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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nny Jun 13. 2020

골프를 좋아하신 두 분의 선생님께 바친 최고의 헌사

선생님의 가르침은 칩샷처럼 정교하고 퍼팅처럼 세밀하셨습니다

아주 오래된 기억의 단편이다.



두 분의 선생님을 모시고 졸업생 몇 명이 함께 저녁식사를 하고 있었다.

갑자기 한 친구가 벌떡 일어서더니 선생님들께 감사 인사를 하더니 축배 제의를 했다.

그 친구가 잔을 옆으로 넘기면서 졸업생 모두 한 마디씩 스승의 가르침에 감사의 말을 하자고 했다.

모두들 준비라도 한 듯 청산유수로 축배사를 하기 시작했다.

순배가 돌수록 인사말이 짧아지기 시작했다.

급기야 이런 말을 하는 친구까지 나올 지경이었다.



친구들이 제가 하고 싶은 감사의 말씀을 다 드려서 더 이상 무슨 말씀을 드려야 할지...

선생님! 감사합니다. 이하동문입니다.

선생님! 사랑합니다.



내 차례가 되었다.

명색이 학생장인데 대충 넘길 순 없었다.

순간, 두 분 모두 골프를 좋아하신다는 생각이 번뜩 떠 올랐다.



30초 정도 지났을까?

내가 생각하는 동안, 시끌벅적하던 공간에 정막감마저 흐르면서 모두가 나를 쳐다봤다.

그도 그럴 것이 축배를 하겠다고 일어서더니 잔을 채우라고 한 후, 아무 말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실 말을 안 한 것이 아니라 말을 하려고 30~40초 정도 생각을 했던 것이다.

골프를 좋아하는 선생님들께 최고의 헌사를 바치기 위해서.



실제로 많은 시간을 우리와 함께 하신 A 선생님께 먼저 인사를 드렸다.

선생님의 가르침은 칩샷처럼 정교하고 퍼팅처럼 세밀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모두가 동의하는 듯 큰 박수갈채를 선생님께 보냈다.

A 선생님이 빙그레 웃으셨다. 꽤 만족스러워하신 것으로 보였다.



다음이 문제였다.

B선생님은 학생들과의 교류는 별로 없었지만, A 선생님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분이다.

5~10초간 다시 뜸을 들이면서 생각했다. 다시 정적이 흘렀다. 모두가 내게 주목했다.

선생님은 저희들에게 티샷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려 주셨습니다.
훅샷을 쳐야 할지 슬라이스를 쳐야 할지, 어느 쪽으로 쳐야 할지 방향을 알려 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학생들은 물론 두분의 선생님 모두 크게 웃으며 우레와 같은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그 날의 나는 거짓말은 하지 않으면서 두 분의 선생님께 최고의 헌사를 바쳤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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