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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정호 Sep 13. 2024

베트남이 부러운 이유

역동성과 공동체 의식, 여유를 함께 누리고 있는 베트남 사람들

 가끔 베트남이 부럽다. 거리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에게서 생기와 활력이 느껴지고, 삼삼오오 모여 왁자지껄 떠들고 있는 모습에서 인간미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베트남이 부러운 이유는 무엇일까?


 하나. 젊음은 곧 국력이다. 

 베트남이 참전하는 축구 경기가 있는 날이면 도로 전체가 오토바이 경주를 하는 경기장처럼 변해 버리고, 경적과 부부젤라 소리로 마치 유치원의 장기자랑 대회장처럼 시끌벅쩍하다. 경기가 끝난 후 도로 위를 한동안 지키며 쳐다보면서 '이것이 베트남의 힘이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2명의 자녀들을 모두 오토바이에 싣고 온 가족이 도로 위를 질주하여 오더니 와이프와 아이들은 국기를 흔들거나 부부젤라를 불어대고 운전을 맡은 아빠는 연신 경적을 울려댄다.  

베트남 축구경기 승리 후 거리에서 부부젤라를 부는 어린이 모습

 리서치 기관 ‘넬슨’의 조사에 의하면, 19세 이하의 인구가 베트남 전체 인구의 35.9%, 39세 이하의 인구가 전체의 31.7%이다. 즉 40대 이하의 인구가 전체의 67.6%를 차지하는 것이다. 

 열정은 있으나, 겁은 없다. 수많은 전쟁과 시련은 있었으나, 패배는 없었다. 나이 드신 부모님은 그 시련에 대부분 먼저 가셨지만, 그들에겐 젊음과 자식들이 있다. 오토바이 한 대에 4명을 태우고 운전하면서 저래도 안전할까?라는 걱정이 들면서도 신기하고 부럽긴 매한가지이다.

 ‘그 무엇이 무섭겠는가!’라는 생각이 들었고 한 편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하고 있는 한국이 직장의 정년 연장을 고민하고 있는 상황과 대비되어 부럽다는 생각마저 든다.


 둘, 가정과 연장자에 대한 존중

 베트남의 젊은 층과 산업활동 가능인구는 세계 최대 수준이다. 이 말은 거꾸로 55세 이상의 노인층이 거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2014년 CIA World Fact Book의 자료에 따르면 베트남 전체 인구 중 55세 이상의 노인층은 13.1%에 불과하다. 이유는 1955년 11월 1일 ~ 1975년 4월 30일에 벌어진 베트남 전쟁에 있다. 미국과의 20년간의 전쟁으로 인해 베트남 민간인이 약 140만 명이 죽었고, 70만 명 부상으로 베트남 전체의 민간인도 200만 명 이상이 죽거나 다쳤다. 군대도 북과 남 베트남 군인이 약 23만 명이 사망하였고, 남 베트남 군에서만 약 117만 명이 부상당하였다. 총 약 150 ~ 250만 명이 사망했고, 6500만 명의 부상자가 발생한 것이다. 전쟁의 결과로 연장자가 대부분 사라졌고, 전후 베이비 세대들이 베트남의 경제를 짊어지게 되었다. 전쟁의 결과 연장자가 없어진 결과 전쟁에서 생존하거나, 전쟁 참전자이신 어르신에 대한 공경이 당연한 결과다. 

호찌민시 시내 다이아몬드 백화점 가족중심을 나타내는 데코레이션

 베트남 사람들은 가족과 연장자에 대한 존경이 몸에 배어 있는데 이는 유교와 민간신앙의 영향에 기인하는 것이다. 베트남에서 유교는 중국의 복속시대에 유입되었으며, 11세기 리 왕조 시기에 문묘를 건설하고, 과거시험을 개최하면서 번창하였으나,  18세기 응우엔 왕조 시기 프랑스가 베트남을 침략하여 서양문화가 유입되고, 과거시험이 철폐되는 등의 영향으로 쇠퇴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베트남에서 유교는 철학사상 아닌, 문학작품이나 유학자의 정치역할 등 현실과 밀접하게 관련하면서 발전하였다. 특히 가부장적 가족관계 및 장자 상속 등 유교적인 관습이 여전히 남아 있으며, 공동체 보존을 위해 개인의 희생과 의무 강조하는 모습은 지금도 유지되고 있다.  이러한 유교적 관념은 베트남 사람들의 일상생활에도 몸에 배어 있으며, 개인은 가정과 연장자를 사랑, 존중하고 전체가 하나 되는 융합의 가장 큰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가족을 중시하는 민간 신앙으로 집에 부모님의 신주를 모시고 생활하고 있다.

 내가 어렸을 때, 외할아버지의 제삿날이 되면 7남매가 되는 가족들이 작은 집에 모두 모여 어른들과 아이들이 따로 방에 앉아 놀고 즐기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지금은 제삿날이 되어도 그 집안사람들만 조촐히 제사를 지내거나 1촌 자식들만 모여 제사를 지내는 모습을 보면서 핵가족화되는 한국 사회가 통합의 끈이 스르르 풀어지는 것을 느끼며 씁쓸한 마음을 지울 수 없다. 


 셋, 베트남의 미래 아이들

 매장을 찾는 고객들을 보면서 베트남이 부럽다는 생각이 자주 든다. 가족단위로 매장을 찾는 고객들을 보면 엄마 아빠도 젊기만 하고 아이들도 2명은 기본이다. 우리 쇼핑몰의 사장 식구들만 해도 아이들이 3명이다. 우리 세대가 자식이 2~3명이었는데 지금은 처제도 아들 하나로 자식을 더 낳을 엄두도 못 내고 있는 눈치이다. 주변이 모두 자식이 많아야 둘이고, 하나만 있는 것도 자연스러우니 더 낳아야 한다는 생각도 없는 듯하다. 

 베트남은 평균 자식수가 3명이다. 엄마 아빠만 해도 20대 중반에 결혼해서 젊은데, 계속 자식들을 낳으니 베트남은 점점 더 젊어지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베트남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베트남 인구 중 19세 이하 인구의 비중이 전체의 35.9%를 차지하고 있다.

아파트 인근 공원에서 놀고 있는 어린이들
아이들의 놀이터로 변해 버린 아파트 복도

 내가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의 한 층에는 9개의 가정이 있는데 베트남 대부분의 가정에는 아이들이 2~3명이 있어 복도는 아이들의 자전거 놀이 공간이 되어 버렸고, 아이들의 떠드는 소리는 마치 유치원에 온 느낌이 들 정도이다. 

 그런 아이들을 보면서 베트남의 성장 가능성을 기대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인 듯하다. 


 넷. 일상 속 단순함과 만족감

 경제 성장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베트남 사람들은 삶의 단순한 면에서 만족감을 찾는 것 같다. 거리에서 가족이 함께 식사하는 모습, 호숫가에서 여유롭게 산책하는 사람들, 작은 카페에서 오랜 친구들과 음료를 나누는 모습 등에서 일상 속 기쁨과 성취감을 느끼는 모습이 자주 볼 수 있다. 빠르고 경쟁적인 사회에서 이러한 균형 잡힌 일상의 소소한 기쁨이 부러움을 느끼게 하곤 한다. 

갑자기 내린 비를 피해 자리 잡은 커피숍에서 느끼는 여유와 낭만

 역동적이고 긍정적인 베트남 사람들의 모습에 한 번 부러움을 갖게 되고, 그들이 가지는 가족과 공동체에 대한 인식 그리고 소소한 일상에서 베트남 사람들이 느끼는 행복감과 성취감 등을 보면서 또 한 번 부러움을 느끼게 된다. 아마도 그건 나도 어렸을 적에 그런 경험을 했었기 때문이다. 서울에서 이젠 그런 느낌을 받을 수 없다는 점이 그 부러움을 크게 만드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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