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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nny Apr 12. 2020

편견에 대하여

편견을 가지면 상대방의 실체와 가치를 알 수 없다

편견(偏見)이란 공정하지 못하고 한쪽으로 치우친 생각이다.


편견에 대한 대표적 소설로는 제인 오스틴의 대표작인 [오만과 편견]이 있다. 주인공인 다아시와 엘리자베스 두 남녀가 오만과 편견에 사로잡혀 서로에 대한 잘못된 첫인상을 갖게 되면서 겪는 갈등을 그린 작품이다. "그 사람하고는 절대, 다시는 춤추지 않겠다고 장담할 수 있어요." 당차고 재치 있는 베넷가의 둘째 딸 엘리자베스는 대저택 네더필드의 무도회장에서 젊고 부유한 신사 디아시를 만난다. 무뚝뚝한 그의 태도에서 오만하고 무례한 남자라는 인상을 받은 엘리자베스는 그를 향해 날을 세우고, 다아시는 생기 넘치는 그녀에게 끌리면서도 신분 차이로 인해 다가가길 망설인다. 첫 만남에서 생겨난 오해로 두 사람의 사이는 꼬여가지만, 그들을 둘러싼 온갖 사건과 맞닥뜨리면서 갈등은 서서히 허물어진다. 두 남녀의 첫 만남에서 생겨난 오해가 바로 편견 때문인 것이다.


아래 사진에 나오는 두 사람을 비교해 보자. 왼쪽은 일용직 노동자의 차림새이고, 오른쪽은 세련된 정장 차림이다. 이 두 사람은 동일 인물이다. 포츈지가 선정한 500대 기업의 CEO인 Edgar Gonzalez다. 만일 왼편 사진만 보고 이 사람이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맞춰 보라고 할 경우, 대다수의 사람들은 노동자, 농부 등의 블루 칼라 직업을 떠올리게 될 것이다. 하지만 오른편 사진만 볼 경우엔 당연히 화이트 칼라를 연상하게 될 것이다. 이것이 바로 겉모습으로 사람을 판단하는 편견으로 인한 결과이다.


옷 차림새 만으로 직업을 판단할 경우에 두 사람은 달라 보인다. 하지만 같은 사람이다.


유교적 전통과 가치관을 중시해 온 문화권의 경우, 사람에 대한 편견이 더욱 심할 수 있다. 남녀유별, 장유유서, 신분에 의한 상하 계층 의식과 같은 유교적 가치관이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문화적으로 실생활에 깊숙하게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고급 호텔이나 레스토랑을 이용할 경우에 어떤 차를 타고 가는가에 따라서 직원들이 손님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진다. 백화점이나 쇼핑 몰의 명품 코너에서 쇼핑을 할 경우에도 직원들은 손님의 옷차림을 보고 응대하는 태도를 달리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심지어 한 때 유행하던 야타족의 경우, 야타를 외친 사람이 탄 외제차의 번호판을 보고 차량 소유주의 거주지역을 판단해서 탈지 말지를 결정한다는 얘기도 들었다.


 오늘 브런치 최신 글을 읽던 중, 해외여행을 하면서 거리의 부랑자들과 소통한 작가의 글을 발견했다. 브리즈번의 거리에서 휠체어를 탄 부랑자 맥스 아저씨를 만나서 밤을 새워 그의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가 유서 깊은 남아공과 프랑스 가문의 일원이었다고 한다. 아버지는 남아공의 엄청난 재력을 보유한 세력가 집안 출신이고 어머니는 프랑스의 어마어마한 집안 출신이었기에 가족 전체가 많은 재산을 보유하고 있더라는 것이다. 외적인 장애가 심하고 허름한 차림새로 새벽녘 길거리를 정처 없이 돌아다니는 그가 실제로는 엄청난 재산의 소유자라는 것을 어떻게 상상할 수 있겠는가?


편견을 가지면 상대방의 실체와 가치를 알 수 없다. 첫인상이 오랫동안 각인되기 때문에 그로 인한 편견을 버리긴 쉽지 않다.


하지만 가난한 자, 병든 자, 죄 있는 자, 낮은 자, 세상에서 배척받는 자들과 함께 했던 예수 그리스도처럼 나를 낮추고 남을 귀히 여기고 인간에 대한 근본적인 사랑의 마음을 가질 수 있다면, 상대방에 대한 편견을 조금이라도 버릴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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