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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정호 May 26. 2024

베트남인의 자기보호 본능

책임감의 부재가 만들어 내는 시간과 비용 낭비

 매장 외부에 스피커 설치가 계획했는데 3개월이 지나서야 설치가 완료되었다. 인테리어 공사를 진행한 업체가 스피커를 창고에 놓아 두고 설치없이 가버렸고 공사대금 지급 문제로 더 이상 세부공사에 대해 요청을 하지 않아, 개점을 하고도 2개월 이상을 스피커 없이 지내다가 사장과 재협의를 통해 보강공사를 진행하기로 결정하여 스피커가 설치된 것이다.

  처음 창고에 있던 스피커들을 보여주면서 위치를 지정하고 설치를 요청하였다. 공사 책임자인 베트남 관리는 "이건 스피커만 있고 증폭기가 없어서 사 와야 하는데 호치민시에 가야만 구할 수 있어서 이틀 후에 설치를 해 주겠다"고 하였다. 이틀 후 공사를 하는 사람들이 왔는데 말했던 증폭기는 가져오지 않고 스피커만 설치를 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 관리자를 불러 네가 증폭기를 사와야 한다며 이틀을 달라고 해서 이틀을 준 것인데 왜 오늘도 맨 손이냐고 했더니 회사 사장님이 뭘 사라고 하지 않아서 그냥 왔고, 그게 필요하면 사장님에게 말을 하라는 것이었다. 사실 친구이기도 한 사장에게 전화를 걸어 이게 무슨 일이냐며, 그 증폭기 얘기할 때 당신도 옆에 있지 않았냐고 하자 "그건 원래 매장의 오너가 알아서 결정해서 구매하고 업체에선 연결을 해 주기만 하면 되는 것인데..."라며 말을 흐렸다. "그걸 알면 내가 했고, 만약 그렇다 해도 내게 그 때  설명을 해줘야 하는 것 아니야!"라고 하자 관리자에 지시하겠다며 통화를 마쳤고, 그 날 오후에 어디서 증폭기를 구해 왔는지... 호치민시에 가야만 있다던 것이 매장 안에 설치되어 매장 밖에서 쿵쿵 소리를 내고 있었다.

 하루가 지났다. 오전부터 음악소리와 함께 업무를 하고 있었다. 저녁이 되어 거리에 사람들이 많이 나올 것을 생각하여 직원에게 스피커 볼륨을 조금 올려 보라고 했는데... 갑자기 소리가 이상해지고 잡음이 심하게 나오는 것이었다. 증폭기를 만지던 직원이 대뜸 이 문제는 자기가 증폭기를 잘못 만져서가 아니고 스피커를 크게 오래 틀고 있으면 고장이 난다는 뜬구름 같은 변명을 대기 시작했다. 문제의 원인을 찾으려는 것이 아니고 자기 잘못이 아니라는 구실을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이었다. 더 이상 이 친구와 말싸움을 해봐야 문제가 해결될 일이 아니었다. 운이 좋게 쇼핑몰에 인테리어를 하는 후배가 있어 도움을 요청했더니 바로 와서 여기저기를 살피더니 스피커에서 소리가 나오게 해 주었다. 그러면서 설치를 하는 사람이 연결을 잘못한 것 같다며 다음에 한 번 배선을 제대로 살펴봐야 할 것 같다고 하면서 돌아갔다. 일단은 소리가 나오기 때문에 그것으로 위안을 삼고 인테리어 직원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다시 하루 만에 나타난 공사 직원은 스피커 부분을 살피더니 갑자기 스피커 한 쪽을 뜯어 오토바이에 싣고 가는 것이었다. 무슨 일인지 궁금했지만 그냥 맡기는 방법밖에 없었다. 외부에 미팅이 있어 나갔다 돌아오니 그 직원이 다시 스피커를 연결하고 있었다. ‘무엇이 문제냐?’고 물으니 스피커 한 쪽이 고장이 난 것이었고 새로 다른 물건을 사왔다며 이제 문제없다며 내게 헤헤하며 웃음을 보인다. 스피커를 살펴보니 기존 스피커와는 모델이 달랐다. 소리를 지르고 화를 내고 싶었지만 꾸욱 참았다. 그래도 전보다 훨씬 소리가 좋았기 때문이었다.


 그 직원이 내게 다가와 이전 스피커는 고장이 난 것이었는데 자기가 다른 것을 사와서 제대로 고쳐 놓았다며 마치 자기자랑을 하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제대로 된 제품을 구해 오지도 않고 약속도 지키지 않은 것은 자기의 문제가 아니고, 그래도 자기 덕분에 모든 게 좋아졌다는 뜻이다. 


 베트남 사람에게 책임감을 인식시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일까? 어쩌면 저렇게 자기 방어 본능이 강할 수 있을까? 어찌 보면 자기 잘못을 남의 잘못으로 전환시키지 않은 것 만으로 감사해야 하지 않을까? 등의 여러 생각이 겹치면서 다시 한 번 베트남 사람들을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몸에 배여 있는 자기보호 본능을 갖고 행동하는 사람들의 행동에 우리가 너무 섣불리 판단하고 대응하는 것은 또 다른 공격의 빌미를 만들어 줄 지 모르겠다는 불안감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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