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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대가족, 그리고 아이들

어떻게 그렇게 많은 아이들이 태어날 수 있을까?

by 한정호

베트남에 살면서 참 자주 보게 되는 풍경 중 하나가 대가족이다. 도시든 시골이든, 한 집에 여러 세대가 함께 사는 일이 낯설지 않다. 부모, 자녀, 손주, 그리고 그들의 배우자까지.

좁은 집안에 세대가 겹겹이 얽혀 살아간다.


처음엔 ‘어떻게 저 작은 집에서 다 같이 살지?’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하지만 살아보니 알겠다. 그 안에는 단지 생활의 불편함을 감수하는 게 아니라, 서로를 위한 작은 배려들이 은근하게 엮여 있다는 걸.


예전에 이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퇴근하고 돌아온 자녀 부부가 방으로 들어가면, 할아버지 할머니는 조용히 밖으로 산책을 나간다고.

대화도 없이 자연스럽게. 누가 시키지 않았는데도, 그냥 그렇게.


왜일까?

물론 대가족은 공간이 부족하다. 사적인 시간과 공간이 없다. 밤이 되면, 그 부부에게 남은 공간은 단 하나의 방. 그러니 노부부는 그 방을 조용히, 기꺼이 내어주는 것이다.


사랑이 피어날 수 있도록,

가족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미래가 잉태될 수 있도록.


그건 조용한 퇴장이다. 하지만 그 속엔 말로 다 못할 배려와 이해가 숨어 있다.


아이들이 많은 이유가 뭘까? 정확히 말하면, 어떻게 그렇게 많은 아이들이 태어날 수 있었을까?

누군가는 말하곤 한다.

“베트남 사람들은 복이 많아. 아이들도, 웃음도, 식구도 많잖아.”

하지만 그 복은 그들이 만들어낸 것일지도 모르겠다.


아이를 키우기 위해 누군가 일을 쉬고, 누군가 밥을 챙기고, 누군가 젖병을 씻고, 또 누군가는 ‘그냥 방에서 나가는 것’조차도 감수한다.


요즘 유튜브에선 '정리 정돈을 하면 복이 들어온다'는 이야기를 자주 본다.

입지 않는 옷은 버리고, 쓸모 없는 물건은 없애고, 공간을 깨끗하게 비워야 좋은 일이 생긴다고.

이런 생각도 든다.

진짜 복은, 내가 누군가를 위해 자리를 조금 비켜주는 데서 오는 것 아닐까?


베트남의 어느 밤, 골목 어귀에서 산책하는 노부부를 본 적이 있다.

그분들의 발걸음은 느렸고, 말은 없었지만

나는 어쩐지 그 장면이 너무 따뜻하다고 느꼈다.

사랑이란 어쩌면, 잠시 자리를 비워주는 것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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