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정호 Jul 15. 2024

반야심경 독송

베트남 매장 식당에서 들려오는 반야심경 독송

 월요일 아침은 제일 일찍 나온다. 어머님께 안부전화를 드리기 위해서... 한 주 동안 건강히 잘 살았다고, 어머님 아버님 건강히 잘 지내셨냐며 목소리를 듣기 위해서. 아이들에게도 감사의 메시지를 보냈다. 

 '새로운 한 주가 또 시작되었구나. 우리 상진이 힘들 때인데 아빠가 함께 해주지도 못하고 용돈도 주지 못하고 해서 상진이만 생각하면 마음이 많이 아프네. 그래도 항상 밝고 든든하고 튼튼하게 생활해 줘서 아빠는 그 힘으로 더 열심히 살아가고 있네. 우리 재현이도 항상 활동을 하면서 자기의 삶을 만들어 가는 모습 보면서 너무 행복하고 고맙다. 조금 힘들더라도 서로 생각해 주면서 새로운 한 주 힘나게 시작해 보자꾸나. 사랑해. 너무 보고 싶어.'라고.


 조금 전 주방의 아르바이트생이 출근을 했다. 우연히 반야심경 독송을 듣고 있는데 주방에서 쿵쾅쿵쾅 소리가 들린다. 기기가 고장이라도 났나, 다른 문제라도 생겼나 싶어 주방으로 달려가니 직원이 냉동고의 제품들을 모두 꺼내 놓고 냉동고 얼음을 깨느라 정신이 없다. 

 '시키지도 않았는데, 주방장이 시켰다 해도 주방장이 출근해서야 시작을 했을 것이 내가 지금까지 본 베트남 직원이었는데...'

 절로 기분이 좋아졌다. 냉동고 제품들을 분류하고, 얼음들을 덜어 밖으로 내버리고 하는 것을 도와주었다. 그리고 앞으로 나오니 카운터 아르바이트가 언제 출근했는지 바닥을 쓸고 있었다. 반야심경은 끝난 지 오래고 알지 못하는 불경 독송 소리가 매장에 울리고 있었다. 직원에게 종교가 무엇이냐고 묻자 불교라고 한다. 이 것 지금 틀어나도 되냐고 묻자 "Khong sao. 문제없어요"라고 대답한다. 


반야심경 독송,  대중스님들의 장엄한 반야심경 중창.. 3회 독경 (youtube.com)


 다시 주방으로 들어가 주방 정리를 도와주고 나왔다. 목과 등에는 땀이 흥건하다. 그런데 마치 사우나라고 하고 나온 듯 기분이 상쾌하다. 

 새로 시작하는 한 주의 월요일 아침. 주방 아르바이트 직원의 행동에 힘이 절로 생겨나는 같다. 

 감사하며 시작한 한 주, 감사하면서 살아야겠다. 

작가의 이전글 베트남 인건비를 생각하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