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라크의 전쟁 사례에서 얻는 교훈
효과중심작전은 1991년 걸프전 이후 미국 공군이 본격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했다. 걸프전 분석 결과, 부분적인 효과중심작전 양상이 나타났다. 하지만 이 개념이 본격적으로 적용된 것은 2003년 이라크전이다. 효과중심작전은 적을 파괴하는 것이 전쟁의 최종 목적이 아니고, 전쟁 목표 달성을 위한 하나의 수단에 불과하다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전쟁을 유리하게 끝내기 위해서는 적을 제거하고 파괴하기 보다 적을 통제하고 무력화시킬 수 있는 효과(Effects)가 더 낫다는 것이다.
효과중심작전을 하기 위해 먼저 적과 아군, 쌍방의 작전환경에 대한 지식기반을 토대로 전략 및 임무와 연계된 효과를 설정한다. 그 효과를 거두기 위해 계획을 수립하고 모든 가용 역량을 사용해서 실행한다. 그리고 효과 달성 여부 평가, (필요시) 방책 수정 단계를 반복 환류한다. 이것으로 대규모 파괴와 대량 살상을 피하고, 내 의도대로 적이 행동하게 만든다.
효과중심작전과 화력전(火力戰)의 개념을 정리하고, 효과중심작전을 적용한 이라크전 사례에서 효과중심작전과 화력전의 교훈을 얻자.
효과중심작전(EBO: Effects-Based Operations)
효과중심작전 개념을 본격적으로 연구해서 발전시킨 것은 1991년 걸프전 직후다. 걸프전은 EBO 개념 하에 수행된 전쟁은 아니지만, 과거의 전쟁 수행방법과 구분되는, EBO 초기 개념을 적용한 사례다. 제2차 세계대전 기간인 1942-1943년간 미 8 공군이 공격했던 표적의 전체 숫자보다 걸프전에서 더 많은 표적을 전쟁 개시 24시간 내에 공격하겠다는 구상을 계획하고 이행했다.
EBO 측면에서 걸프전 첫째 날 공중공격의 중요성은, 항공기 출격 횟수가 얼마나 많았냐가 아니고, 공중공격으로 작전목적 달성 효과를 발휘하도록 어떻게 계획했냐에 있다. 당시 작전계획은 시간과 공간과 전쟁 수준 면에서 동시 공중공격으로 후세인의 전쟁지도체제를 마비시켜서 이라크 군 무력화, 전투의지 약화, 작전기지 감소, 대량살상무기 생산능력 통제라는 조건을 만들도록 구상했다. 이런 방식의 전쟁을 동시전쟁, 병렬전쟁 또는 병행전쟁이라고 한다. 적 능력 파괴보다 적을 무력화켜서 그 효과로 적을 통제하는 것이다. 동시전쟁에서 표적 파괴는 목표가 아니라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이다.
동시전쟁 목표는 영향력과 힘 측면에서 적이 크게 의존하는 체계다. 즉, 적의 전쟁지도부, 대중, 필수 기간산업체, 수송 및 통신시설, 군대 등을 아군이 효과적으로 통제하는 것이다. 이런 전략적 체계를 구성하는 하부체계를 파괴하기 보다는 특정 효과를 유발하는 조치를 취하는 것이 동시전쟁 개념의 근본이다. 이 개념이 걸프전 전에 등장하지 않은 이유는 정밀유도무기의 부족을 보상할 만한 대규모 전투력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즉, 적의 효과적 대공 방어망을 제압하려면 많은 전투력이 필요했고, 군사 목표 달성을 위해 적을 통제할 수 있는 효과에 초점을 맞춘 작전적 수준의 개념이 없었기 때문이다. 적의 핵심체계 공격은 기술적 해결책이 필요한 것이다. 1980년대까지는 불가능했으나 과학기술의 발달로 이것이 가능해졌고, 걸프전 때 부분적으로 그 결과가 나타났다.
1944년에는 공중 우세 확보 하에서 정밀 폭격 성공을 위해 하나의 표적에 천대의 군용기가 필요했다. 그 중 매우 적은 수의 폭탄만 적의 표적을 타격했다. 따라서 투입한 대다수의 군용기가 동시에 표적을 타격하는 것이 기술적으로 불가능했다. 하지만 걸프전 기간 중 한대의 항공기가 우군의 피해없이 1개의 정밀유도무기로 제2차 세계대전 중 항공기 1천 대가 폭탄 9천 파운드를 투하한 것과 동일한 효과를 냈다. <도표-1> 주요 전쟁별 명중률과 정확도 비교에서 나타난 통계적 수치를 보자.
<도표-1> 주요 전쟁별 명중률과 정확도 비교
적 격멸에 중점을 두는 것은 두 가지의 전통적인 전쟁 개념에서 비롯된 것이다. 적을 철저히 파괴하는 격멸전과 적이 아군의 힘을 소모시키기 전에 먼저 적의 힘을 소모시키는 소모전 개념이다. 이 두 가지 전쟁 개념을 수행하려면 엄청난 비용과 인원과 장비가 필요하다. 따라서 전쟁을 유리하게 끝내기 위해서 적을 제거하거나 파괴하는 것 보다는 적의 전투력을 무력화시키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는 개념에서 EBO 개념이 나왔다.
EBO 개념을 이해하려면 '효과'의 의미를 먼저 알아야 한다. 미 합동군사령부의 용어집에 의하면, '효과'는 특정 군사 행위나 비군사 행위에서 유발되는 물리적, 기능적, 심리적 영향이다. 전략적 효과는 전쟁의 전략적 수준에 영향을 미치도록 국가 또는 다국적 군사목표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하나의 표적을 공격해서 원하는 전략적 효과를 얻기는 어렵지만, 복구하기 어려운 하나의 중심(Center of Gravity)에 대한 성공적 조치를 취해서 전략적 효과를 거둘 수 있다.
EBO에서 의미하는 효과는 전략적 효과이며, 이를 위한 조치는 전술적 수준에 비중을 둔 것이다. 전략적 효과는 적의 전략과 능력과 의지를 혼란하게 만들어서 적을 붕괴시키는 것이다. 즉, 적이 전쟁을 포기하고 내 의도대로 움직이게 만드는 효과를 의미한다. 이 효과는 선행된 전술적 효과로 인해 나중에 나타나는 간접 효과다. 또 물리적 효과가 아니라 행동적 효과다. 하지만 EBO에서 행동적 효과만 다루는 것은 아니다. 물리적 효과와 행동적 효과를 모두 다루지만, 전략적 차원의 행동적 효과에 초점을 두고 여기에 기여하지 않는 전술적 조치는 회피하는 것이 바로 ‘효과 중심(Effects-Based)'이다.
미 합동군사령부는, 효과중심작전을 “전술적, 작전적, 전략적 수준에서 가용한 모든 군사적, 비군사적 능력을 상승적(synergistic), 승수적(multiplicative), 누적적(cumulative) 방법으로 적에게 사용해서 바람직한 전략적 효과를 획득하는 과정”이라고 정의했다. EBO는 전략적 효과 달성을 위해 취하는 전술적 조치를 의미한다. 효과중심작전은 정밀 화력을 효율적으로 운용해서 불필요한 대량 파괴를 피하고 전쟁 목표는 조기에 달성하려는 작전 개념인 동시에 철학이다.
EBO의 진수는 대량파괴 대신, 적의 핵심 능력과 사고를 공격해서 항복이라는 목표를 더 빨리, 더 효율적으로, 더 안전하게 달성하는 것이다. 따라서 EBO는 속도, 기민성, 비대칭성, 동시전쟁, 결정적 작전, 충격과 공포 유발, 적의 의지와 중심에 대한 공격을 강조한다.
EBO 수행 절차는 상호 연계된 5단계로 구성된다. 제1단계는 지식 단계다. 적, 아군, 작전환경을 포괄적으로 통찰해서 지식기반을 발전시키는 것이다. 적의 행위를 아군에 유리하게 바꾸려면 적의 중요한 가치체계가 어디 있는지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 또 적의 체계를 이해하고 취약점을 찾기 위해 복잡한 적의 시스템 속에 여러 개의 하부 시스템과 상호 연계된 세부 시스템이 있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이것은 한 개의 큰 시스템을 상대하기보다 그 시스템을 구성하는 여러 개의 하부 또는 세부 시스템 중에서 약한 부분을 찾아내서 내가 원하는 효과를 달성함으로써, 적의 전체 시스템이 작동하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다. 따라서 적의 시스템을 '시스템 속의 세부 시스템'으로 이해하는 지식기반 발전 단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제2단계는 요망 효과 설정 단계다. 전역 계획 목표 달성에 필요한 요망 효과를 결정하는 것이다. 요망 효과 설정은 비요망 분야와 비예상 분야에서 조치해야 할 모든 가능성 있는 결과를 포함한다. 요망 효과를 설정할 때, 거부, 무력화, 와해 같은 요망 효과의 변화 수준, 정치․문화․외교․군사․지리 등 요망 효과의 범위와 분야, 속도․지속시간․작전 기간 등 요망 효과의 적시성 등의 세 가지를 포함해야 한다.
제3단계는 적용 단계다. 효과를 얻기 위해 군에서 수행해야 할 특정한 임무와 조치사항을 준비하도록 적용하는 단계다. 비대칭 전력을 갖춘 적에 대항해서 성공적인 작전을 수행하려는 지휘관은 전통적인 살상 능력, 비상살 능력의 적용과 비전통적 전투력을 창출할 능력을 갖춰야 한다. EBO는 위기 대응만이 아니라 위기 예방대책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휘관은 다양한 차원에서 다양한 조치를 고려하고, 적의 의지와 잠재능력과 기만 계획을 파악해서 아군의 능력을 이에 적용해야 한다. 군사와 비군사 능력을 통합 적용하고 긴밀한 협조로 최대의 효과를 발휘하도록 해야 한다.
제4단계는 평가 단계다. 시행 단계와 그 이후 단계에서 요망 시간에 적절하게 효과를 달성했는가의 여부를 평가하는 것이다. 효과 평가를 위해 요망 효과 달성을 위한 전술적 조치 결과를 주관적으로 판단하는 평가 요소인 '효과측정요소(MOE: Measures of Effectiveness)'와 전술적 조치 결과를 수치로 측정하는 객관적 평가 요소인 '시행측정요소(MOP: Measures of Performance)'를 사용할 수 있다.
제5단계는 적응 및 조정 단계다. 평가를 통해 계획을 조정 시행하기 위해 계획과 의사결정 과정의 환류 절차를 거친다. 지휘관과 참모들은 전장의 불확실성과 위험을 수용하고, 적과 전장을 이해함으로써 평가와 조정 단계를 거쳐 이를 감소시킬 수 있다. 또 예상치 못했던 효과를 조기에 인식하고 그 결과로 인한 문제에 대처하려면 융통성과 민첩성을 발휘해야 한다. 융통성은 지휘관이 부대를 변화시키고 적응시킬 수 있는 정신적 능력이다. 민첩성은 전력을 신속하게 운용할 수 있는 물리적 능력이다. 융통성 개발을 위해 훈련과 교육으로 지휘관의 정신적 능력을 배양하고, 신속한 적응능력 배양을 위해 군대의 조직과 배치를 적절히 조정해서 아군의 민첩성을 키워야 한다. EBO 수행 절차 5단계는 <도표-2>와 같다.
<도표-2> 효과중심작전 수행 절차
화력전
화력이란 살상 무기체계와 비살상무기체계에 의해서 전술항공, 육군항공, 포병, 함포, 기타 특정 화기로부터 적에게 투사되는 사격량 또는 타격능력을 의미한다. 화력의 범주에는 포병, 미사일, 공격헬기, 공군 및 해군 화력, 비살상무기 등이 포함된다. 화력의 역할은 아군의 기동을 지원하고 적의 기동은 방해하고 저지하며, 화력전투에 의한 종심 깊은 기동 여건을 보장하고, 아군의 정보․기동․방호 기능과 결합하여 적의 중심과 핵심표적을 결정적으로 타격하는 것이다.
화력 운용이란 다양한 화력지원 자산의 능력을 작전부대 지휘관의 의도와 작전개념에 맞게 운용해서 적의 전투력을 제압 또는 무력화 또는 파괴하는 것이다. 작전부대 지휘관은 화력 운용의 주체로 계획 수립단계부터 화력 운용 전반에 걸쳐 주도적으로 지휘 통제해야 한다. 또 화력의 대부분이 자신의 지휘계통과 다른 부대의 자산으로부터 지원된다는 것을 인식하고, 화력지원 협조기구를 통해 화력을 주도적으로 운용해야 한다. 따라서 전장의 전 종심에 걸쳐서 전반적 화력운용이 통합되도록 화력지원계획이 수립되고 협조되어야 한다.
지휘관 의도와 작전 개념에 맞도록 화력을 운용하기 위해서는 요망하는 표적지역에 시간적, 공간적으로 가용 화력을 집중할 수 있어야 한다. 화력지원체계의 특성, 각종 화력지원 자산의 능력과 제한사항, 표적 성질을 고려하여 적합한 타격수단과 표적을 할당하고, 다른 전장 기능과 긴밀한 협조를 통하여 화력 자산을 효율적으로 운용함으로써 가능한 것이다.
<도표-3> 화력지원체계
화력지원체계는 적지종심작전부대 등 지상 운용 수단, 인공위성 등 영상정보 수단, J-STARS(Joint Surveillance and Target Attack Radar System: 합동감시 및 표적 공격 레이더 체계) 등 통신 및 전자정보 수단 같은 공중 운용 수단을 이용한 전장감시 및 표적획득, 대포․로켓․미사일․항공기 등 치사성 수단과 연막․조명․전자공격 등 비치사성 수단을 이용한 타격, 기동과 화력과 장애물을 통합시켜 실시간(Real time) 통합 화력을 운용하는 지휘통제 및 협조로 구성되어 상호 긴밀한 협조가 이뤄져야 한다. 지휘관의 통제 하에 세가지 기능이 잘 협조해서 <도표-3>처럼 통합 체계로 운용되어야 한다.
이라크전에서 연합군은 EBO를 위해 공중공격에 취약한 핵심표적을 분류하고 순차적 공격이 아닌 1회의 동시공격을 했다. 연합군의 동시공격이 가능한 이유는, 해상 및 공중발사 토마호크 미사일, 함재기, 스텔스 폭격기로 공격해서 이라크의 레이더 기지, 비행장, 지대공 유도탄 기지를 무력화시켜 대공감시 및 대공 화력 운용수단을 사전 소멸했기 때문이다. 이 수단이 소멸된 또 다른 이유는, 걸프전 후 12년간 '비행금지구역 설정 운용,' '사막의 여우 작전'으로 이라크의 레이더 기지와 지대공 유도탄 기지같은 방공망을 대부분 파괴했기 때문이다.
전쟁 초, 연합군은 이라크 대공 화력에 대한 두려움 없이, 이라크의 전쟁수행 의지를 조기 말살하기 위해 대통령 궁 등 전쟁 지도부 시설과 C4I체계와 화생방 무기시설 등 전략적 수준, 스커드 미사일 기지 등 대공방어망과 군 작전지휘소 등의 작전적 수준, 지상의 공화국 수비대․병참기지․도로 파괴 등 전술적 수준의 세 가지 차원에서 핵심 표적을 동시 공격하였다. 또 산업기반 시설을 파괴하여 이라크의 전쟁지속 능력을 말살시킨다는 개념 하에 후세인과 그의 추종세력으로부터 이라크 국민을 분리시켰다. 전쟁 이후 이라크의 재건을 위해 국민 생활과 밀접한 산업기반시설은 공격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설정하고, 발전소․댐․산업시설․교량 등 산업기반시설을 표적 목록에서 제외시키고, 전략적 수준의 표적에 최대한 집중함으로써 효과중심작전의 성과를 극대화했다.
한편, EBO를 확대하기 위한 항공기 출격 횟수 증가 외에 특정 효과를 달성할 수 있는 첨단 무기체계를 선별 사용했다. 무인정찰기(RQ-4), 전투기(F-15, F-16), 스텔스 전폭기(F-117), 폭격기(B-1, B-2) 등을 표적 성질에 따라 선별적으로 운용했다. 또 토마호크 크루즈 미사일, 합동정밀직격탄(JDAM: Joint Direct Attack Munition; GBU-31), 벙커 파괴용 레이저 유도 폭탄(Bunker Buster; GBU-28/B), 공중폭발 초대형 폭탄(MOAM: Massive Ordnance Air Burst; Mother Of All Bombs), 확산탄(Cluster Bomb Unit; CBU-105/B), 전자기 펄스(EMP: Electro-Magnetic Pulse) 탄, 열화우라늄(Depleted Uranium) 탄으로 적의 표적 특성에 따라 그 핵심부만 효과적으로 공격해서 전쟁의 조기 승리를 추구하였다.
어떻게 하면 화력을 효과중심적으로 운용할 수 있을까? <도표-2> 효과중심작전 수행 절차 5단계와 <도표-3> 화력지원체계를 접목시키는 방안이 있다. 전장감시 및 표적획득을 통해 얻은 산물이 표적 정보의 차원을 넘어선 지식 수준에 도달하도록, 모든 가용수단을 활용하여 적 시스템 속의 세부 시스템과 하부 시스템까지 이해할 수 있게 운용한다. 또 타격수단으로는 군사적 수단과 비군사적 수단을 통합하여 가용한 모든 능력을 사용한다. 지휘통제와 협조를 위한 효과 설정, 효과 평가, 방책 조정 단계를 거쳐 효과중심적으로 화력을 운용할 수 있다. 이것을 <도표-4>로 요약할 수 있다. 미래는 준비하는 자의 것이다. 철저히 계획해서 잘 준비하면 효과중심적 화력전으로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는 태세를 갖추게 될 것이다.
<도표-4> 효과중심적 화력운용 방안
이 글은 작가가 2003년도에 작성하였고 2020년도에 부분 수정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