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서민들의 생활상을 보며 느낀 의문
아침 6시 30분, 푸미 지역의 거리.
아이를 데리고 오토바이에 오른 엄마가 “분보후에 두 개 포장해 주세요!”라고 외친다. 어린 딸은 이미 분홍색 플라스틱 도시락을 들고 있고, 아들은 엄마와 오토바이 위에서 반미를 베어 문다.
6시도 되기 전, 베트남의 골목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국수집들이 바쁘게 문을 연다. 그리고 저녁 7시가 되면 거리는 다시 시끌벅적해진다. 부모와 아이들이 함께 앉아 쌀국수, 꼼떳, 분리우 등을 나눠먹거나, 거리의 로컬 카페에서 얼음 가득한 차를 마신다.
이런 풍경을 마주하다 보면 문득 궁금해진다.
'이 사람들은 도대체 집에서 밥을 먹기는 하는 걸까?'
'집에서 밥을 먹으면 뭘 해서 먹을까?'
집밥은 한 끼 또는 두 끼. 아침은 대부분 바깥에서
베트남 도시 서민들, 특히 맞벌이 부부나 자영업자 가정의 경우, 세 끼를 모두 집에서 해결하는 일은 드물다.
아침은 외식 또는 테이크아웃. 아침은 간단하게 퍼(Phở), 분보(Bún bò), 후띠우(Hủ tiếu), 반미(Bánh mì) 등으로 해결한다. 대부분 길거리 포장마차나 노점에서 해결하거나 싸서 출근·등교길에 먹는다.
점심은 직장의 식당에서 먹거나 밖에서 한 끼를 해결한다. 도시 서민의 경우 점심은 직장 근처 식당에서 사먹거나 도시락(껌헨, 꼼떳) 구입해서 먹는 것이 보통이다. 학생은 학교 급식 또는 부모가 포장해 준 반찬과 밥으로 해결한다.
저녁이 유일한 ‘집밥’ 시간인 경우 많다. 그러나 저녁에도 외식 비율이 꽤 높다.
특히 주말이나 금,토요일 저녁은 온 가족이 밖으로 나가 분짜, 꼼가, 분리우, 바베큐 등을 즐긴다.
결론적으로 하루 3끼 중 집에서 먹는 끼니는 평균 1~1.5끼 정도가 현실인 것이다.
그럼 집에서 먹는 ‘보통의 밥상’은 어떤 모습일까?
베트남의 집밥은 화려하지 않다. ‘구성’은 거의 일정하다. 대체로 밥, 국, 반찬 2~3개의 조합이다. 국도 한국의 식탁에서 볼 수 있는 찌개나 국과는 차이가 있다.
베트남 사람들은 쌀밥(Cơm)을 주식으로 먹는다. 일부는 현미섞인 장립미, 일부는 쫀득한 찰기 있는 단립미를 선호하기도 한다. 전기밥솥의 사용이 일반적이며, 밥을 해두고 식으면 데워 먹는다.
‘깐’이라 부르는 국(Canh) 또는 탕이 반드시 있다. 대표적인 국 메뉴로는 깐 쯔아(신 국물), 깐찌우(canh chua, 새콤탕), 야채된장국 등이 있다. 여름엔 라우(채소) 위주의 국, 겨울엔 고기 넣은 뜨거운 국물을 주로 먹는다.
한국의 식탁에서 국이나 찌개는 **진하고 내용물이 많은 ‘주연급 반찬’**에 가깝다. 고기나 생선, 두부, 채소 등 다양한 재료가 듬뿍 들어가고, 된장이나 고추장, 간장으로 맛이 강하게 잡혀 있어 밥을 부르는 음식이다. 반면 베트남의 ‘깐(Canh)’은 맑고 가벼운 국물이 특징이다. 식사의 중심이 아니라, 밥을 부드럽게 넘기기 위한 곁들임의 성격이 강하다. 주로 채소, 약간의 고기 또는 생선을 넣고 생강, 파, 피쉬소스 등으로 간을 해 국물 맛 자체가 산뜻하고 담백하다. 한국이 ‘찌개’로 식탁을 무겁게 끌고 간다면, 베트남은 ‘깐’으로 식사를 가볍게 감싼다.
단백질 반찬으로 계란말이, 달걀부침, 돼지고기볶음, 생선조림, 닭고기조림, 소세지볶음 등을 준비하고, 베트남식 어묵(Cá viên), 조림 생선(Cá kho tộ)도 자주 등장한다. 한편 베트남 음식의 상징으로 불리는 채소류의 경우 야채볶음(rau muống xào tỏi), 데친 채소, 샐러드, 김치 대신 파파야 장아찌나, 초간장 절임(đồ chua) 등이 식탁에 오른다.
결론적으로 집밥은 소박하지만 구성은 균형잡힌 한상차림에 가깝다는 생각이 든다.
그럼 베트남 서민들은 왜 집에서 안 먹을까?
1. 시간이 없다
바쁜 맞벌이 부부, 자영업자들은 아침과 점심은 시간이 부족하다. 외식이 싸고 간편하다. 쌀국수(퍼) 한 그릇 40,000~50,000동. 그리고 즉석에서 빠르게 나오는 식당이 널려 있다.
2. 덥고 좁은 집에서 요리하는 것이 번거롭다
베트남 서민 주택은 주방이 작고, 환기 시설이 부족한 경우도 많아서 더운 여름엔 주방에서 요리하는 걸 꺼린다.
3. 가끔은 ‘먹는 것보다 마시는 시간’이 더 중요하다
저녁 시간에 거리에서 가족끼리 차를 마시고 대화하는 문화도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 ‘밥보다 커피’라는 말도 있을 정도.
서민들의 밥상을 통해 본 베트남의 일상
집에서 먹는 끼니 수보다 중요한 건 ‘언제, 누구와, 어떻게’ 먹느냐일지도 모른다. 비록 퍼를 들고 오토바이 위에서 허겁지겁 먹는 아침이더라도 아이와 함께, 동료와 함께 하는 그 순간은 그들만의 ‘가정식’이다. 저녁엔 온 가족이 작은 테이블에 둘러앉아 고기를 구워 먹고, 차가운 쩨(Chè)를 나눠 먹으며 아이들은 노래를 부른다. 그 모습은 밥상이 아니라 작은 축제다.
베트남 서민들은 바쁘고 열심히 살아간다. 그들이 집에서 몇 끼나 먹는지는 숫자로 판단할 수 없다. 그보다는 매일매일 삶을 마주하는 자세, 소박한 식탁 위의 풍경에서 우리는 '밥' 이상의 무언가를 느끼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