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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nny Mar 24. 2020

떠남의 의미

익숙한 곳에서 낯선 곳으로 가다

'떠나다'는 '있던 곳에서 다른 곳으로 가다,' '출발하다,' '벗어나다' 등의 사전적 의미를 갖고 있다. 그래서 세상을 떠나다, 여행을 떠나다, 당신을 떠나다 등으로 쓸 수 있다.

이 중에서 '있던 곳에서 다른 곳으로 가다'는 의미의 '떠남'에 대해서 생각해보자. 이는 내가 머물고 있던 익숙한 곳으로부터 내가 가 본 적이 없는 낯선 곳으로 가다는 의미일 것이다.

나는 어린 시절에 낯가림이 무척 심했다. 익숙지 않은 환경이 싫었고, 잘 모르는 사람과 함께 어울리기는 더욱 힘들었다. 그런데 10대 후반에 부모를 떠나 직업군인이 되었고, 30년이 넘는 군 생활 동안에 수많은 "떠남"을 경험하였다. 익숙지 않은 일을 할 때마다 아플 만큼 힘들었던 기억도 있지만, 그토록 많았던 떠남의 시간을 되돌아보면 "지금까지 지내온 것은 주의 크신 은혜"라고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떠남"에 제법 익숙해진 지금은, 익숙지 않은 상황과 환경에 호기심을 갖게 되었고, 전혀 다른 문화를 가진 낯선 외국인들과도 잘 어울리게 되었다. 퇴역군인이 된 나의 인생길에서 새로운 길로 떠날 수 있는 기회가 언제 생길지는 알 수 없지만, 이제는 잘 떠날 수 있을 것 같다.

북해도로 "떠난" 여행 중 오타루 운하 앞에서 포즈를 취한 저자. 작은 차와 협소한 차선, 식당의 좁은 좌석, 키 작은 노인들이 눈에 띄었다. 축소 지향의 일본인과 연관된 것일까?


[내려놓음]의 저자이기도 한 이용규 선교사가 쓴 [떠남]이라는 책은 2013년경 전혀 경험해 보지 않았던 생소한 지역으로 떠나서 새로운 경험을 하기 며칠 전에 읽었던 책이다. 당시에는 "내가 가 본 적이 없는 낯선 길, 이 길을 걷는 걸음 하나하나가 중요하다. 거기에 난 발자국이 다음 사람을 위한 지표가 되기 때문이다"라는 문장에 꽂혔었다.

이용규가 말하는 떠남은 다음과 같은 의미라고 한다. "떠남은 현실 도피, 책임 회피와는 다르다. 자신에게 주어진 부담을 못 이겨 도망하는 것과도 다르다. 또 물리적 환경의 변화인 이사만 의미하지도 않는다. 우리의 옛 삶, 익숙해진 세계관, 오랜 시간 젖어온 가치관, 구습과 옛 태도로부터 떨어져 나오는 것이다. 경우에 따라선 고정된 사회적 틀이나 일상으로부터의 벗어남을 의미할 수도 있다. 이러한 일상의 제약들이 우리의 생각과 가치관을 묶어버리기 때문이다."

그는 아브라함, 야곱, 예수 등 성경 속의 인물들을 예로 들면서, 하나님이 우리에게 '떠남'을 경험하게 하시는 이유는 우리를 훈련시키고 연단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떠나서 누군가에게 보내지는 것은 복의 통로가 될 수 있는 길"이라고 강조하였다. 따라서 "떠남은 축복과 패키지"라는 것이다. 그는 부르심을 받은 믿는 자들에게는 떠남의 축복을 경험하라고 하고, 믿지 않는 자들에게는 그들이 경험해 보지 못했던 믿음의 길로 떠나 보라고 권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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