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안고 살아가야 할 존재라고 공유하고 있는 듯
2004년 처음 베트남에 왔을 때, 한국의 명동과 같은 호찌민市의 메인 관광지의 하나인 동커이 거리에는 베트남 전쟁 중 팔다리를 잃은 사람들이나 어린아이를 품에 앉고 거리에 앉아 구걸을 하는 거지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그런데 한 순간에 그 많던 거지들이 거리에서 사라졌다. 누군가의 말에 의하면 저녁 늦게 두 번에 걸쳐 트럭들이 몰려와 그런 사람들을 싣고 가 버렸는데 그 후로 거지들이 얼씬도 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 말을 듣고 또 한 번 사회주의 국가의 막강 권력에 움찔하기도 했다.
이곳 푸미는 중소도시이다. 처음 롯데리아 매장을 둘러보다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고객들이 음식을 드시고 있는데 신발도 신지 않고 때가 꼬장꼬장한 얼굴을 한 꼬마들이 시커먼 손에 든 베트남 로또복권을 고객들에게 불쑥 내미는 것이 아닌가!
그런데 더욱 놀라운 것은 매장 내에 있던 롯데리아 직원들도 거지들을 아무렇지 않게 대하고 있었다. 음식을 먹고 있던 손님들도 별다른 불쾌감 없이 ‘안 산다’고 말하고 말거나, 심지어 그 복권을 고르는 손님도 있었다는 사실이었다. 내가 매장을 방문하다 그 아이들을 보면 "여기서 이러면 안 된다"며 쫓아냈지만 그때뿐이었다. 어느 한 날, 그 아이들이 매장 내 소파에 누워 낮잠을 가고 있는 것을 보고 매니저를 불렀다.
“네가 고객이면 저런 더러운 아이들이 왔다 갔다 하고 심지어 누워 있는데 여기서 햄버거를 먹고 싶겠냐?”며 호통을 쳤다. 그 후로 내가 나타나면 그 아이들은 내 눈치를 보고 웃으며 자리를 물리고, 직원들은 어쩌지도 못하고 머뭇거리기만 한다. 만약 내가 없으면 또 그대로일 것이 뻔한 노릇이다. 그런데 이 아이들은 자전거를 타고 KNG Mall의 하일랜드 커피숍과 돈치킨, 공감 매장에도 원정 구걸을 나오기 시작했다. 돈치킨 매장 안으로는 들어오지 못하도록 매니저와 직원 교육을 시켜서인지, 식사를 마치고 나가는 고객이나, 담배를 피우러 밖에 나온 고객들에게 구걸과 복권 판매를 하곤 했다.
처음에는 매장 안으로 거지들이나 잡상인들이 들어오는 것을 보고 도대체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그들을 대하는 고객들의 모습을 보면서 ‘내 생각이 잘못된 것인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예를 들어 베트남 현지 식당에서 회식을 하다 보면 바구니에 과일과 과자 봉지를 들고 와 고객들에게 판매를 하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그런데 주인이나 직원들도 그들에 대한 아무런 제지를 하지 않는다.
‘가진 자가 없는 자를 돕는 것인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심지어 파티에라도 가는 듯 이쁘게 차려입은 아가씨가 길거리의 횡단보도에 자리를 깔고 앉아 있는 거지에게 다가가 오토바이를 세우고 지갑에서 돈을 꺼내 모자에 돈을 넣고 가는 것을 본 적도 있다. 한국 같았으면 그렇게 입은 거지가 옆에 오는 것도 질색을 하고 아예 쳐다보려고 하지도 않았을 텐데.
한국에서 겨울이면 아파트 앞 단지에 포장마차를 만들어 붕어빵을 파시는 분이 있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그런 불법 매장은 영업을 더 이상 하지 못한다고 한다. 주민이나 인근 매장의 주인들이 신고를 하면 경찰이 나올 수밖에 없고, 과태료가 많아 이익이 없어 결국 포기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거리에 쓰레기도 없고 인도를 가로막는 가판 등도 없어 깨끗하고 보기 좋지만 배려와 양보라는 미덕마저도 숨겨버린 것이 아닌가 싶어 씁쓸하다.
약자에 대해 관대한 마음을 갖고 너그럽게 대하는 베트남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서 의아함을 넘어 존경스럽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무언가 서로가 공유하고 있는 사랑이라고 할까? 내 눈에는 그저 거지로만 보이는 사람들이, 그들에 눈엔 함께 챙겨주어야 할 존재로 보이는 것 같아 내 생각을 다시 한번 돌아보게 한다.
그런데 요 며칠 꼬마거지들이 보이질 않는다. 옛 날 호찌민市에서의 이야기가 생각이 나, 아이들이 어떻게 된 것은 아닌지 걱정이 드는 이유는 왜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