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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섬 Jun 10. 2024

10년 뒤, 나는 무얼 하고 있을까?

10년 세월 금방 간다 

스레드에서 어떤 분이 이런 글을 올렸다. 

"제가 지금 50살 꽉 채웠는데, 60대 선배님들 50이 된 저에게 무엇을 해야 할지, 미리 준비할지 조언을 주세요."

자, 그러면 10년 전에 나는 무엇을 하고 있었나. 2014년... 40대를 갓 넘겼고, 그래서 앞에 달린 4라는 숫자가 좀 늙어 보이고, 촌스러워 보여서 적응이 안 되었던 것 같다. 그리고, 갓난아기를 키우고 있었고, 글을 쓰는 작가가 되고 싶어서 페이스북 같은 데에 긁적이며 여러 시도를 하고 있던 시기였다. 물론 지금 읽으면 아주 부끄러워 죽겠지만... 경제적으로는 지금과 별반 다를 바 없고, 오히려 상황은 더 어려웠지만,  어린 딸을 데리고 제주도도 가고, 마닐라도 가고, 후쿠오카도 가는 등 여행은 빚을 내서라도 갔던 것 같다. 물론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다음 달 카드값 걱정에 속이 울렁거리기도 했었지만... 단연코 그 '땡빚 여행'은 절대 후회하지 않는다. 다시 그때로 돌아가는 말도 안 되는 기적이 벌어진다 해도 나는 딸 데리고 어디 갈까 궁리하면서 비행기표를 사고 있을 것 같다. 

 

그로부터 10년 뒤... 참, 10년 금방 간다. 이걸 알면서도 그때는 왜 그렇게 10년 뒤가 아득하게 느껴졌는지... 더 앗쌀하게 뒤돌아보면 2002년 월드컵, 정말 너무 생생하고, 그때 오~ 필승 코리아~ 부르면서 땀 뻘뻘 흘리며 동네방네 뛰어다니던 것 하나하나 다 기억나는데, 벌써 22년 된 일이란다. 쏜 살이 바로 이런 거구나 싶다. 나도 올해 한국 나이로 쉰을 훌쩍 넘어버린 지라 꽤 궁금해서 댓글을 찬찬히, 그리고 꼼꼼히 들여다보았다. 

<근육 없으면 바로 노인행>


이게 제일 먼저 눈에  들어왔다. 나는 워낙 근육 생기기 어려운 몸이라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고, 현재 상황, 온몸이 순두부다. 오늘 저녁에 내 살 떼어다가 고추기름 넣고, 달걀 하나 톡 깨뜨려 넣어서 순두부찌개를 끓여 먹어도 아주 맛있겠다. ㅠ 

선배님들 말씀, 1위는 무조건 '건강' 그리고 다음 순위가 '여행' '배움'... 그리고, 이 모든 것 다 '돈'이 있어야 제대로 지킬 수 있다고 한다.  너무나 당연한 말씀들인데, 괜히 두렵고 무서워서 설마... 하고 숨어있다가 한 대 맞은 게 이  '돈'이라는 녀석 같다. 


하루 벌어 하루 사는 인생, 더 정확히 이야기하면 한 달 벌어 다음 달 사는 인생이 지리멸렬하게 이어지고 있는데, 삶의 팽팽한 자전거 페달을 밟고 나아가는 느낌이다. 지금은 그나마 예전보다 살이가 나아지긴 했지만, 십 년 동안 아주 쪼오금 나아진 것이다. 그래도 다행일까 싶기도 하고. 다들 이 심정으로 사실 것 같아서 한 번 한숨 반, 공기 반 섞어 이야기해 봤다. 


아, 그러나, 이번에는 희망 답변!!! 

그리고, 또 하나 압도적으로 나온 답들 중 하나다. 

<절대로 50대로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다. 지금이 행복하다!>

10년 뒤엔 더 행복해진다는 이야기라고 믿고 싶다. 그리고, 지금이 행복하다고 답변을 주신 60대 선배님들의 4-50대를 지나면서 밟아왔던 치열함을 뒤로하고  '어휴~ 살았다.' 하는, 삶의 안도감 같은 것들이 느껴져서 댓글을 읽는 내 마음도 편안해졌다. 



나는 10년 뒤에는 귀여운 환갑러가 되어 있고 싶다. 그때도 맛있는 술 찾아 마셔가면서... 세븐일레븐에 새로 들어온 '하이볼'이 얼마나 맛있는지 모른다면서 친구들에게 알려주고, 지금같이 허덕이며 바쁜 삶도 다 마무리되어서 과중한 업무 부담 때문에 찾아오는 새벽 공황도 그때 되면 나를 외면하고, 다른 주인을 찾아 헤매기를... 그리고 차박 시작 10주년 기념 '발칸 3국 차박 여행'을 떠나는 그런 귀여운 할머니...

아, 이건 내 마음대로 안 되는 것이기는 하지만, 욕심이 있다면 우리 아들 올림픽이나 세계 수영 대회 쫓아다니면서 아들 시합 전 웜업하는 것 구경하고, 밤이면 자는 아들 숙소에 놓고 몰래 나와서 혼자 현지 바에 가서 홀짝홀짝 놀았으면 좋겠다. 하하하!! 그러면서 딸한테 페이스톡으로 전화하고... (요즘도 차박 가서 페이스톡으로 딸에게 전화하면 거기가 리액션 맛집이다! ㅋㅋㅋ)


오늘의 이 글이 성지글이 되어주었으면... 

다들 오후에는 10년 뒤, 나는 무얼 하고 있을까 알토란 같이 야무지게 상상해 보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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