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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nny Mar 24. 2020

생각의 도구[생각의 탄생]

창조적인 사람들은 실재(實在)와 환상을 결합하려고 생각의 도구를 이용한다

[인간은 생각하는 동물이다. 그러므로 나도 생각한다]


언젠가 직장 상사로부터 "생각이 너무 많다"는 말을 들은 기억이 난다. 돌이켜보면 어떤 때는 생각을 너무 많이 하고, 또 어떤 때는 바보처럼 너무 단순하게 생각하기도 하며 살아왔다. 어쨌든 생각하는 동물답게 살고 있는 것 같다. 왜냐하면 항상 생각 없이 살고 있지는 않으니까!




@https://ko.m.wikipedia.org/wiki


[생각의 탄생(Spark of Genius)]은 생리학자인 Rober Root-Bernstein과 그의 부인이자 연구 동반자, 역사학자 Michèle Root-Bernstein이 함께 저술한 책이다. 이 책을 펼치면 '생각하기'와 현대적 교육시스템에 대해서 되돌이켜보게 하는 문구가 나온다.

"오늘날의 교육시스템은 문학, 수학, 과학, 역사, 음악, 미술 등 과목을 철저하게 분리시켜 학생들에게 가르친다. 수학자들은 오로지 '수식 안에서,' 작가들은 '단어 안에서,' 음악가들은 '음표 안에서'만 생각하도록 강요받고 있다. 이것은 '생각하기'의 본질을 절반만 이해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창조적인 사고'는 통찰을 서로 주고받는 데 있어 말이나 숫자만큼 중요하다. 통찰이라는 것은 상상의 영역으로 호출된 수많은 감정과 이미지에서 태어나는 것이므로 '느낌' 또한 커리큘럼의 일부가 될 필요가 있다."(19쪽)

Root-Bernstein 부부의 연구 결과에 의하면, 역사 속에서 가장 창조적인 사람들은 실재(實在)와 환상을 결합하기 위해 13가지 생각의 도구들을 이용했다고 한다. 이 도구들은 관찰, 형상화, 추상화, 패턴인식, 패턴 형성, 유추, 몸으로 생각하기, 감정이입, 차원적 사고, 모형 만들기, 놀이, 변형, 통합이다.(35쪽)




[생각의 탄생]은 13가지 생각의 도구를 각각 20~30여 쪽으로 된 하나의 장(章)으로 구성해서, 사진, 그림, 도형과 함께 역사적으로 유명한 인물들의 예를 들어 잘 설명하고 있다. 각 장의 소결론은 다음과 같다.

1. 관찰-모든 지식은 관찰에서 시작된다. 관찰은 수동적으로 보는 행위와 다르다. 예리한 관찰자들은 모든 종류의 감각정보를 활용하며, 위대한 통찰은 '세속적인 것의 장엄함,' 즉 모든 사물에 깃들어 잇는 매우 놀랍고도 의미심장한 아름다움을 감지하는 능력에 달려있다.

2. 형상화-형상화라는 것은 현상을 그대로 재현하는 것에서부터 특이한 추상능력, 감각적인 연상에 이르기까지 망라된다. 형상화는 시각과 청각, 후각과 미각, 몸의 감각까지 동원해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우리는 내면의 눈, 내면의 귀, 내면의 코, 내면의 촉감과 몸 감각을 사용할 구실과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 또 형상화할 때 마음에 떠오르는 이미지들은 다른 전달수단으로 변환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 전달수단은 말, 음악, 동작, 모형, 회화, 도형, 영화, 조각, 수학, 논문 등 매우 다양하다.

3. 추상화-추상화란 현실에서 출발하되, 불필요한 부분을 도려 내가면서 사물의 놀라운 본질을 드러나게 하는 과정이다. 과학자, 화가, 시인들은 모두 복잡한 체계에서 '하나만 제외하고' 모든 변수를 제거함으로써 핵심적 의미를 발견하려고 애쓴다. 현실이란 모든 추상의 종합이며, 이 가능성을 알아냄으로써 우리는 현실을 보다 잘 이해할 수 있다.

4. 패턴인식-패턴을 알아낸다는 것은 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예상하는 것이다. 우리는 패턴에서 지각과 행위의 일반원칙을 이끌어내어 이를 예상의 근거로 삼는다. 그런 다음 새로운 관찰 결과와 경험을 예상의 틀에 끼워 넣는다. 이 관찰과 경험의 틀을 흔드는 무엇인가가 일어나게 될 때 우리는 또 다른 패턴을 만들어내며, 새로운 발견은 이런 순간에 이루어진다.

5-패턴 형성-경험한 세계를 표현하고, 경계 짓고, 정의하기 위해 더 많은 패턴을 고안해낼수록 더 많은 실제 지식을 소유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우리의 이해도 더욱 풍요로워진다. 한 패턴을 분해하면서 동시에 다른 패턴을 조립하는 일은 지식의 새로운 세상을 열어 보인다.

6. 유추-유추란 둘 또는 그 이상의 현상이나 복잡한 현상들 사이에서 기능적 유사성이나 일치하는 내적 관련성을 알아내는 것을 말한다. 유추는 불완전하고 부정확하기 때문에 알려진 것과 알려지지 않은 것 사이에 다리가 될 수 있다. 유추는 우리가 기존 지식의 세계에서 새로운 이해의 세계로 도약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7. 몸으로 생각하기-우리가 사고하고 창조하기 위해 근육의 움직임과 긴장, 촉감 등을 떠올릴 때 비로소 '몸의 상상력'이 작동한다. 이때가 사고하는 것은 느끼는 것이고, 느끼는 것은 사고하는 것이라는 결론을 자각하는 순간이다.

8. 감정이입-감정이입은 다른 사람의 몸과 마음을 통해 세계를 지각하는 것이다. 새로운 이해를 얻을 수 있는 가장 유용한 방법은 "문제 속으로 들어가 그 문제의 일부가 되는 것"이다.

9. 차원적 사고-내과의사들은 환자들 몸의 조각에 불과한 X-Ray 사진이나 MRI를 판독할 때, 그것을 살아 움직이는 생명체로 환치해놓고 해석해야 한다. 추상미술가들도 마찬가지다. 차원적 사고는 평면작업이 갖고 있는 문제를 명백히 보여준다.

10. 모형 만들기-모형은 보는 사람이 즉각 인식할 수 있도록 실제를 축약하고 차원을 달리 표현해야 한다. 모형은 실제, 또는 가정적 실제상황을 염두에 두고 필요한 규칙과 자료, 절차를 이용하는 시뮬레이션이다. 정치학, 역사, 인류학을 배울 때 전투 과정, 건축양식의 혁신, 전통의술의 효능, 경쟁적인 경제활동의 결과물, 종교의식 등의 목적을 물리적, 기능적, 이론적인 모형으로 만들어 배운다면 매우 효과적일 것이다.

11. 놀이-놀이에는 분명한 목적이나 동기가 없다. 놀이는 성패를 따지지 않으며, 결과를 설명해야 할 필요도 없고, 의무적으로 수행해야 할 과제도 아니다. 놀이는 상징화되기 이전의 내면적이고 본능적인 느낌과 정서, 직관, 쾌락을 선사하는데, 바로 그것들로부터 창조적 통찰이 나온다. 놀이는 우리 자신만의 세계와 인격, 게임과 규칙, 장난감, 퍼즐을 만들게 하여 지식을 변형시키고 새로운 이해를 가능하게 한다. 그리고 이것들을 통해 새로운 과학과 예술이 가능해진다.

12. 변형-여러 가지 생각도구를 연속적 또는 동시에 사용해서 생각도구끼리 형향을 주고받거나 작용하게 하는 것을 변형 또는 변형적 사고라고 한다. 변형적 사고는 상이한 분야를 연결해주는 메타 패턴을 드러내 주어 특정 영역에 치우친 사고보다 더 가치 있는 통찰을 낳는다.

13. 통합-생각이라는 행위는 본질적으로 공감각적이다. 종합지는 이러한 공감각의 지적 확장이 되는데, 공감각이 미적 감수성의 가장 고급 형태라면 종합지는 궁극적인 이해의 형태를 만들기 위해 다양한 방식이 앎과 느낌을 가장 높은 수준에서 통합한 것을 말한다. 상상하면서 분석하고, 화가인 동시에 과학자가 되는 것, 이것이 바로 최고의 상태에 이른 종합지적인 사고의 모습이다.



Root-Bernstein 부부는 '전인(全人)을 길러내는 통합교육(synthesizing education)'을 강조하며 [생각의 탄생]을 마무리한다. 통합교육에는 8개의 목표가 있다. 1) 학생들에게 보편적인 창조의 과정을 가르치는 데 중점을 두어야 한다. 2) 창조 과정에 필요한 지관적인 상상의 기술을 가르쳐야 한다. 3) 예술과목과 과학 과목을 동등한 위치에 놓는 다문학적 교육을 수행해야 한다. 4) 혁신을 위해 공통의 언어를 사용함으로써 교과목을 통합해야 한다. 5)한 과목에서 배운 것을 여러 분야에 응용할 수 있어야 한다. 6) 과목 간의 경계를 성공적으로 허문 사람들의 경험을 활용해야 한다. 7) 모든 과목에서 해당 개념들을 다양한 형태로 발표하는 법을 가르쳐야 한다. 8) 상상력이 풍부한 만능인을 양성해야 한다.

그리고 이렇게 주장하면서 결론을 맺는다. "우리에게는 박식가와 개척자가 필요하다. 그들은 상상력이 발흥하는 때가 언제인지 아는 사람들이다. 감각적 체험이 이성과 결합하고, 환상이 실재와 연결되며, 직관이 지성과 짝을 이루고, 가슴속의 열정이 머릿속의 열정과 연합하고, 한 과목에서 획득된 지식이 다른 모든 과목으로 가는 문을 열어젖히는, 그런 때를 아는 사람들인 것이다. 그러므로 교육의 목적은 '전인'을 길러내는 데 있어야 한다. 전인이야말로 축적된 인간의 경험을 한데 집약하여 '전인성(wholeness)'을 통해 한 조각 광휘로 타오르게 할 수 있는 사람들인 것이다. 통합교육이 이루고자 하는 바는 오로지 그것 하나이다."(429쪽)




한국의 석학 이어령은 이 책의 추천서 말미에 다음과 같이 썼다. "20세기가 전문가의 시대였다면 21세기는 통합의 시대다. 지식사회를 선도해갈 인재들은 전문가들이 간과한 지식 대통합을 통해 분야를 넘나드는 창조적 사고를 해야 한다. 21세기 한국을 창조해나갈 미래 인재들에게 단 한 장의 '보물지도'를 손에 쥐어주라고 한다면 나는 서슴지 않고 이 책을 추천할 것이다. 두 저자가 찾아낸 직관과 영감과 통찰의 언어야말로 빛나는 창조성의 원천이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생각의 탄생]은 바쁘고 재미없던 시절을 정리하고 여유롭고 흥미로운 삶의 방향을 설정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 7년 전, 책방에서 이 책과 처음 접했을 땐, 국내 번역서가 출간된 지 이미 6년이 지난 시점이었다. 당시, 더 일찍 읽었더라면 더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을 갖게 했던 책이다.

로버트 루트번스타인 & 미셸 루트번스타인, 박종성 역 [생각의 탄생] (서울: 에코의 서재,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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