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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섬 Aug 11. 2024

영화 <열두 달, 흙을 먹다>

담백한 흙 향기 나는 음식 영화

이렇게 시간이 늦었는데, 이 영화는 반이나 남았다. 마치 맛있는 쵸콜렛 상자를 짠 하고 열었는데, 반이나 남은 것 같은 느낌.

<열두 달, 흙을 먹다>


쇼와시대의  작가, 미즈카미 츠토무의 자전적 에세이를 영화로 만들었다고 한다. 나가노 현의 깊은 산속에서 혼자 살고 있는 작가 츠토무는 어린 시절 집안 형편이 어려워 절에 맡겨지고, 그곳에서 자연이 가르쳐주는 음식을 배웠다. 매일매일 요리를 하고, 그에게 요리는 수행이다.

마치 얼마 전에 읽은 김신지 작가의 <제철 행복>과도 같이 '절기'로 조각조각 나누어 이야기가 진행된다. 절기로 나누어 사계절의 아름다움 모두 보여주는 방식에 매료되어서 나도 나중에... 하고 마음 서랍에 넣어둔 것인데, 이 영화가 2년 전, 2022년도에 먼저 만들어졌네.  


영화 보는 내내 사계절 제철에 자연, 흙에서 얻는 식재료로 만든 음식이 풍성하게도 나온다. 지난달에 보았던 영화 <프렌치 수프>와도 같은 화려한 볼거리를 주는 음식들은 아닌데, 매실 장아찌, 두릅 구이, 토란 구이, 시금치 무침 같은 소박한 음식이라 그래서 더더욱 군침이 돈다.

영화 초반부에 출판사 편집자, 젊고 예쁜 처자가 나타나서 원고를 독촉하는데, 츠토무 작가양반은 능구렁이 같이 아직 원고 안 됐다고 하면서 '토란 구이'로 퉁치자고 한다. 그러다가 갑자기 스윽 손을 잡는 걸 보고 속으로 '아, 뭐야아~'하고 외쳤다. 그렇다. 이 노작가와 편집자의 은은한 러브스토리도 영화 내내 한 줄기 흐르고 있다.



내가 영화를 중간에 끊고 이리 급하게도 포스팅을 하는 건, 내일 일요일이니까 혹시 못 본 분들은 늦게라도 보시라고... 왓챠에 있다. 나는 지금은 너무 졸리니까 그냥 이렇게 한 번 보고, 두 번째 볼 때는 좋은 대사나 절기를 설명하는 짧은 글귀는 메모하면서 볼 생각이다.


영화 속 사진을 찾다가 '제공: 얼리버드 픽쳐스'라는 글귀를 보고는 '사람의 취향과 눈은 속일 수가 없지' 하고 혼자 웃었다. 오늘 오후, 드라마 '박하경 여행기' 너무 좋았다고, 작년 최고의 드라마였다며 댓글로 이야기 나눈 후 바로 발견한 영화라서 더더욱...

오랜 페북 친구인 얼리버드 픽쳐스의 박모 님. 좋은 영화 가져와 주셔서 아리가또 고자이마아쓰~



이 영화를 수입하신 박 모님께서 주신 댓글. 영화를 수입하는 사람으로서의 방식과 이 영화를 대하는 마음이 느껴져서 허락을 받고 퍼왔다. 


수입사로서 영화를 가져올 때 크게는 두 가지 타입이 있어요. 우선 돈이 될 만한 작품, 또 하나는 '나'를 기쁘게 하고 '내'가 보고픈 작품. 이 작품은 단연 후자죠. 그런 '나'와 같이 작품을 알아보는 분들이 이렇게라도 계신다면 전자의 목적에 조금이라도 근접할 수 있을 거라는 심산도 있지만요. 작품 서비스 준비하면서, 가끔 그냥 틀기도 하면서 한 열 번은 봤는데, 볼 때마다 꽂히는 포인트가 달라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음식이 하나같이 제 취향이에요. (마츠 다카코의 오랜 팬이기도 합니다). 음악도 참 좋구요.

서미님이 이 영화로 즐거운 시간 보내셨다고 하니, 기쁘고 고맙네요.

추신: 일본의 데이비드 보위로 알려진 주연 사와다 켄지 아저씨가 직접 부르신 주제가입니다.


https://youtu.be/SgNcI6UpQVc?si=HoVVnVVMtc-Zkz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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