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한 곳에서 낯선 곳으로 가다
'떠나다'는 '있던 곳에서 다른 곳으로 가다,' '출발하다,' '벗어나다' 등의 사전적 의미를 갖고 있다. 그래서 세상을 떠나다, 여행을 떠나다, 당신을 떠나다 등으로 쓸 수 있다.
이 중에서 '있던 곳에서 다른 곳으로 가다'는 의미의 '떠남'에 대해서 생각해보자. 이는 내가 머물고 있던 익숙한 곳으로부터 내가 가 본 적이 없는 낯선 곳으로 가다는 의미일 것이다.
나는 어린 시절에 낯가림이 무척 심했다. 익숙지 않은 환경이 싫었고, 잘 모르는 사람과 함께 어울리기는 더욱 힘들었다. 그런데 10대 후반에 부모를 떠나 직업군인이 되었고, 30년이 넘는 군 생활 동안에 수많은 "떠남"을 경험하였다. 익숙지 않은 일을 할 때마다 아플 만큼 힘들었던 기억도 있지만, 그토록 많았던 떠남의 시간을 되돌아보면 "지금까지 지내온 것은 주의 크신 은혜"라고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떠남"에 제법 익숙해진 지금은, 익숙지 않은 상황과 환경에 호기심을 갖게 되었고, 전혀 다른 문화를 가진 낯선 외국인들과도 잘 어울리게 되었다. 퇴역군인이 된 나의 인생길에서 새로운 길로 떠날 수 있는 기회가 언제 생길지는 알 수 없지만, 이제는 잘 떠날 수 있을 것 같다.
[내려놓음]의 저자이기도 한 이용규 선교사가 쓴 [떠남]이라는 책은 2013년경 전혀 경험해 보지 않았던 생소한 지역으로 떠나서 새로운 경험을 하기 며칠 전에 읽었던 책이다. 당시에는 "내가 가 본 적이 없는 낯선 길, 이 길을 걷는 걸음 하나하나가 중요하다. 거기에 난 발자국이 다음 사람을 위한 지표가 되기 때문이다"라는 문장에 꽂혔었다.
이용규가 말하는 떠남은 다음과 같은 의미라고 한다. "떠남은 현실 도피, 책임 회피와는 다르다. 자신에게 주어진 부담을 못 이겨 도망하는 것과도 다르다. 또 물리적 환경의 변화인 이사만 의미하지도 않는다. 우리의 옛 삶, 익숙해진 세계관, 오랜 시간 젖어온 가치관, 구습과 옛 태도로부터 떨어져 나오는 것이다. 경우에 따라선 고정된 사회적 틀이나 일상으로부터의 벗어남을 의미할 수도 있다. 이러한 일상의 제약들이 우리의 생각과 가치관을 묶어버리기 때문이다."
그는 아브라함, 야곱, 예수 등 성경 속의 인물들을 예로 들면서, 하나님이 우리에게 '떠남'을 경험하게 하시는 이유는 우리를 훈련시키고 연단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떠나서 누군가에게 보내지는 것은 복의 통로가 될 수 있는 길"이라고 강조하였다. 따라서 "떠남은 축복과 패키지"라는 것이다. 그는 부르심을 받은 믿는 자들에게는 떠남의 축복을 경험하라고 하고, 믿지 않는 자들에게는 그들이 경험해 보지 못했던 믿음의 길로 떠나 보라고 권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