 위해 회사를 다니는 것이지 회사를 위해 직장을 다니는 것이 아니다. 베트남 사람들에게 직장은 가족을 위해 돈을 벌게 해 주는 수단일 뿐이며, 근무시간이 끝나면 그 시각 이후로는 직장과는 별개의 삶을 살 권리가 있는 것이고, 가정을 위해 써야 할 시간이라는 것이었다. 회식은 가족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을 빼앗는 것이니, 사전에 통보를 해서 조율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을 빼앗는 것이므로 회식에 가족들이 참여해서 즐기는 것도 당연한 권리라고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들어보니 맞는 말이다. 하지만 한국인 50대인 나로서는 이해는 가지만, 현실로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한국에서 직장을 다닐 땐, 상사가 오후나 퇴근 전에 “오늘 회식합시다” 그러면 바로 결정이 되고 대부분이 모여 회식을 즐기곤 했었다. 물론 지금은 한국에서도 절대 그러면 안 되고, 특히 직장 내 성희롱 등에 대한 규제나 처벌이 무서워 회식은 잘하지도 않고, 하더라도 며칠 전 고지후 대부분 1차에서 마무리한다고 한다. 

 며칠 전 퇴근시간 즈음에, 한 주재원의 사모님이 공감 매장 앞을 지나가셨다. '곧 남편분이 오셔서 저녁을 같이 하시려나보다'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행차 매장에 그분 회사 사장님과 직원들이 나타났다. 남편분께 사모님 저기 계세요라고 알려드리려다 그냥 지나쳐 공감 매장으로 돌아왔다. 역시나 얼마 후 사모님이 전화를 받고는 다른 방향으로 이동을 하려 하신다. 내가 나가니 웃으며 오늘 저녁은 다른 데 가서 혼자 먹으라 전화 왔네요라고 하신다. 두 분 모두 나보다 연배가 있으신 분이니 남편분은 저녁 식사 자리에 부를 엄두도 못 내시고, 사모님도 항상 그랬던 것처럼 그러려니 하고 포기하신 듯하다. 


 현지인들의 생각을 전적으로 동의할 수는 없지만, 가족과 가정을 우선시하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의 직장 문화에 대해 다시 한번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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