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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nny Apr 10. 2020

어느 택시 기사님의 자녀 교육 레슨

헌신적인 자녀 교육은 부모의 자녀 의존적 노후 보장 기대감에서 비롯된다

환갑은 지난 걸로 보이는 어느 택시 기사님께 들은 말이 생각난다. “우리 한국의 부모들은 헌신적으로 자녀교육에 열과 성을 다한다. 그렇게 하는 건 자신의 노후를 자녀가 책임질 거라는 기대감에서 비롯된 것이다. 예전엔 자녀들이 그런 부모의 기대를 충족시켜 줬지만 요즘 세대들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이 말의 요지는 부모가 이루지 못했던 인생의 꿈을 자녀를 통해서 이뤄보려 한다거나, 노후보장의 후견인으로 자녀를 키우는 건 어리석은 교육방법이라는 것이다.

부모교육 전문가인 이화여대 도영심 교수의 연구결과에 의하면, 자녀의 성공은 그 자녀가 지닌 역량의 발현이며, 부모의 자녀교육 방법이 좋았기 때문이 아니다. 어떤 부모라도 일란성쌍둥이를 똑같은 자녀교육방법으로 똑같이 성공하게 만들 수 없는 이유가 그 때문이라고 한다. 단지 부모는 자녀의 특성과 행태를 이해하고, 최대한의 역량 발휘를 위한 길을 선택할 수 있도록 조력자의 역할을 해주면 된다는 것이다. 부모가 하고 싶었거나 좋아하는 전공이 아니라, 자녀가 좋아하는 전공과 직업을 선택할 수 있는 길로 인도하는 것이 자녀를 존중하고 사랑하는 길이다. 물론 그 길이 사악한 길이 아닌 경우에 한해서 일 것이다.

이근후 교수의 저서 [나는 죽을 때까지 재미있게 살고 싶다]에도 부모와 자녀의 관계, 부모의 역할에 대해 쓰여 있다. “자식에게 부모는 하나의 벽이다. 벽은 보호막도 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 자녀가 그 벽을 뛰어넘으면 완벽한 성장을 하지만, 벽이 높고 튼튼할수록 부모에게 기대는 습관이 몸에 밴 자녀는 부모에게서 벗어나지 못한다. 이럴 땐 부모가 먼저 그 벽을 부숴 줘야 한다. 자녀가 미덥지 못하고 어수룩해 보여도 과감히 놓아주어야 한다. 이것이 자녀는 물론 부모가 행복해지는 방법이다.”


어떤 방송 프로그램에서 성공한 자녀를 둔 부모를 인터뷰했다. 어떻게 자녀 교육을 했냐는 질문에 그들이 이렇게 답했다. "우린 아이들에게 특별히 해 준 것이 없어요. 뭘 해 줄 수 있는 능력도 없고 그럴만한 형편도 안돼서. 그냥 아이들이 하고 싶은 걸 하게 놔뒀어요. 나쁜 짓이 아니라면." 그리고 덧붙였다. "아마도 아이들이 어려서부터 이렇게 생각한 것 같아요. 부모님께서 우리에게 해 주실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우리 스스로 뭔가를 해야 한다." 그 부모는 아이들에게 해 줄 수 있는 것은 없었지만, 자녀를 믿고 그들이 하고 싶은 것을 하게 했다. 아이들은 믿는 만큼 성장한다는 말도 있듯이 그들의 자녀는 부모의 무한 신뢰를 바탕으로 성장해서 성공하였다.


요즘 우리나라 자녀 교육의 실태를 대변하는 말이 있다. "할아버지의 재력과 엄마의 정보력이 명문대 입학을 좌우한다." 할아버지가 고액 과외 강사에게 지불할 만큼 큰돈을 선뜻 낼 수 있고, 엄마는 명문대 입시 전문인 특별한 선생님을 찾아서 모셔올 수 있어야 SKY 입성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드라마 스카이 캐슬은 이런 실태를 제대로 비춰주었다. 물론 지금 부모 세대에 비해 자녀 세대의 입시 경쟁이 치열하고, 변별력을 높이기 위한 시험문제의 수준도 훨씬 높아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부모의 능력과 형편에 힘입어서 SKY대에 입학과 졸업을 하고, 이어서 대기업에 취업을 하는 것이 진짜 성공한 인생이라고 할 수 있는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부모가 만든 보호막으로서의 울타리가 크고 강할수록 그 울타리가 없을 때의 자녀는 자생력이 약해진다. 그 울타리를 일찍 걷어낼수록 독립 인격체로서 자녀의 생존 능력은 강화될 것이다. 이런 면에선 어미 독수리에게 배울 점이 있다.

어미 독수리는 다른 짐승들로부터 새끼나 알을 보호하기 위해 높은 절벽 위에 둥지를 만든다. 그냥 나무가 아니라 가시나무로 만들고, 그 위에 동물의 가죽을 깔아 놓는다. 새끼가 어느 정도 자라면 이 포근한 보금자리인 둥지에 깐 가죽을 벗겨 버린다. 뾰족한 가시가 새끼를 이리저리 찔러서 새끼 독수리가 둥지로부터, 더 나아가서는 부모로부터의 분리를 경험하게 된다. 둥지를 벗어난 새끼 독수리는 높은 절벽 위에서 위험하게 서있게 된다.. 강한 바람을 받으며 다리가 후들거리는 것을 경험한다. 크나큰 자연 앞에서 혼자 몸으로 맞서는 공포를 느낀다. 그때, 어미는 어디에 있는가? 어미는 어찌 보면 무심한 듯, 어찌 보면 모른 척하듯 저 멀리 하늘 위에서 새끼를 방관한다. 하지만, 그것이 정말 방관이겠는가? 어미는 새끼만을 주시하고 항상 지켜본다. 그러다가 새끼 독수리가 절벽 아래도 떨어지면, 어미 독수리가 날아와서 땅에 떨어지지 않으려고 바둥거리며 날갯짓을 하는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새끼를 날개로 받아낸다. 몇 번이라도 새끼가 날 수 있는 독수리가 될 때까지 어미는 새끼를 절벽 위에 세우고, 또 지켜보고, 떨어지면 받아낸다.


어느 한국계 미국인의 말에 의하면, 미국의 자녀 교육 방식은 우리나라와 많이 다르다고 한다. 대학에 입학하게 되면 자녀 스스로 자기 학비와 용돈을 벌어야 한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부모의 집을 떠나 학교 기숙사에서 독립적인 생활을 경험한다고 들었다. 미국 대학에서 부모에게 학비와 용돈을 받는 학생들은 대부분 한국인 또는 중국인이라고 한다. 미국 아이들이 우리 아이들보다 조금 일찍 철이 드는 이유는 이런 데서 나오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자녀 교육에 정도는 없다. 하지만 어떤 것이 진정으로 자녀의 행복한 삶을 위한 길일까? 부모의 선택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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